하루동안 무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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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난 오로지 손전등 불빛만을 의지하며 한 발짝, 한 발짝 기어가듯 걸었다. 이런 날에 밖에 나가는 건 바보같은 짓이었음을 되새겼다. 우리 동네는 안개가 자욱한 날이 많았다. 도로는 잘 정비되어 있었지만, 차를 타는 건 위험했다. 그렇기 때문에 주민들은 항상 걸었다. 하지만 오늘은 특히 심했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았다.

한참을 걸었을까, 불빛이 약해졌다. 전지가 다 닳은 것은 아니었다. 분명히 어제 산 거였으니깐. 이상한 느낌이 두려움으로 변질되는 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주위가 어두워졌다. 어둠이 불빛을 집어삼키고 있다. 나는 내앞의 자욱한 안개를 바라봤다. 안개는 하얗다. 동시에 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