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세계 해결사 필그림

프롤로그:반 미치광이 해결사

어느 스튜디오의 배우 대기실, 그곳에는 화려한 백색 조명이 달린 거울 화장대에서 분장을 끝 맞춘 한 여자배우가 있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묘한 긴장감이 얼굴에 잔뜩 서려있었다. 단순히 곧 시작될 무대에서 긴장감 뿐만이 아닌 무엇가로 인하여 불안감으로 가득 차 있어 어찌할 줄 몰라 하는 것 같았다.

그녀의 백옥 같은 피부는 더욱더 창백해 보였고 땀이 흘러 화장이 지워질락 말락했다. 동공은 잠시라도 가만히 있질 못했다. 그런데 갑자기 문이 열리더니 누군가 들어와 이렇게 말했다.

"다이애나씨. 공연 시작까지 5분 남았습니다. 준비하세요."

목소리의 주인공은 방송스탭이었다. 그녀는 잠시 화들짝 놀랐다가 아무렇지 않은척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알겠어요. 준비 다했어요. 모두한테 전해주세요."

스탭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문밖으로 나갔다.

다이애나는 쉼호흡을 크게 하고는 대본을 다시 한번 꼼꼼히 살펴보았다. 그리고 외워보기도 하면서 나름 긴장을 풀려고 노력했다.

바로 그때 누군가 말 없이 들어와 그녀의 대본 리딩을 방해하는게 아닌가?

그녀는 이렇게 말 없이 들어온 불청객이 누군지 고개를 돌려 쳐다보았다.

일단 방송 스탭이나 매니저는 아니였다. 그렇지만 팬은 더더욱 아닌것 같았다.

뭔가 더 위험한 냄새가 풍기는 듯한 한 사내가 그녀를 보고 웃으며 서 있었다.

안쪽은 검은색과 바깥은 회색이 섞인 올백머리에 여우 같이 웃는 상에 눈동자는 특이하게 노란색이었다. 그리고 노란색 코트에 갈색 코구두를 신고있었다.

"여기까진 어떻게 들어왔는지는 모르겠지만 당장 나가요. 지금 바로 스탭 부를거예요!"

그녀는 단호하고 강하게 그에게 말했다. 그러자 그는 기분 나쁜 미소를 머금은채 그녀에게 다가왔다. 그녀는 그의 기분 나쁜 미소에서 상당한 불쾌감과 위험함을 느끼고 이렇게 소리쳤다.

"그 이상 다가오지말아요! 근처에 매니저도 있으니까 나한테 허튼 짓 하지않는게 좋을거예요!"

"오! 그렇군요. 하지만 어쩌죠? 별로 안무서운데. 내가 이래뵈도 갈때까지 가는 사람이라 보통 그런 협박은 유머수준이하, 애교 이상입니다."

그러자 남자는 과장된 말투와 굉장한 텐션이 오른 목소리로 말을 했다.

그리고는 멋대로 의자 하나를 가지고 와서 그녀 앞에 끌고 와 허락도 맡지 않고 그대로 앉으며 태연스럽게 웃으며 쾌활하게 그녀의 손을 잡으며 이렇게 말했다.

"신변에 대한 걱정은 말아요. 이래뵈도 다이애나씨의 굉장히 열성적인 팬이랍니다. '천칭자리의 수정구', '이삭은 절대 싹트지않는다.', '내게 5일이 주어진다면.', '카트리나', '폭풍우가 지면 무지개가 뜰때 오겠소.' 등. 꽤나 많은 연극 작품을 하셨지요? 내 여자친구는 원래 공연 같은 한자리에 오래 보는걸 잘 못하는데, 당신 작품은 잘 보는 편이랍니다. 이렇게 만나뵙게 되어 무척 영광이군요."

그녀는 그가 잡은 자신을 손을 쑥 빼고는 짧게 웃고는 나가달라고 단호히 말했다.

"네, 네. 그거 참 잘됐네요. 그렇지만 전 곧 있으면 공연에 들어가봐야해서요."

"아~! 그러시군요? 하지만 제가 지금 부터 하려는 이야기는 공연따위 중요치않을만한 이야기일 겁니다."

그녀는 아랑곳 하지않고 자기 할말만 하는 그를 못마땅하게 생각하고는 관심종자 팬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빨리 내쫓으려고 했다. 그런데 다음 그의 말을 듣고 몸을 움찔했다.

"그 향수. 뿌린 다음에 좀 이상하고 불길하고 위험하다는 생각, 안해보셨나요? 막 기괴한 헛것이 보인다거나, 그것 땜에 밤 좀 새웠다거나 한 일은 없었나요? 그리고 아는 지인들이 그 향수를 쓰고 죽어갔다거나 한 그런 일은 없었나요?"

"당신, 뭐하는 사람이야? 어떻게 그걸 알아?"

다이애나는 소름이 돋아 그의 정체를 물어보았다. 그는 코트 호주머니 속에 명함을 꺼내 건네주며 환하게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저는 더러운 일을 해치우는 해결사 필 그림입니다. 주로 개같은 갱단 놈들의 영역 확장을 막거나, 의뢰인이 싸질러놓은 똥을 치워준다거나, 개인적으로 위험하다고 판단한 괴물자식들이나, 물건을 제거하는 일을 한답니다. 돈만 주면 뭐든 해드립니다. 물론 고위험, 고수익이면 더욱더요."

다이애나는 명함을 들여다보고 그를 쳐다보며 이렇게 말했다.

"그럼 그 향수가 위험하다고 판단해서 오신건가요?"

"네! 물론이죠. 벌써 그 향수 때문에 사람이 4명 죽고 한명은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는걸요? 언론에서는 안티팬의 끔찍한 린치라고 말하던데….사실 그건 헛소린거 잘 아시죠? 본인이 직접 겪어 봤을테니까요. 그건 절대 '사람이 할 짓이 아니였어!'라고 생각하셨잖아요? 그쵸? 그 향수, 지금 가지고 있나요?"

"여기요."

"오늘도 뿌리고 오셨나요?"

"공연할땐 이걸 뿌려야 뭔가 일이 잘풀려서요…물론 뿌릴 수록 '그것'이 더욱더 선명하게 날 괴롭히지만요…."

"그거 주세요."

다이애나는 그에게 손가방안에서 향수를 허겁지겁 꺼내 주었다.

다이애나는 그 향수를 받아 손안에 두고 뻔히 쳐다보는 필 그림을 보고 그가 이 불길한 향수를 어떻게 없애줄지 기대하며 보았다. 그런데 별안간 필 그림은 향수를 자기에게 잔뜩 뿌리는게 아닌가? 다이애나는 경악하며 소리쳤다.

"아니 뭐하는 짓이예요? 그거 없애려 온거 아니였어요?"

"아, 네! 물론이죠. 음~일단 냄새자체는 문제가 없구만. 오히려 향긋하고….아아아….전율이 일렁거리는구만! 기분이 뿅갈거 같아! 이래서 여자들이 향수에 그렇게 목숨을 걸고 좋아하는군. 나같아도 그럴 거 같아."

필 그림은 오히려 향수의 냄새와 향수를 느끼며 감탄만 자아냈다.

그녀는 그런 그와 무언가를 보며 더 큰 소리로 악을 쓰며 이렇게 말했다.

"지금 장난해요?!!!! 남은 이렇게 고통받고 있는데, 해결사랍시고 막 들어와서 온갖 신경쓰게 만들고 말이야! 곧 있으면 공연인데 어떻게 해결 못해줘요? 난 하루종일 미칠거 같단 말입니다!"

"단지 공연 때문만이 아닐거 같은데…?"

필의 말에 그녀는 흠칫하며 그제서야 아무말도 하지않았다.

"지금 신경이 굉장히 날카로워지셨어요. 본인도 아시죠? 방금 그 태도는 나의 여유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무엇을 보았기에 그러신거죠? 자, 말해봐요. 당신은 무엇을 보았죠?"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않고 필의 손을 잡아 자기 쪽으로 당기고는 손가락으로 글씨를 쓰며 다급하게 이렇게 적었다.

'말하면 '그것'이 나의 존재를 알아챌거예요. 그리고 절대, 절대, 절대로! 뒤를 돌아보지마세요!!!!!'

필은 그 말을 알아듣고 씨익 웃으며 돌아보며 자신의 뒤에 서있는 검은 그림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렇구나~! 그래, 이제 알았어. 향수를 뿌린 사람에게만 네녀석이 보이는구만? 그치? 넌 그래서 이렇게 겁먹은 아가씨를 먹이로 삼는거고?"

괴물은 방 전체를 가득 채울거 같은 덩치를 하고서 필의 말이 끝나자마자 고막이 터질거 같은 우렁찬 포효를 내지르며 침을 뚝뚝 흘렸다.

토끼처럼 기다란 귀, 돼지 같은 코, 발톱을 잔뜩 세운 근육질의 팔다리, 길다란 냄새 나는 털북숭이 꼬리. 영락 없는 키메라와도 맞먹을 만한 끔찍한 외모였다.

겁먹은 다이애나는 필의 얼굴을 돌려 그것을 못보게 하려했지만 필 그림은 더욱더 능글거리게 웃으며 그녀의 손을 잡고 쓰담쓰담해주며 이렇게 말했다.

"저런, 저런! 아가씨를 겁먹게 하면 쓰나~? 이제 알았어. 이 향수는 말이죠. 다이애나씨. 사용자에게 자신을 사용하게 하면 모든 일이 잘풀리는 효과를 보여주는 거예요! 그래서 당신 동료들이 한동안 라이징 스타가 되었던 거예요! 하지만 문젠 그다음부터였죠. 향수는 특유의 냄새가 나니까 일종의 표식이 되어 저놈의 타겟팅이 된거죠. 자주 사용할 수록 놈이 점점 더 선명하게 보였던 겁니다.

그러다가 결국 완전히 냄새가 온몸에 각인되었을때 놈이 사냥을 시작한거예요."

필 그림은 그녀의 어깨를 꽉 잡고 흔들며 지금 저놈이 얼마나 잘보이느냐고 물어보았다.

"자~다이애나씨! 저 멋진 녀석이 얼마나 잘보이십니까? 예? 겁내지말고 말해보세요? 얼마나 잘보이세요? 저의 경우는 첫 사용임에도 불구하고 잔뜩 사용해서 그런지 아주 잘~~~보여요! 녀석의 땀샘까지 보일 지경이랍니다?"

다이애나는 필 그림에게 온갖 욕설이란 욕설을 퍼부으며 그가 미쳤다고 생각했다. 저런 흉측한 괴물 앞에서 어떻게 즐거워보일 수가 있지? 제정신인가? 하고 말이다. 그러나 필 그림은 욕먹는게 즐거운지 계속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괴물에게 앞으로 다가가 아이에게 타이르듯 이렇게 말했다.

"봤지? 아가씨가 꽤나 널 싫어하시는데~? 이래뵈도 꽤나 바쁘신 분이란 말이지. 그래서 말인데 이 자리에서 꺼져줘. 안그러면 너 큰일 날거다. 나 이래뵈도 좀 독해~여기서 끝장 볼 생각까지 하고있거든. 그러니 얌전히 껴져주면 목숨만은 살려주지."

그러나 괴물은 전혀 생각도 하지않고 앞발로 필 그림의 얼굴을 날려버렸다.

벽에 선혈이 튀며 필 그림은 머리가 박살난채 그대로 쓰러졌다. 다이애나는 순간 몸이 얼고 얼굴은 경악을 가득 찼고 눈물을 글썽거렸다. 괴물이 자기 앞으로 다가 올때까지도 아무것도 못한채로 그대로 앉아 있었다.

이대로 죽는것인가? 저 미친 남자는 도대체 뭐하러 온거야? 향수를 없애려 왔다며? 결국 말만 많은 남자였던건가? 안돼, 이번 공연은 꽤나 중요한 공연이라 내가 없으면 안된단말이야! 할리우드 진출까지 건 굉장히 중요한 공연이라고! 난 이렇게 죽을 순 없어! 근데 몸이 안움직여…..살려줘! 살려줘! 살려줘! 살려줘! 하지마, 하지마! 하지마! 오지마! 내게 오지마! 그 드러운 침을 흘리면서 나한테 오지말라고! 라고 생각하는 그녀였지만 절망스럽게도 괴물은 확실하게 그녀를 다음 목표로 정한 듯 움직였다. 그리고 귀청 떨어지는 포효를 내지르며 그녀에게 냄새나는 커다란 입을 벌렸다.

그때 누군가 나지막이 말하는 소리가 뒤에서 들렸다.

"경고를 무시하고 그냥 네녀석의 허기를 해결하겠다? 좋아! 네가 그렇게 나온다면 나도 이렇게 나와주지! 받아라! 이게 방금 내가 느낀 고통이다. 꽤 아플거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필 그림이었다! 그리고는 필 그림은 괴물의 꼬리에 손을 대었다.

그러자 놀랍게도 괴물의 머리에서 홍수 같은 피가 잔뜩 터지듯 나는게 아닌가?

괴물은 순간적인 상황에 크게 당황하며 아픔의 비명소리를 내었다. 하지만 그걸로도 쓰러지지않았다. 필 그림은 씨익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그래! 네녀석이 사람들에게 그렇게 한 짓이 있는데~양심이 있다면 편히 쓰러지시면 안되겠죠? 자, 다음으로는 이게 지금 네녀석이 생사의 갈림길에 세워버린 카라씨의 고통이다! 어디 한번 맛 좀 봐라!"

필 그림이 또 다시 괴물의 몸에 손을 대자, 괴물은 이번엔 온몸에서 무언가에 뚜드려 맞은 것처럼 피가 튀며 이내 피를 토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벽이란 벽에 부딪히며 이내 도망치려 들었다! 필 그림은 기분 나쁜 웃음소리를 내며 괴물의 몸에 올라타 또 손을 대었다.

괴물은 굉장히 고통스러워하며 이내는 문을 부수고는 복도를 뛰어다녔다. 필 그림은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꽤나 덩치만큼 오래 버티는걸? 이거 괴롭히는 맛이 있군. 하지만 오래 시간 끌 시간이 없군. 나는 더 즐기고 싶은데, 다이애나씨는 나처럼 한가한 사람이 아니여서 말이지! 여기서 끝을 내보지! 잘가라! 이번 고통은 절대 네 녀석 따위가 버틸 수 있는게 아닐테니까!"

필 그림은 괴물의 머리까지 겨우 기어 올라와 괴물의 머리에 손을 대고는 마지막 고통을 괴물에게 내렸다. 그러자 괴물의 온몸이 불타기 시작했다! 괴물은 괴로움에 휩싸여 포효를 하며 몸을 마구 흔들어 댄 탓에 필이 바닥에 굴러 떨어졌다. 그리고 검게 탄 괴물은 곧 휘청거리더니 차가운 대리석 바닥 쓰러져 죽어버렸다.

"역시! 능력이 통할 거 같았어. 카라씨가 거실에 쓰러진채 발견 되었을때 온 집이 박살 났고 들고 있던 의자 마저 박살 난걸 보고 집안에서 무언가 싸웠다고 가정했을때 보이지않는 무언가와 싸웠다고 가정했고, 의자가 부서졌다는건 헛것을 보고 물건들을 박살내고 있었다거나, 그것이 의자를 맞고 의자가 부서졌다는 거지. 그래서 물리적 충격이 가해질 수 있다면 내능력도 통할 거라 생각은 대충했어.

아….피곤하군. 이번엔 확실히 고통을 너무 많이 공유했어. 온몸이 욱씬 거리네. 당분간은 쉬어야겠어.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또 일해야겠지만."

필 그림은 다이애나에게 다시 돌아가 향수를 코트 안주머니에 넣고는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일은 일단 해결 했습니다. 해결비는 따로 안받아요. 이건 어디까지나 개인적으로 하는 일이니까요. 그러니까 향수는 제가 가져갈게요. 당신 같은 일반인이 가지고 있기는 위험하니까요. 자, 이제 가세요. 곧 있으면 공연하겠네. 안그래도 이 일이 끝나면 당신 공연 보려고 티켓 예매해놨거든요. 오늘도 좋은 공연 부탁드려요. 다이애나씨!"

http://sandbox.scp-wiki.kr/pil-grim1

http://sandbox.scp-wiki.kr/2

http://sandbox.scp-wiki.kr/3

http://sandbox.scp-wiki.kr/4

http://sandbox.scp-wiki.kr/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