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세계 해결사 필 그림:태양의 그릇1

제 1화:태양의 그릇 이야기(上)

그렇게 스튜디오에서 한바탕의 소동이 있고 난 후의 3시간 뒤, 시내의 오른쪽 중앙에 위치한 해결사 관리 본부에 도착한 필 그림은 출입증을 찍고 안으로 들어가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가득찬 내부에서 숨을 고른 후 중얼 거리며 엘리베이터를 누르고 기다렸다.

"이게 날씨냐? 완전 찜통이네, 정말이지 다음 겨울은 얼마나 추워질지 짐작도 안가는군."

엘리베이터가 도착한 뒤, 필은 35층을 눌렀다. 그렇게 한참을 지나 35층에 도착한 필은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자동문에 출입증을 대고 승인을 기다렸다.

"해결사 D44444번, 필 그림님. 어서 오세요."

기계음이 그의 코드번호와 이름을 말하며 커다란 자동문이 열렸다.

필 그림은 출입증을 다시 주머니에 넣고는 비서 사샤양이 있는 안내 데스크로 가서 관리자님이 계시는지 물어보았다.

"안녕? 나 왔어."

"어서오세요. 일은 끝내시고 온거죠?"

"응, 별다른 피해 없이. 그 꼰대양반은 아직도 여기 계셔?"

"네. 어서 들어가보세요. 안그래도 필씨의 보고를 기다리고 계셨어요."

"그래, 그럼 잠시 실례할게~."

그렇게 안내데스크에서 오른쪽 복도로 걸어가 커다란 문을 3번 두드리자 양옆으로 문이 열렸다. 필은 안으로 들어가 관리자에게 정중히 인사하고는 일이 끝났음을 보고했다.

"전부터 말씀드렸던 라이징 스타 연쇄 살인사건을 조용히 막고왔습니다. 해당 사건은 더이상 피해는 없으며 원인 되는 물건을 회수해왔습니다."

백발에 염소수염을 풍성하게 기른 단정한 넥타이에 회색조끼와 청색계열의 와이셔츠, 검은 구두와 잘 다려진 회색 바지를 입은 사업가 느낌이 물씬 나는 관리자는 문신을 한 두손을 모아 가지런히 깍지를 낀채 턱을 올려놓고 필에게 가까이 와서 앉으라고 말했다.

필은 손님용 소파에 앉으며 그가 다음 말을 하기도 전에 코트 안주머니에서 향수와 향수 성분 분석표를 꺼내 탁자 위에 올려놓으며 이렇게 말했다.

"이번에 살해당할뻔했던 피해자는 그간에 피해자들과 친분이 있었던 다이애나 롤링스타였습니다. 범인은 피해자들이 가장 주목 받는 순간을 노려 살해하는 페티쉬가 있을거 같다는 추측을 제가 한 적 있었죠? 그리고 이 향수가 피해자들에게 차례차례 전달 되겠끔, 가짜 유언장을 써서 현장에 잘 보이는곳에 두었다는 추측까지도요. 그 근거가 가짜 유언장이라고 추측되던 각각의 유언장들에게서 피해자들이 썼던 향수의 냄새가 났고 너무 대놓고 현장에 잘보이는 곳에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더욱더 수상하다고요.

자, 이게 그 문제의 향수입니다. 일반 향수보다 더 향이 강렬하더군요. 알고보니 이 향수에는 집중력을 비정상적으로 올려주는 성분이 검출 되었습니다. 향수에 쓰였던 재료들 중에 각성제도 들어간걸로 밝혀졌고 그중 알 수 없는 물질이 하나 나왔습니다. 학계에서도 나온 적 없던 미발견 물질이라 아직 이 물질에 대해서는 밝히면 안될겁니다. 뭔가….확 미래를 바꿀만한 것이라고 확신이 들었거든요.

어찌되었든 그 범인은 제게 잡혔고 이 향수도 압수했습니다. 일단 가지고 있는 향수가 이거 하나밖에 없다고 하더군요."

관리자는 성분 분석표를 한번 흝어보고 필에게 범인의 행방을 물어보았다.

"그래, 지금까진 나쁘지않군. 꽤 그럴싸해. 그래서 범인은 어딨나?"

"죽여버렸습니다. 게다가 사람들이 절대 찾지 못할 곳에 두었죠. 어차피 발견된다고 해도 절대 일반 사람들은 못볼테지만요."

필은 자신 만만하게 씨익 웃으며 자랑스럽게 말했다.

관리자는 골치 아프게 되었다는 표정을 짓고는 이렇게 말했다.

"난 분명 언론 뒤에서 범인의 다음 범죄를 막아달라고만 말했을텐데? 어째서 그렇게 자꾸 독단적으로 행동 하는겐가? 게다가 죽이고 시체유기까지?

지금 라이징 스타들이 한둘이 살해 당한게 아니야. 4명이나 살해 당했어! 그중 유일한 생존자인 카라 그웬데이저는 의식불명이고.

팬들과 언론의 분노가 얼마나 큰지 몰라? 그들은 놈이, 아니 년인지 아무튼 범인의 심판을 바란다고!

아무리 우리가 돈받고 더러운 일을 한다지만 살인과 시체유기는 안돼! 암, 그렇고 말고! 애초에 내가 네녀석의 설득 끝에 내린 명령은 그저 막으라고만 했지!

갱단의 세력 확장을 막는다거나 그외 의뢰는 잘 처리하는 너지만 왤케 가끔씩 독단적인 행동을 하면서 우리 일에 단속처리가 될 만한 위험천만한 행동만 골라 하는겐가? 자네 빽이있나? 아니면 뭐 믿을 만한 무언가가 있는거야? 그것도 아니면서 도대체 무슨 생각인가?"

"이 사건은 일반인들에게는 절대 공개해서는 안되는 사건임은 분명합니다. 이 성분 분석표에서 나온 단 하나의 알 수 없는 물질만 해도 그래요."

"그 단 하나의 알 수 없는 물질 때문에 고작 자네가 그렇게 해결하고자 했던 사건은 비밀로 하고 범인을 멋대로 죽이고서 해결한다고? 만일 하나 경찰과 협력 수사를 안해서 다행이지….경찰, 그 짭새 녀석들이 알아차리는 날엔 이 곳은 문을 닫을거야, 자네 때문에! 실적이 좋고, 이 회사에 몇번이나 도움을 주었던 자네라서 내가 해고 하지않을거 같나? 조만간 아주 큰걸로 잡혀가는 날엔 나도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을 생각이니 각오하는게 좋아."

관리자는 필을 보고 한심한 눈초리를 하며 한숨만 푹쉬며 성분 분석표를 금고안에다가 넣어버리고는 다시 앉아 이렇게 말했다.

"시체의 위치따위는 굳이 묻진 않겠네. 원래대로라면 범인을 경찰에게 몰래 인도하여 약간의 딜을 할 생각이었지만 이미 죽인 시점에서 자칫하면 우리가 범인으로 몰릴거야. 그럼 이 곳은 단속 대상이 되어 문을 닫을지도 모르지.

마지막 경고일세. 한번만 더 개같은 일처리를 보여준다면 나도 더이상은 가만히 두지 않을걸세! 이제 당장 나가! 꼴도 보기 싫으니까. 향수는 거기에다가 두고."

필 그림은 그렇게 관리자에게 정중히 작별 인사를 하고는 향수를 탁자 위에 두고 그대로 해결사 관리 본부를 떠나 또다시 어디론가 사람들 틈에 섞여 사라져버렸다.

그렇게 6시간 후, 일반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않는 지하 도시이자, 보호소 역할을 하는 '다크 쉘터'에 도착한 필은 다크 쉘터 사람들에게 한명씩 인사하며 갈길을 가고있었다. 쉘터 사람들도 필에게 경의심과 친절함으로 친근하게 인사해주었다.

그들은 일반 사람들과 다른 '힘'이 있었는데 필도 그런 그들과 같은 신세였다.

​그런 그들은 사회에서 알려지면 안되는 존재이자, 괴물 취급을 받는 것들이었기에 이를 은폐하고자, SCP 재단은 간수 역을 자처하며 그들을 비밀리에 사회와 격리 시켰다. 여기서 SCP란 Secure, Contain, Protect. 확보, 격리, 보호.의 약자이다.

​즉, 각종 변칙적인 괴물이나 물건들을 확보 및 격리하는 단체로 일반들에게는 가상의 비밀조직단체로 잘 알려져있었다.

문제는 잘 관리만 해주고 이끌어주면 굳이 '힘'을 쓰지 않아도 일반 사람들과 섞여 살 수 있는 존재나 사람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변칙적 개체'라는 이유로 인간형 SCP들도 잡아들여 격리 시켰다. 의사존중 여부에 상관 하지않았으며 나이, 성별도 상관 없었다는 듯이.

하지만 그들만 있는게 아니였다. 세계 오컬트 연합이라고 하는 재단과는 전혀 반대 성향을 띄는 이 단체는 변칙적 존재와 관련된 것은 모조리 파괴하거나 불태우거나 하는 극단적인 행동을 펼쳤기에 정말이지 필과 변칙개체들에게서도 재단 다음으로 위험한 단체들이 아닐 수 가 없었다.

필도 20대 초반에 자신의 '힘'을 들켜 재단에게 자신의 존재를 발각 당해 사회에서 격리 당할뻔 했으며 그때문에 어머니, 아버지와 함께 이곳 저곳으로 이사를 다니다가 자신 때문에 고통받는 어머니, 아버지를 더는 보지 못하겠다며 자취라는 명분으로 가족과 따로 떨어져 살게 되었고 도청을 당한다는 사실도 알게 되어 결국 연락마저 끊고 말았다.

이후, 해결사로 일하게 되면서 돈을 꾸준히 모아 뒷세계의 부동산 업자에게 거금을 주며 지하도시나 쉘터로 쓰거나 장기간 지낼 곳이 있는지 알아봐 달라고 했고 그렇게 만들어진 곳이 폐허가 된 지하철시설을 기반으로 건설된 '다크 쉘터'였다. 그뒤로 필은 자신과 같거나 조금은 위험하지만 관리만 잘해주면 일반인과 별 다름 없는 인간형 변칙적인 존재들이나 인조로봇 등을 거두어 이곳에 살게 해주었다. 뿐만 아니라 변칙적 괴물들과 물건들도 이곳에 보관해두거나 살게 해주었다. 단, 괴물의 경우는 정말 위험하지않는지 꼼꼼하게 살펴본 다음에서야였고, 이성적이지 않을뿐더러 살인을 즐기거나 정말 위험한 존재라면 가차 없이 오늘처럼 독단적으로 필의 능력으로 죽여버렸다.

대부분 다크쉘터의 수장으로써 위험한 괴물과 물건들을 제거, 회수하는건 전적으로 필, 자신의 일이었다.

필은 쉘터에서 자신이 없는 동안 자리를 맡아주었던 짐에게 인사하며 별일 없었는지 물어보았다.

"어이! 짐! 나 왔어. 어때? 여긴? 내가 없는 동안 별일 없었지?"

​"딱히 없었다. 네녀석은 이제 오는건가? 금방 오겠다더니."

"아아, 사정이 좀 길어. 어째든 물건은 회수했어. 그 꼰대관리자한테는 진짜같은 가짜를 주고 말이지. 애들은?"

"안쪽에 있다."

"그래, 그럼 쉬어."

필은 짐의 어깨를 툭툭 건드리며 쉘터에서 가장 큰 방으로 들어갔다.

그 방은 관리실로 다른 지하철시설의 관리실보다 10배는 더 컸으며 그곳에는 필, 자신의 방도 연결되어 있있다. 안으로 들어간 필은 쉘터 주민들과 현재까지 보관 중인 물품검사를 하던 자신의 심복인 리키와 히키 형제를​ 만났다.

리키와 히키 형제는 발랄함이 넘치는 청년들로 예전에 범죄조직에서 일하던 경력이 있어 언제나처럼 검은 정장 차림으로 일을 똑바로 처리하고있었다.

형제는 필이 돌아온 것을 보고 환하게 웃으며 그를 반겼다.

"어서오세요! 대장. 조금 많이 늦으셨네요? 이번 일을 고되었나봐요?"

필은 웃으며 향수를 꺼내 주며 그들에게 한가지 부탁을 했다.

"그럼! 연극공연 있는 스튜디오에 들어가기란 참 어렵단 말이지. 그래도 물건은 회수해왔어. 게다가 그 꼰대 관리자에게 현실성 있게 거짓말 하기도 참 힘들단 말이지. 자, 이거 언제나 처럼 회수실 금고에 넣어줘. 참 그리고 이 향수를 만든 장본인 좀 찾아와. 향수를 뿌리면 나오는 괴물은 내가 죽여버렸지만 여전히 장본인은 찾을 수 가 없어서 말이지."

리키는 그말을 듣고 필에게 한숨을 쉬며 이렇게 말했다.

"아시겠지만 변칙적인 존재나 물건을 만든 장본인을 찾기란 늘 힘들어요. 원더테인먼트 박사나 공장같은게 아닌 이상 말이죠. 애초에 이 둘도 정체를 제대로 모르고 잡을 수도 없을뿐더러, 특히 이번사례처럼 독단적으로 만든 물건이라면 더욱더요. 출처도 알 수도 없고 그 장본인의 생존가능성도 예측 불가하고, 영원히 찾을 수 없을지도 몰라요."

히키는 그런 리키의 말에 이어서 윙크를 하며 활기차게 대답했다.

"그래도 대장이 원하신다면 일단 알아볼게요."

"그래, 잘 부탁해. 카터는?"

"대장이 어제 부탁한대로 쉘터 멋대로 침입해 주민 한명을 부상입게 만들었던 변칙개체 '흔들리는 잔상괴물'을 처리하러 갔어요."

리키가 대답했다. 필은 머리를 긁적이며 형제에게 카터에게 자신에게 돌아오는대로 결과 보고하라는 말을 전하라고 하고는 다시 쉘터를 빠져나왔다.

"아아, 그랬지 참. 조만간 보안 문제도 해결해야겠군. 어째든 그녀석, 돌아오는 대로 나한테 결과 보고하라고해."

그리고 저녁 7시가 되어서야 필 그림은 자신의 해결사 사무실로 도착 할 수 있었다. 코트를 옷걸이에 걸고 손을 씻고 온 필 그림은 조수 피오나와 정인하가 서로 붙어서 TV를 보면서 자고있는 것을 보고 싱긋 웃으면서 담요를 덮어주고 부엌으로 가서 저녁 준비를 했다. 딱 마침 음식 재료가 하나 부족했지만 곧 그 걱정도 없어졌다.

딸랑거리는 문의 종소리가 들리고 후드를 뒤집어 쓰고 마스크를 낀 여자가 부엌으로 걸어와 식탁 위에 음식재료로 가득찬 봉투를 내려놓고 왔다.

그녀는 마스크와 후드를 벗고 생긋 웃으며 필에게 백허그를 하면서 다정하고 색기있는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자기, 앨렌 왔어요~! 오늘 냉장고가 좀 비길래, 미리 좀 사러나갔지. 어때? 앨렌, 잘했어?"

"잘했어요~우리 자기! 어떻게 이렇게 딱 맞춰 올 수가 있어? 배고프지? 씻고 옷갈아입고 와. 애들 좀 깨우고. 곧 밥먹어야하니까."



필은 그런 여자친구를 칭찬해주며 씻고 오라고 했다.

그녀의 이름은 앨렌 키에데르 케테르, 평소에는 시스루와 빨간 자켓을 입고 다니며 성격은 화끈하고 능글거리며 자신을 3인칭으로 말하는 버릇이 있다.

옅은 빨간머리에 창백한 안색, 노란색 동공에 역안을 한 미인의 화염 능력자이자, 한때는 미국 샌프란 시스코에서 악명 높은 악당이었다.

수많은 화재사건과 그에 비롯된 인명피해들은 모두 그녀가 한 짓이었다.



예를 들어 과거 무능력자에다가 자신의 눈이 역안에 노란 동공이라고 악마취급하며 어머니와 자신을 학대 했던 아버지가 마약을 했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커서 그 동네에서 대규모 대마초 사업을 하며 살던 거대 갱단의 조직 보스가 점심식사를 위해 패밀리 레스토랑에 가서 식사를 한다는 사실을 전해 듣고 시민들과 직원들 포함해 갱단의 조직보스와 따라 나왔던 부하들까지 건물째로 모조리 불태워버린 사건이 있었다.



그외에도 셀 수 없이 많은 악행을 저질러 왔으며 그럴때마다 미국 정부는 그녀를 단독으로 방화, 폭탄 테러를 일으키는 수배범으로 뉴스를 통해 시민들에게 전달했다. 물론 그것은 미국에 본부를 두고 있는 SCP재단과 미국 정부의 의견이 오간 대중들에게 내보낸 가짜 정보였다. 하지만 수배령을 내린 것은 사실이었다.

그런데 불행 중 다행일까? 그뒤로 한달 뒤에 지인의 초대로 영국에서 샌프란 시스코로 놀러온 필이 그녀의 테러에 휘말리게 되면서 필에 의해 그녀는 구출 되었다. 정확히는 필 그림 자신이 생각할때 그녀의 화염을 다루는 힘은 자신의 '고통 공유 능력'을 합하면 최악의 상대를 상대할때 굉장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비장의 카드로 생각해, 자신의 능력으로 그녀의 화염 능력을 그대로 받고 자신이 받은 화염에 대한 고통을 공유하여 그녀를 기절시켜 데려왔다. 무엇보다 이뻤으니까!

즉, 순전히 그녀의 능력을 보고 이용해먹을 필의 욕심과 개인적 호감 때문에 그녀는 그에게 구출 될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지인과 서둘러 작별 인사를 하고 재단이 뒤쫓기 전에 샌프란 시스코를 떠야만 했다.

(이 과정에서 다크쉘터에 연락하여 공간이동 능력을 가진 리키에게 그녀를 다크 쉘터로 운반시키고 자신은 그대로 서둘러 비행기 표를 뽑고 도망쳤다.)

그렇게 그녀는 필에게 철저히 조교를 받고 그의 충실한 조력자이자, 그의 여자친구가 되었다. 그 뒤에 이야기가 더 있지만 그것은 다음에 좀더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다.

필은 앨렌이 가져온 음식재료로 마저 음식을 조리했다. 그로부터 몇 십분 후, 식탁에 조리가 된 성대한 만찬들과 함께 필과 앨렌, 조수 피오나와 정인하는 저녁식사 기도 후 음식을 맛있게 먹고 있던 중이었다. 누군가 밖에서 노크를 했다.

필은 먹다가 말고 일어나 휴지로 입을 닦고 그대로 문으로 다가가 힘차게 열며 고객 맞이용 웃음으로 문 앞에 선 낯선 방문객을 맞이하며 그에게 이렇게 말했다.

"네, 필 그림 문제 해결 사무소에 잘 찾아오셨습니다. 코트 받아드릴까요?"

롱코트에 중절모를 깊게 눌러 쓴 중동남자는 손을 내밀며 괜찮다고 말하고는 식사시간에 미안하지만 급하게 의뢰할게 있다며 들어가도 괜찮겠냐고 공손히 물어보았다.

188쯤 되어보이는 이 건장한 체격의 중동남자의 공손한 말투와 행동에 필 그림은 '덩치에 안맞게 행동하는 격식있는 사람이군.' 이라고 생각하며 계속 웃음기 가득한 표정을 유지하며 들어오라고 말했다. 그리고 부엌에 가서 앨렌와 조수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손님이다. 오늘은 내가 상대 할테니 다들 계속 밥 먹어. 내가 먹을껀 남겨 놓고."

필 그림은 중동의 남자를 웃는 얼굴로 의뢰방에 안내하고는 손님용 의자에 앉으라고 말하고는 책상 서랍에 넣어두었던 여분의 메모장 하나를 꺼내서 자신의 의자 옆에 있는 조수용 의자에 메모장을 올려두고 의자의 왼쪽 팔걸이 부분에 있는 조그만한 빨간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유리로 된 사람 형상이 나타나더니 메모장을 들고 오른쪽 팔걸이의 주머니에서 샤프를 꺼내 들고 무언가를 받아 적을 준비를 했다.

사실 이 의자는 조수 정인하, 또는 피오나가 앉을 상황이 되지 않는다면 필 그림이 이와 같이 대타로 사용한다. 하지만 이 의자 역시 변칙적인 개체로 오로지 이 빨간 버튼을 눌러야만 움직이며 독자적인 의지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필이 예전에 혼자 활동할때는 이 문제의 의자를 자주 이용했었다. 참고로 의자는 어느 변칙개체 수집가에게서 필 그림이 깽판 치면서 훔쳐온 것이다.

필 그림은 자신의 의자에 앉으면서 유리인간을 보고 놀란 중동의 남자를 웃으며 간단한 거짓과 진실이 섞인 설명을 하며 안심시킨 후 무엇 때문에 이곳까지 왔느냐고 물어보았다.

"이건 제가 독자적으로 만든 의자입니다. 아직 특허 신청은 하지않았어요. 저만 쓸려고 만든겁니다. 지금 처럼 제 조수가 앉을 수 없다! 라고 판단되면 제가 대타로 쓰려고 만든거라서요. 그러니 너무 신경 쓰실 필욘 없을거 같군요.

그래서 무슨 일로 이 야심한 저녁에 찾아오신겁니까?"

중동의 남자는 체면을 지키기 위해 헛기침을 하더니 다시 점잖게 말하며 자신과 의뢰에 대해서 설명했다.

"내 이름은 조셉 아브라함이오. 굉장히 중요한 물건 하나 때문에 여기까지 찾아왔소."

"그렇군요. 잘 알겠습니다. 헌데….하나만 어쭈어봐도 되겠습니까? 혹시 여기로 오기 전에 누군가에게 신고하거나 같은 의뢰를 전달하셨습니까?"

필은 친절한 웃음을 계속 유지하며 혹시 경찰이나 탐정들, 혹은 다른 해결사들과 그가 연결 되었는지에 대한 여부를 알아보기 위해 그를 살짝 떠보았다.

그러자 중동의 남자는 고개를 저으며 이렇게 말했다.

"아니오. 절대로 그런 일은 없소. 언론에서도 알려지면 안되는 굉장히 숨겨진 역사가 있는 물건이라서 당신 외에는 아무한테도 가지않았소."

"오~그래요? 잘 찾아오셨습니다. 근데 해결사들은 저 밖에 없는건 아닙니다. 다른 유능한 해결사도 많고 탐정들도 저희들 처럼 은밀하게 일을 처리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개인적으로 탐정도 생각해놨지만 그들도 역시 언론과 가끔 노출 될 수 있으니 완전히 뒷세계에 관여 할 수 있는 해결사들이 적합하다고 생각하여 의뢰를 요청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해결사들 중에서 특이한 물건을 찾는데에는 당신이 일가견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이렇게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역시나~으흠! 눈이 아주 좋으시군요."

필은 그 말을 듣고 우쭐거렸다. 그러자 옆에 있던 유리인간이 메모장에 무언가 적고 종이를 떼어내어 필에게 전해 주었다.

'멍청이'

"닥쳐, 데이브."

필은 속삭이듯 말하며 유리인간에게 웃는 얼굴로 욕을 했다. 그리고는 남자한테 의뢰 비용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다.

"그럼 얼마까지 알아보고 오셨나요?"

"선 20만. 그리고 후 800만."

필은 그 순간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합쳐서 820만? 그정도면 개인생활비에 쉘터 운영비까지 모두 해결되고도 두고두고 남을 돈이었다. 필은 단 한번의 망설임도 없이 덥석 받아드렸다.

"좋습니다. 그 의뢰 제가 하죠."

'조금은 생각하고 해. 갑자기 찾아와서 그런 거액을 준다니, 수상하지도 않냐? 또 그렇게 당하고도 나중에 해결할 생각이냐? 학습능력이 그렇게 없어?'

데이브가 또 종이를 건네주었다. 그래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전에도 거액의 보수라고 덥석 받아드렸다가 알고보니 변칙개체를 찾아서 이용하려 했던 범죄조직의 수장 일이 있었다. 그땐 오히려 그 변칙개체를 이용하여 자신을 엿먹인 범죄 조직을 궤멸시켜 버리면서 해결했었다. 너무나도 개인적으로 고생이 컸던 사건이었다.

하지만 아무런 걱정 없이 쉘터 사람들을 먹여 살릴 10년동안의 쉘터 생활비를 얻을 수 있었기에 그는 그 사건을 마냥 나쁘게 생각하지않았다.

오히려 쉘터 사람들을 위해서라면 은행에서 대출을 땡겨오고 일부러 빛을 한번에 갚으려고 고수입, 고위험 의뢰 맡기까지 했는데 수장으로써, 해결사로써 그에게는 뭐가 무서울까? 그래서 이번에도 필은 유리인간 데이브한테 이건 천금일확의 기회라며 오히려 설득하고는 중동의 남자에게 악수를 청했다.

"이런 비즈니스, 거절하면 예의가 아니죠. 그래요. 그래서 우리 의뢰자님께서는 뭐가 그렇게 급하신겁니까? 어떤 물건이죠? 그 찾는다던 물건이."

"태양의 그릇에 대해서 아십니까?"

들어 본적 없었다. 대게 이런 경우, 사기거나 진짜 희귀한 물건이라서 아는 사람이 극히 적을 수 밖에 없는 사연이 깃든 물건이거나, 또는 그러한 변칙개체일 것이다. 필은 늘 이런 의뢰를 들으면 이런 생각을 하며 항상 스스로 인지하고 의뢰를 경청했다. 중동의 남자는 계속 말을 이어갔다.

"태양의 그릇. 황금빛으로 도금 되어있는 태양 그림이 그려진 중간크기의 원반형 그릇이라고 하죠. 이 그릇에 대한 탄생시기는 연금술이 유행이던 10세기를 지나 12세기 무렵에 휴고와 같은 학자에 의해서 유럽으로 연금술이 수입되었던 시기를 지나 페스트균이 창궐하던 14세기 중엽에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어째든 전해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페드로라는 연금술사가 만들었다고 하는데, 그의 가문은 가문대대로 한 영주의 가문에 지원을 암암리에 받으며 연금술사로 살아왔다고 합니다.

특히 그의 가문은 영주와 꽤 각별한 사이였기에 자연스럽게 두 집의 자제들은 서로 만날 기회가 있었고 그걸 계기로 페드로는 어릴때부터 남몰래 영주의 딸을 사모했답니다. 그녀는 언제나 밝고 쾌활하며 페드로가 연금술에 대해서 이야기 해주는걸 좋아했습니다.

그러나 신분차이로 커가면서 점차 만나는 시간은 자연스럽게 줄어들었고, 시간이 지나 청년이 된 페드로는 그녀를 그저 바라만 보는 입장이 되었다고합니다.

그래도 예전 처럼 이야기는 하지만 어릴때와는 달리 그들에게는 그렇게 많은 시간을 보낼 여유가 없었죠. 영주의 딸은 어느덧 마을에서 가장 아름다운 숙녀가 되어 아버지가 정해준 약혼남의 신부가 될 신부 수업 준비에 한창 할 나이대였으니까요.

그러던 어느날, 흑사병이 페드로의 마을에도 덮쳐왔습니다. 그리고 하나둘 흑사병에 쓰러지는 사람들이 생겼습니다. 당시에는 흑사병에 대한 강구책이나 치료제가 없었기에 더욱더 치명적이었습니다.

페드로는 아버지와 함께 마을을 구할 열쇠가 연금술 밖에 없다고 생각하고는 연금술로 치료제를 만들려고 치료제를 만들려고 애를 썼습니다. 하지만 소용이 없었죠."

중동의 남자는 숨을 고르고는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당시 연금술사들은 납을 금으로 만드는데에 성공했다고 믿는 만큼 두 부자는 연금술로 치료제를 만들 수 있을거라는 어리석은 믿음을 절대 버리지않았죠. 때문에 오히려 연금술로 치료제를 만들 동안 사람들은 계속 죽어나갔습니다.

영주는 영주 나름대로 의사들와 연금술사들을 통해 사람들을 구하려고 애썼지만 모두 헛 수고였죠. 결국 영주의 딸의 약혼남도 흑사병에 걸려 죽고, 영주와 페드로의 아버지도 흑사병에 걸려 죽어가게 되었습니다.

페드로는 죽어가는 아버지와 슬퍼하는 백성들과 영주의 딸의 모습을 보고 더욱더 연금술에 집착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사실을 안 영주의 딸은 페드로를 찾아가 페드로에게 연금술은 더는 도움이 안된다면서 포기하자고 말하였지만 페드로는 그녀의 앞에서 그만 화를 내며 그녀를 쫓아냈습니다. 그리고 그는 그녀에게 막대한 것을 후회하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