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곡: 개척자들

일반적 문맥에서, '개척자'라는 단어는 아직 남들이 가 보지 못한 세계로 과감히 뛰어들어 길을 만들고 표지를 남기는 자를 뜻한다. 그들은 인간의 가장 큰 공포 중 하나인 미지에 당당히 도전하는 사람들이고, 그 때문에 대체로 찬사와 존경을 받는다.

그러나 떡갈나무의 문맥에서, '개척자'라는 단어는 크게 두 가지 뜻이 있으며, 어느 쪽이든 찬사나 존경과는 대략 3킬로미터-멀다고 하기에는 애매하지만 그렇다고 가깝다고 하기에도 어폐가 있는 거리-정도 떨어져 있다.

두 가지 '개척자'들 중 하나는 알래스카 어딘가에 있는 문 닫은지 오래인 재즈 바를 의미한다. 이 '개척자'는, 원래 주인이 자신의 라이프스타일(바의 이름은 여기서 나왔다)을 공유하는 사람들을 불러모으겠다는 목적에서 지은 것으로 추정되는데, 유감스럽게도 일찍 문을 닫고 말았다. 개척자가 문을 닫는 원인이 된 문제들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큰 문제는 주인이 가지고 있던 '개척자'스러운 생활방식에 매우 큰 단점이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는 점이다. (그는 알래스카 외진 곳 어딘가에서 나름의 모험을 하다 실종되었다.)

그 이후로 '개척자'는 버려졌다. 전등은 '어둠'이라는 분위기밖에 연출하지 않았고, 바의 유일한 메뉴는 씁쓸한 맛이 일품인 '음침함'이었으며, 피아노는 그 유명한 존 케이지의 4분 33초를 열심히 연주했다. 이제 여기는 더 이상 '개척자'가 아니라, '뒤진자'나 뭐 그런 이름이 더 적합한 곳이 되었다.

하지만 당신이 만약 알래스카에 살고 있거나, 아니면 뭐 사업이라던가 그런 일로 알래스카에 들르게 되면, 한 번 그 오래된 술집에 들러 보는 것을 추천한다. 물론 거기에는 앞서 말한 것 외에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당신이 아주 운이 좋다면, 그리고 당신이 개척자의 문 앞에 서 서성이던 그 순간이 2030년 10월 11일 새벽이라면, 어떤 형체가 눈발 속에서 나타나 허연 입김을 내뿜으며 '개척자'의 문을 열고 들어가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만약 그것을 보았다면, 제발 부탁인데, "내가 유령을 봤으니 곧 죽겠군"등을 씨부렁거리며 줄행랑치는, 한숨 나올 정도로 틀에 박힌 짓거리는 하지 마라. 대신 "괜찮아, 요즘 세상에 유령이 어딨어? 있더라도 너무 뻔하다며 욕 실컷 처먹고 삭제됐겠지"라고 되뇌이며 앞 사람이 했듯이 문을 열고 들어가라.

그러면 사실 굉장히 평범하지만 전후 사정을 고려하면 매우 놀랍다 할 수 있는 광경, 즉 '개척자'가 멀쩡히 운영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테이블에 둘러앉아 게임을 하고, 술과 담배를 하며, 대화를 나눈다. 바에서는 새로운 바텐더의 등장과 함께 새로운 특별 메뉴를 선보인다. 전등은 형형색색의 빛을 발하며 참신한 연출에 도전하고, 새로운 피아노 연주자는 전임 연주자와는 정 반대의 방식(피아노 건반을 눌러 음을 내는 방식)으로 피아노를 연주한다…

"잠깐," 그리고 이때쯤 당신은 한 가지 의문을 갖게 될 것이다. "대체 이 양반들은 어디서 튀어나온 거야?"

기억력이 좋다면 아까 떡갈나무에는 두 가지 의미로서의 '개척자'가 있다고 말했던 것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첫 번째는 재즈 바, 그리고 두 번째가 바로 그 바를 찾는 아주 특별한 손님들이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떡갈나무 유랑극단의 예술가 분파, '가지'들 중 하나인 '개척자'들이다. 이 두 번째 의미로서의 개척자는 일반적 문맥의 개척자들과 비슷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아직 떡갈나무의 음악이 닿지 않은 곳을 찾아가 그곳에 떡갈나무의 음악을 퍼뜨리고, 그곳의 음악을 배워 유랑극단의 다채로운 가락에 섞어 넣는다.

그렇기 때문에 개척자들은, 의도한 건 아니지만 필연적으로, 이 세계에 존재하는 인간들 중 가장 먼 땅, 가장 차가운 바다, 가장 험악한 세계를 탐사하는 사람들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개척자 정기모임을 주최하기란 끝내주게 어려운 일이 되었다. 태반이 전파도 안 닿는 곳에서 노래를 부르고 다니니 이것도 어떻게 보면 필연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자유분방한 하드코어 모험가들이 다 함께 같은 장소에 모이는 날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아주 특별한 어느 행사에 참가하기 위해 6년에 한 번 그들의 여행을 잠깐 멈추고, 평소에 입던 여행복 또는 전투복(장소에 따라 필요할 때가 있다) 대신에 그들이 할 수 있는 가장 평화로운 옷차림을 한 채 알래스카에 있는 한 오래된 건물을 찾는다. '개척자'들이 '개척자'에 모이는 것이다.

2030년 10월 11일, 또는 떡갈나무 특유의 은유법에 따르면, '다섯번째 푸른 벌새가 아름다운 단풍 옆에서 노래를 연습하는 날'도 그런 특별한 날들 중 하나였다.

이런 이야기를 다 듣고 나면, (아직도 개척자의 문을 열고 안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중일 것이 분명한) 당신은 덜컥 겁이 나서 몇 마디 사과를 중얼거리며 문을 닫고 이번에야말로 줄행랑을 칠지 모르겠다. 한 가지 조언하자면, 그냥 들어가도 괜찮다. 아무도 당신더러 썩 꺼지라고 하지 않을 테고, 운이 좋다면 개중 사교성이 좋은 친구에게 다른 개척자들을 소개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당신은 이곳에서 불청객이 아니다. 어떻게 확신하냐고? 당신이 불청객이라면 개척자의 문을 여는 것조차 불가능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당신이 개척자 안에 들어가서 편안한 의자에 앉아 바텐더가 내온 음료를 좀 마시다 보면, 긴장감이 사라지면서 다음과 같은 광경을 보게 될 것이다.

벽에 달린 시계는 10시 5분 전을 가리키고 있고, 그 시계 바로 옆에서는 검은 코트를 입은 노인이 피아노로 당신이 들어본 적 없는 곡을 연주한다. 노인의 것으로 추정되는 검은 중절모는 피아노가 있는 단상에서 가장 가까운 테이블에 진토닉이 담긴 잔과 함께 올려져 있고, 바로 옆 자리에서 비교적 젊어 보이는 푸근한 인상의 사내가 노인을 바라보며 기타로 무언가를 연주하고 있다. 다른 자리에서는 다른 사람들이 저마다 할 일을 하고 있지만, 당신의 눈은 어째서인지 그 노인과 사내 두 사람들 말고 다른 곳을 바라볼 생각을 하지 않는 것 같다. 그 둘에게는 어째서인지 사람의 마음을 잡아끄는 특수한 힘이 그들의 모습에서, 또는 그들이 연주하는 음악에서 발산되는 듯하다.

당신이 두 사람을 멍하니 바라보는 사이, 벽에 달린 시계의 분침이 12시에, 시침이 10시에 도달하는 순간, 피아노를 연주하던 노인과 기타를 치던 사내는 무엇에 홀린 듯 갑자기 연주를 멈추며, 동시에 개척자(둘 다)는 침묵에 빠진다. 당신은 놀랐기도 하고, 겁이 나기도 해서 신경질적으로 주변을 돌아본다. 그러나 옆 자리에 앉은 사람에게 무슨 일인지 물어볼 필요는 없다. 두려워할 필요도 없다.

곧 앞 자리에 앉았던 그 사내가 예의 기타를 들고 피아노가 있는 단상 위로 올라간다. 그제서야 당신은 피아노 바로 옆에 작은 의자가 하나 있다는 것을 알아챈다. 사내가 의자에 앉자, 노인은 피아노를 닫고 단상에서 내려온다. 그러고는 아까 사내가 앉았던 그 자리에 앉아, 중절모를 머리에 쓰고 진토닉이 담긴 잔을 손에 든다. 노인은 잔을 내려놓고, 사내를 향해 고개를 끄덕인다.

사내는 미소를 지으며, 이번에는 당신도 잘 아는 곡조를 기타로 연주하기 시작한다. 당신은 어째서인지 익숙한 곡조임에도 불구하고, 생판 처음 듣는 노래인 것처럼 흥분함과 떨림을 누를 수 없다. 사내가 입을 열어 존 덴버의 노래 「Take Me Home, Country Roads」를 부르기 시작하자, 흥분과 떨림은 더욱 강해진다.

천국과도 같은 웨스트버지니아
블루리지 산맥, 셰넌도어 강

그곳의 삶은 오래되어, 나무보다도 나이가 많고
산맥보다는 젊으며, 산들바람처럼 지나가네

시골길이여, 나를 집으로 보내 다오
내가 속한 바로 그 곳으로
웨스트버지니아, 산의 어머니
집으로 보내 다오, 시골길이여

첫 번째 후렴구가 끝나갈 때쯤, 당신은 당신 뿐 아니라 그 자리에 모여 있던 다른 모든 사람들이 똑같은 떨림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심장이 더 크게 뛰고 온몸이 떨려올 때, 이번에는 노인이 노래를 이어받는다.

내 모든 기억들은 그녀와 함께 있네
광부의 딸, 푸른 물을 낯설어 하던

어둡고 칙칙한 색깔의 하늘
문샤인의 흐릿한 맛, 내 눈에 흐르는 눈물

시골길이여, 나를 집으로 보내 다오
내가 속한 바로 그 곳으로
웨스트버지니아, 산의 어머니
집으로 보내 다오, 시골길이여

당신은 당신도 모르게 후렴구를 따라 부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그러나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 모든 개척자들이 함께 노래를 부르고 있었으니까. 이 세상에 안 가본 곳이 없는 떠돌이들이 하나되어 부르는 고향에 대한 노래는 당신으로 하여금 강한 울림을 받게 만들고, 웨스트버지니아가 대체 어디 있는 동네인지도 모르는 사람들마저 웨스트버지니아를 고향으로 생각하게끔 만드는 이 노래의 마법은 개척자들의 노랫소리와 함께 한층 더 강력해진다.

아침에 나를 부르는 그녀의 목소리가 들리고

라디오는 먼 곳에 있는 내 고향을 떠올리게 하네

그리고 길을 따라 달리는 동안, 어제 집에 닿을 걸 하는 생각이 드네

바로 어제

개척자들은 이제 자리에서 일어나 노래의 후렴구를 부르기 시작한다. 당신도 덩달아 일어난다. 사내는 이제 기타를 노인에게 넘겨 주고, 단상에서 달려 내려와 문 앞에 선다. 문고리를 잡은 채로 만면에 웃음이 가득한 사내는, 힘껏 문고리를 당겨 문을 연다.

















그리고 문 밖으로 보이는 것은
알래스카의 눈보라가 아닌,
맑은 햇살이 내리쬐는 푸른 들판과
흰 구름이 떠다니는 새파란 빛깔의 하늘.

그리고 그 들판의 지평선 저 너머로 보이는
하늘을 떠받치려는 듯이 우뚝 서 있으며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숨이 막히게 만드는
커다란 떡갈나무, 떡갈나무 한 그루.

당신과 개척자들은 하나가 되어
노래를 부르며 떡갈나무를 향해 걸어간다.
그리고 그 유명한 행진이 시작된다.
세상의 고통과 슬픔, 이별과 단절을 치유하고
사랑과 유쾌함과 선하고 아름다운 모든 것을 노래하는
떡갈나무의 축제, 그 첫 번째 순서가.

떡갈나무의 날에 이곳을 찾아온 당신을, 유랑극단의 이름으로 환영한다.











"Take me home, country roads"
허브 | 첫 번째 주제: 떡갈나무와 푸른 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