쿼크세개의 샌드박스 2

그러니까 내가 어젯밤에 술을 너무 많이 마신 모양이다. 시발 하지만 사람이 추석인데 술 좀 마실 수도 있지. 아니 제가 술을 그렇게 좋아하진 않는데, 반 년 만에 뵌 친척 어른들이 한 잔 받으라고 주는 걸 어떡해. 친척 어른들 기분 좋아야 나한테 용돈도 주고… 음… 아니 이건 못 들은 거로 하자. 넘기고.

돌려 얘기하면 머리만 아프니까 바로 얘기하는 게 좋겠다. 쨘. 가위에 눌렸습니다. 쩔지. 심지어 첫 가위. 첫 경험은 언제나 떨린다지만 가위는 예외인 것 같다. 몸이 그냥 안 움직이니까. 물론 몸이 자기 스스로 움직이는 것보단 낫겠지만… 아니 그건 좀비잖아? 미군 아저씨들한테 총 맞아 죽는 것보단 가위가 나은 것 같아 취소. 아 좀비면 그냥 화염 방사기로 태우겠구나. 싫어.

미안해요 헛소리만 해 대서. 하지만 생각보다 가위라는 거, 진짜 할 짓 없는 일이라고. 밥이건 섹스건 심지어 숨 쉬는 것도 내가 일단 살아서 움직여야 가능한 거 아냐. 아니 그렇다고 내가 지금 죽은 건 아니지만… 그… 죽은 사람과 할 수 있는 행동의 영역은 다르지 않다… 그럼 내가 개념적으로 죽은 것과 어떻게 다른가 그런 생각을 해 보면… 머리가 아파. 숙취 시발.

그래서 뭔가 활동적인 행동을 해 보기로 했습니다. 머리 안 쓰는 거로. 사실 이 상태 너무 심심해요. 그… 어디 힘을 주면 풀린다는 얘기를… 들은 것 같은데… 어디더라… 좆인가…? 아니 시발 설마… 좆에 지금 힘을 줘서 어디에 써… 뭐지… 어디지… 신체 말단이었던 것 같은데… 코…? 코로 하자. 지금 어쨌든 난 안 죽었고 그럼 숨은 쉰다는 소리니까 코에 힘을 줄 수는 있을 거야. 와 논리적이야 좋다.

사실 빨리 힘을 줘야 할 것 같긴 하다. 눈 앞이 일렁거리는 게 더 심해진 것 같기도 하고 흠… 왜 일렁거리지… 혹시 눈동자만 움직이나? 하하 얼굴 말단 이 자식들 진짜 자유분방하군. 근데 코에 힘을 어떻게 주는지 모르겠어. 힘을 주는 게 가능하긴 한가? 평소에 줘 본 적이 있었어야 알지… 흠…

지금 보니 천장도 좀 달라 보인다. 아니 다른 천장이다 그런 전개는 아니니 안심해요. 사실… 사각 타일 같은데… 뭐지 어디지 화장실인가… 뭐 친척 집 화장실 천장을 본 적이 있어야지. 근데 나 화장실에서 자고 있어? 진짜로? 시발? 아 친척 이 양반들이 날 못 봤을 리는 없는데 고의로 놔둔 건가? 그러고 보니 나 어떻게 잠들었지? 으 내일 등 무지 배기겠네… 아님 지금도 배기고 있던가…

머리가 점점 더 아프기 시작했으니까 잡설은 그만하고… 음… 아마 손가락이었던 것 같다. 발가락인가? 뭔가 주술적 의미가 있다면 이런 것도 중요한 걸까? 손가락이라고 하자. 그게 내 심장에 더 가까우니까. 손가락이… 근데 무슨 손가락이 좋지… 검지에 아무래도 평소에 힘을 많이 주지 않을까? 그런데… 검지가… 내 몸에서 어디쯤이더라… 원래 가위 눌리면 이런 감각도 사라지는 거야…? 아 이런 생각 하니까 머리가 더 아프네.

머리는 둘째 치고 눈 앞도 더 심하게 일렁이는 것 같기도 하고. 이게 뇌에 힘 줄 때의 부작용 그런 건가. 한 30초 전부터는… 그러니까… 한 문단 위쯤부터는… 뭔가 천장에 까맣고 거대한 덩어리 같은 게 보이는 것도 같다. 음… 가위까지는 좋아도 귀신까지 보고 싶지는 않은데. 솔직히 화장실에서 귀신이라니 무섭다고요. 클리셰적이지만 무서워. 그리고 시발 내 망할 손가락은 어디에 있지.

좋아. 포기. 빠른 포기라고 하지 마요. 숙치에 시달리면서 이 정도 했으면 많이 한 거야. 숙치? 숙츼? 뭐더라? 뭐지? 나 나름 대학 나온 남잔데. 발음이 다 비슷하니까 이걸 글로 쓸 것도 아니고 뭐 괜찮지 않을까? 싀벌 머리 아파. 아니 왜 머리만 아프지? 잠깐 머리는 어떻게 위치가 느껴지는 건가? 어떻게 머리가 아프다고 아는 거지? 아… 아냐 생각 그만 할게요 머리 진짜 아프네.

아냐 역시 머리를 굴리는 게 낫겠어. 생각을 그만하면 무서워. 천장에 저건 대체 뭘까. 차라리 흔한 처녀귀신이면 이얍 필살 돌려차기로 날려 버릴 수라도 있지 저건… 그냥… 까맣네. 그냥 눈 앞이 흐려지는 건가? 아냐 그렇다기엔 시야가 다 가려진 것도 아니고. 저건… 뭐지… 아 아냐 아무리 그래도 귀신은 실ㅎ어.

발음은 왜 새는 거지. 내가 지금… 말을 하고 잇나? 팔은 안 움즥이니 글은 아니겟지? 근데 내 팔은 어디에 있지? 그 뭐더라 그… 음… 머리 아파. 무슨 얘기를 하려 했지?

아 그래 등이 배겨. 등인지는 어떡게 아는 거지. 가위가 푸ㄹ리는 건가? 근데 일렁거리는 건 왜 더 시ㅁ해지지? 까만 건 자꾸 커지네 저게 뭐ㅈ?

술을 먹지 말았어야 햇나 모지이상한데 이게 뭐가 이상하지


그러니까 내가 어젯밤에 술을 너무 많이 마신 모양이다. 시발 하지만 사람이 추석인데 술 좀 마실 수도 있지. 아니 제가 술을 그렇게 좋아하진 않는데, 반 년 만에 뵌 친척 어른들이 한 잔 받으라고 주는 걸 어떡해. 친척 어른들 기분 좋아야 나한테 용돈도 주고… 음… 아니 이건 못 들은 거로 하자. 넘기고.

돌려 얘기할 정신도 없다. 쨘 설사가 터졌습니다. 첫 설사가 아니라 다행이지만 마지막 설사는 아닐 것이기에 시발이다. 배 아파 죽겠네. 마침 폰도 사촌 동생 빌려 줬는데 똥이 그칠 생각을 않는다. 트위터 하면서 헛소리나 하면 최곤데 아쉽네. 화장실엔 똥이랑 나밖에 없는데.

늘 하는 헛생각 중 하나일 것 같긴 한데, 어쨌건… 똥도 내 일부일 거란 말이지. 그러니까 시발 이상한 소리인 건 아는데 몸 속에 들어가 있을 때는 그렇지 않을까. 왜 공포 영화에서도 팔다리 이식받은 사람이 그 부위가 반란을 일으키고 어쩌고… 그런 거 있잖아. 그런 거 못 봤다고? 저런.

미안해. 얘기가 더럽구나. 하지만 좀 더러울 수도 있지. 똥 싸는 사람에게 무슨 얘기가 나오길 바라는 거람. 그래서 그러니까… 내 말은… 똥이 만약 의식이 있다면… 네 개소리군요. 자제할게요. 알았어 닥칠게 내가 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