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마법학 개론

아, 마법이란 얼마나 달콤한 단어입니까. 나의 시간, 돈, 재산을 더 적게 들이고도 훌륭한 결과물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은 근대의 사람들에게는 꿈과 같은 일이었습니다. 사회의 불평등은 이제는 옛 말이 될 것이며, 모두가 신의 은총으로 유토피아 속에서 살게 될 것이라고, 당시의 언론이건 정부건 신이 나서 떠들어 댔지요.

그래서 수백 년이 지난 오늘날의 여러분이 보시기에 과연 그러합니까? 선하신 우리의 신이 강림했지만 사회는 여전히 견딜 수 없게 부조리합니다. 사람들은 집세에 허덕이고, 복지 정책은 축소한다고 잊을 만 하면 시위가 있으며, 역 앞에는 집이 없는 사람들이 가득하지요. 사회는 참으로 고루하여 바뀐 바가 있으면서도 없습니다.

물론 이것은 근대의 사람들이 너무 순진했던 바이기도 합니다. 빵이 있으라, 라고 한다고 빵이 공중에서 툭 튀어 나오면 내가 신이지 사람이겠습니까. 여러분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12년의 세월을 마법을 배웠지만, 기껏해야 컵 속의 물을 얼리거나 방 안의 공기를 따뜻하게 하는 정도가 고작입니다.

저라고 더하겠습니까? 마법 작동 범위를 암산하고 분자들의 운동성을 기적 반동의 감으로 때려 맞추는 일까지가 대저 사람의 한계입니다. 그럼 대체 휘두르면 무지개를 만드는 막대라거나, 스테이크 하나를 소환하는 주문은 누가 개발한 걸까요? 사람을 그렇게 갈아 넣을 만 한 돈을 갖고 있던 어떤 사람이겠지요.

그리고 주문을 사용하는 데에는 돈이 듭니다. 저작권료의 중요성이야 모르는 분이 없을 겁니다. 뭐 19세기 초반까지야 어떻게 몰래 쓰고 숨기는 것도 한 방법이었습니다만, 이젠 마법서와 사용자가 계약되었잖아요? 평균적으로 하루에 주문을 36번 쓰는 우리 현대인들은 가장 자본에 단단히 속박된 시대에 살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를 탈피할 훌륭할 방법이 있다면요? 빵이 있으라 하면 근사한 샌드위치에 차까지 떨어지는 마법이 있다면? 여러분은 내가 뭘 얘기하는지 알 겁니다. 이런 마법을 흑마법이라고 하지요. 에너지뿐만 아니라 개념이나 사고까지 획기적으로 절약하는 기적. 이 방법 또한 처음 발견되었을 때는 하나의 혁명이었습니다.

흑마법을 가장 널리 쓴 것은 놀랍지 않게도 혁명가들이었습니다. 지적 자본의 반복된 축적에 기여하는 마법에 반대한다는 사상적 이유도 있었지만, 더 큰 이유는, 무식하고 무일푼인 대중을 빠르게 무장하려면 이만한 무기도 없지 않습니까. 12년을 배워도 작은 불꽃이나 만드는 마법에 비해 흑마법은 개인이 미리 의식만 치렀다면 순식간에 여러 명을 죽일 수 있습니다.

흑마법이 왜 쉬운가에 대한 여러 가설이 있습니다. 가장 신빙성 있는 가설은, 어떤 이계의 신이 우리와 거래를 한다는 겁니다. 그럼 대체 대가로 뭘 받아 간다는 걸까요? 뭐 그 대답은 익히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솔직히, 저 정도의 유익함이라면 우리 정신에 접속할 권리를 얻어 간다는 게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지요.

광기에 빠져 이계의 신의 이름을 연호하고 다니는 사람들이 옳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어쩌면 그들은… 단순히 놓인 두 손 중 더 쉬운 쪽을 잡은 것일 뿐이지요. 제 말은, 두 손 모두에 대해 공정히 알기라도 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래야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르며 어떻게 그른 것을 척결할 수 있는지 배울 수 있지 않겠습니까.

회색의 지식을 탐구하게 된 것을 환영합니다. 그럼 지금부터 본 강의를 시작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