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성대, 그리고

모든 변칙개체는 사라졌다.
더이상 SCP-1…이젠 아니지, 증오의 별이 언제 떨어질까 마음 졸이며 살지 않아도 되고 꿈에 정장입은 이상한 말투의 아저씨가 나올 일도 없고 못생긴 조각상이나 검은 할아버지에게 두려워 할 필요도 없다.
더이상 환상적인 피자박스도 없으며 아이리스는 평범한 20대의 여성이 되었으며 브라이트 박사는 드디어 그의 염원을 이뤘다. 그렇게 세상은 평화가 찾아왔고, 진정한 태평성대를 맞이했으며 우리 재단은

직장을 잃었다.


"아아-니! 개 좆같은 세상같은 세상! 나한테 딱! 하니 숙련자의 포스를 어떻게 못느끼냐고!"
뉴욕의 한 식당. 4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남자가 술에 취한채 자기 앞에 앉아있는 친구에게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식당 전체가 떠나가라 소리 질렀지만 이곳은 직장이든 여자든한테 까인 사람들이 취하러 오는 명소로 소문난 곳이라 딱히 뭐라 하는 사람은 없었다.
"진정해. 어쩔 수 없잖아. 그렇다고 이력서에 그걸 적기라도 할거야?"
"왜못적어! 왜못적어!! 내가 15년 넘게 일 한 곳을! 왜못적어!!"
"그럼 적던가. 기록 하나없고 흔적이라곤 전부 지워진데다 하는 일도 안 알려진 수상쩍은 재단형식 기업을 이력내역으로 하겠다라, 뭐 힘내봐."
"…씨발……"
술취한 사내는 몸속 피와 알코올을 1:1로 만들겠다고 중얼거리며 술잔을 기울였다.
사내의 친구는 그 모습에 쓴웃음을 지으며 빈 술잔을 채워줬다. 벌써 몇번째더라… 이번 회사가 12번째였나?
SCP재단이 더이상 할 일이 사라지자 자연스레 재단은 해체됐고 사용하던 토지와 시설들은 그간 도움반쯤은 강제였을지라도을 받은 대가로 일부에 한해 각 지부가 속한 국가에 공헌하였다. 그리고 이 친구는 한동안 좋아하다가 한달 뒤 텅 비어있는 통장을 보고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40대의 취준생이 되어있다.
"…미친소리인거 아는데……"
"응?"
사내의 중얼거림에 회상을 멈춘 친구는 사내를 쳐다봤다.
"그때가 가끔은 그립다…"
"미친소리 맞네"
"그치…?"
"응"
"하… 지는 잘나가는 회사 들어갔다고… 하긴 요즘은 이런 두뇌파 애들이 잘나가겠지."
사내는 갑자기 공격의 방향을 친구로 돌리곤 그를 잠시 노려보던 사내는 술을 다시 입에 부었다.
"근데 왜! 나도 얘랑 같이 일했는데! 왜 나는…!"
"그… 미안한데 넌 가드였잖아. 직종이 다르지 않아?"
"으잉? 공부 잘했다고 유세냐?"
"아니, 넌 체육계로 가거나 군사학쪽으로 가면 잘나갈텐데 왜 굳이 이공계열을 하려는거야?"
"…시시하니까."
"뭐?"
예상못한 대답이였는지 친구는 얼굴에 다시 미친 이란 표정을 띄웠다.
"거기서 진짜… 비유가 아니라 진짜 목숨걸고 일했잖아. 그러다가 그런…거 하려니 놀이 같더라구. 그런거 있잖아, 어렸을때 막대기가지고 검술이라면서 놀던거."
"…"
친구는 문득 이 사내가 혼반의 습격을 두번이나 버텨낸 베테랑이란걸 떠올렸다. 진짜 총알밭 사이를 넘어 죽은 전우의 시체를 밟고 그걸 참호삼아 싸우던 녀석이 고작 훈련으로 성이 찰까…
왠지 씁쓸한 기분이 든 둘은 어색한 침묵을 가지고 술잔만 바라봤다
"에라-이 씨발!"
그 순간 누군가가 욕지거리를 내뱉는걸 들은 둘은 우리같은 애들이 또 있나 하고 바라보자 그곳에도 역시 자신들처럼 건장한 남자 둘이서 취업에 실"미친 씨발!"패했다며…어?
친구는 갑자기 옆에서 들려오는 사내의 욕에 깜짝놀라 그를 보자 사내는 놀란 얼굴로 아까 그 남자둘 중 키큰쪽을 가리키며 외쳤다.
"저새끼 그새끼잖아!"
그 목소리에 두 남자가 이쪽을 쳐다봤고, 그들 중 키 큰 쪽의 얼굴이 당황 가득한 얼굴이 되었다.
"넌…!"
키 큰쪽 역시 사내를 알아본 눈치였고, 놀란 둘의 옆에 있는 친구와 키 작은쪽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서로의 파트너에게 누구냐고 물었다.
"그놈이잖아! 혼돈의 반…읍!"
"미친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