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도 책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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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련번호: SCP-XXX-KO

등급: 유클리드 (Euclid)

특수 격리 조치: SCP-XXX-KO가 위치한 동굴을 중심으로 반경 50m를 철책으로 둘러싸고 일반인의 출입을 엄격히 통제한다. 대외적으로 SCP-XXX-KO는 가동을 멈춘 자연관측시설로 알려져 있어야 한다.

담당 연구진은 설치된 폐쇄회로 TV를 통해 항상 각 SCP-XXX-KO의 작동 속도를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관측 시스템에 문제가 생긴 경우, 또는 SCP-XXX-KO 중 하나라도 사전 지정된 평균 작동 속도를 150% 이상 초과한 경우 상황이 정상으로 돌아올 때까지 연구진은 SCP-XXX-KO에 상주하며 관측해야 한다.
SCP-XXX-KO 중 하나라도 사전 지정된 평균 작동 속도를 200% 이상 초과한 경우 P. 싱어 규약을 실시한다. 이에 따라 전 재단 시설에 경고 메세지를 보내며, UN과 공조하여 SCP-XXX-KO의 작동을 최대한 늦추고, 작동이 임박한 경우 그 피해를 최대한 예방, 수습할 수 있도록 대비한다.

설명: SCP-XXX-KO는 동굴 내 공동에 존재하는 일군의 모래시계들로, 크기는 약 수십 미터에서 15cm까지 다양하다. SCP-XXX-KO의 골조는 철제로 이루어져 있으며 몸체는 일반 유리로 이루어져 있다. SCP-XXX-KO의 내부에는 백색, 황금색, 흑색 등의 색을 띤 모래가 흘러내리고 있다.

각 SCP-XXX-KO의 앞에는 대상의 크기에 비례하는 석상(이하 SCP-XXX-KO-A)이 위치해 있다. SCP-XXX-KO-A들은 모두 죽어가는 사람의 모습을 나타내고 있는데, 이는 다양한 사인(死因)을 상징하고 있다. SCP-XXX-KO와 -A들은 모두 파괴불가능하다.

SCP-XXX-KO는 일반 모래시계와 다르게 시간의 경과에 따라 작동하지 않는다. 대신 각 SCP-XXX-KO에 해당하는 사인(死因)에 의해 인간종이 사망할 경우 작동한다. 사망하는 개체수와 흘러내리는 모래 알갱이 수는 1:1의 대응비를 보이며, 두 사건은 완전히 동시에 이루어진다.

SCP-XXX-KO의 가장 중요한 변칙성은 각 SCP-XXX-KO 내부의 모래가 완전히 하부로 내려왔을 때 나타난다. 이 때 SCP-XXX-KO는 내용물을 다시 상부로 이동시키며 자연재해를 발생시킨다. 발생되는 자연재해에는 분명한 규칙성이 있는 것으로 보이나 구체적인 규칙성은 연구 중에 있다.

SCP-XXX-KO는 201X년 변칙 개체를 이용한 충돌 흔적을 목격한 재단 요원에 의해서 발견되었다. 당시 바닥에는 모래가 어지럽게 널려 있었으며, 파괴된 노트북과 두 구의 시체가 함께 발견되었다.

일련번호 대응 XXX-KO-A 추정 재해
XXX-KO-1 수많은 사람들이 굶주림에 허덕이고 있다. 반면 몇몇 사람들은 그들을 외면하고 만찬을 벌이고 있다. 2005/8 미국 허리케인 카트리나
XXX-KO-3 사람들이 다양한 종교의 상징물에 고개를 조아리고 있다. 그리고 그들과 대조되게 그들의 발밑에서 사람들이 서로를 죽이고 불태우고 있다. 1755/11/1 리스본 대지진
XXX-KO-8 고층 빌딩 옥상에서 아래로 발을 내딛는 사람, 나무에 목을 매단 사람, 관자놀이에 권총을 겨누는 사람들이 어지럽게 혼재되어 있다. 2010/1/4 한국 중부 폭설
XXX-KO-13 사람들이 서로를 온갖 무기로 죽이며 웃고 있다. 동시에 많은 사람들이 남의 주머니를 뒤지거나, 죽은 사람들의 주머니에서 흘러나온 동전을 챙기고 있다. 1931/8 중국 대홍수
XXX-KO-22 재단 인원으로 보이는 수많은 사람들이 [데이터 말소]하고 있다. 묘사된 인원은 O5급부터 D계급 인원까지 다양하며, 놀랍도록 개인의 용모파기를 잘 드러내고 있다. 추가 연구 필요함. [데이터 말소]
XXX-KO-27 중세 연금술사부터 현대 과학자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을 솥에 넣거나 배를 가르고 있다. 다른 사람들은 옆에서 무언가를 받아적으며 기쁘게 웃고 있다. 2003년 여름 유럽 폭염
XXX-KO-39 작은 방이 빼곡히 자리잡고 있다. 각 방에는 시신으로 보이는 작은 노인이 홀로 쓰러져 있다. 연구 진행 중
XXX-KO-42 받침대만 존재할 뿐 아무런 석상도 놓여있지 않다. 발견 당시, 석상이 있어야 할 위치에 두 구의 시체가 놓여있었다. SCP-XXX-KO-42의 크기가 제일 큰 것으로 비추어볼 때, 모든 종류의 죽음 그 자체에 대응하는 것으로 추측된다. [데이터 말소]

부록:

부록 XXX-KO-1: 현장에서 발견된 파손된 노트북을 이후 재단에서 복구했다. 이하는 그 노트북에서 발견된 영상 기록이다. 약 20대로 보이는 한국인 남성과, 60~70대로 보이는 한국인 남성의 모습이 기록되어 있다. 이하 편의상 '청년'과 '노인'으로 기록한다.

영상 기록 1
배경은 SCP-XXX-KO가 위치한 동굴 안이다. 청년의 얼굴이 화면을 채운다. 청년은 의자에 앉아있다. 이 영상에 노인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청년: 음, 기록 시작합니다. 아, 아. 이게 제대로 찍히는지 모르겠네. 눈이 워낙 나빠서 잘 보이지가 않으니, 원.

노인: (목소리만) 니가 눈이 나빠봐야 얼마나 나쁘다고 그래? 새파랗게 젊은 놈이.

청년은 고개를 돌리고 목소리를 높인다.

청년: 아, 저 안경 안끼면 눈뜬 장님인 거 몰라요? (속삭이는 목소리로) 거, 노친네가 귀도 밝구만. 어쨌든 이제부터 우리의 원대한 기록을 시작합니다. 그러니까… 여길 찾은 건 접니다.

노인: 이 녀석이 시작부터 거짓부렁이네. 니가 찾긴 뭘 찾어? 길도 제대로 못 찾는 놈이.

청년: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아, 쫌! 제가 길을 헤멨으니까 찾은거죠! 이제 끼어들지 마요!

노인: (투덜거리며) 젠장, 늙으면 죽어야지.

청년: 뭐, 어쨌든, 결국 제가 여길 찾았죠. 저기 있는 저 노친네랑 우연히 같이 산을 타다가, 길을 벗어났고, 짜잔! 지금 생각해보면 핸드폰 켜고 길 찾을 생각을 안해서 다행이에요. 찾기 거지같이 힘든 곳에 잘도 숨겨놨더라구요. 처음에는 무슨 군사시설인가 했어요. 문도 튼튼히 잘 막혀있었고. 그런데 그걸, 여기 늙은이가… 열었죠.

노인: 녀석, 말하는 꼴이… 난 석공이야. 겨우 그깟 돌문 뚫는 거야 쉽지.

청년: 아무리 석공이라도 못이나 망치도 없이 돌문을 뚫어요? 곡괭이 든 광부도 아니고?

노인: (주저하는 목소리로) 어, 그러니까… 조금 특별한 석공이지.

청년: 뭐, 그렇다고 치고. 그래서 우리가 찾은 게 바로 이… 끝내주는 모래시계들이었어요. (노트북을 돌려 SCP-XXX-KO를 비춘다.) 처음에는 무슨 현대미술인가 싶었는데, 나중에는 그런 게 아니었단 걸 알게 되었죠. 여기저기 둘러보다 기록을 하나 찾았거든요. 지금은, 없지만요……

노인: (큰 목소리로) 니놈이 산을 타다가 그걸 떨궈먹은 건 내 평생 본 가장 바보같은 실수야. 죽은 우리 여편네도 그렇게는 안하겠다.

청년: 아, 이미 굴러떨어진 걸 나보고 어쩌라는거에요? 그래서 제가 가져온 밥 안드실거에요? (투덜거리는 목소리로) 내가 산을 몇 번을 왔다갔다 했는데… 어쨌든 우린 그 낡아빠진 기록을 보고 이 모래시계가 평범한 게 아니란 걸 깨달았죠. 아주 오래 전부터 있었던 것 같은데, 기록도 모래시계도 놀랍도록 새것같아요.
우린 처음에는 기록을 믿지 않았어요. 그냥 누군가의 장난인가 했죠. 그런데, 마침 저기 열다섯번째 모래시계가 가득 찼고, 그게 싹 사라지는거에요. 그리고 조금 후에 제 폰에서 일본에 대지진이 벌어졌다는 소식을 봤죠. 기록 그대로에요. 혹시나 싶었지만 다음 몇개도 마찬가지였어요. 믿을 수 밖에 없었죠.

노인: 아, 거기 대고 씨부리는 것 좀 멈추고 이리 와 봐! 여기 뭘 세워야하겠어?

청년: (큰 소리로 대답함) 아알겠어요오! 금방 갈게요! 아, 젠장. 나머지는 다음에 기록합시다.

노인: (소리가 작음) 내가 저런 고철덩어리 말고 차라리 종이에 일기를 적으라고 늘 말하잖아.

[영상 종료]

주석: 기록에 따르면 SCP-XXX-KO의 앞에 세워진 석상은 이들에 의해 별도로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영상 기록 2
배경은 저번과 큰 차이가 없다. 대신 여기저기 벗겨진 포장지와 빈 캔이 놓여져 있다. 이번에도 젊은이의 얼굴만이 화면을 채운다.

청년: 아, 됐다. 이게 왜 안찍히나 했네. 자, 이제 이어서 해야겠지… 어디까지 말했더라…

노인: (목소리만) 우리가 그 종이쪼가리에 적힌 말들을 믿기 시작했던 때까지. 정말 미친 짓이었지.

청년: 왜요? 지금은 되게 좋아하시면서. 뭐, 조금 위험해지긴 했지만…

노인: 이 나이 먹어도 죽긴 싫다. 그러니까 니가 꼬박꼬박 순찰 돌고 와.

청년: 아, 그러면 조각상이나 제 때 제 때 만들어 놔요. 성능 죽이는걸로.

노인: 진짜로 죽이는걸로? 진심이야?

청년: (말끝을 흐린다.) 아뇨… 다시 생각해보니 굳이 죽일 필요는 없지 않나 싶네요. 저것들을 보고 난 후에는 더더욱. 우리 책임을 늘리고 싶진 않아요. 우리가 모래를 더 채우는거잖아요.
어쨌든, 계속 이야기합시다. 그러니까, 저건 대단한 물건이었죠. 우리에게 우리의 책임을 묻는 물건이에요. '지구 반대편에 있는 애들이 뭐가 중요해? 나만 배부르면 됐지.'라고 말하는 사람들한테, 쾅! 폭풍이 가는거죠.
마찬가지에요. 인류가 서로를 쏴죽이면, 고통에 못이겨 자살하는 사람들을 방치하면, 더 큰 힘을 얻으려고 무력한 이들을 학살하면 저 모래시계가 벌을 내리는거죠. 그것도 엄중하게 계산된 처벌을. 죽어가는 사람의 수를 정확히 측정할 수 있다는 게 말이 돼요? 실시간으로? 그게 되니까 이런 물건이 있겠죠. 이건 인류의 구원자에요.

노인: 그게 뭔 말도 안되는 소리야? 구원자는 무슨, 이게 더 많은 사람을 죽였을게다. 난 아직도 이것들을… 못 믿겠어. 말 그대로, 신뢰하지 못하겠다고.

청년: 아뇨, 아니죠. 죄에 대한 합당한 처벌이 없다면 세상이 제대로 돌아가겠어요? 이건 시민을 국가와 법이 심판하듯이, 인류라는 종을 모래시계로 심판하는 거에요. 이런 공정한 인도자가, 심판자가 없다면 인류는 스스로 폭주해서 나락까지 달려가겠죠. 이걸 알아채고도 멈추지 못한다면 인류는 망해도 싸요.

노인: 글쎄, 난 아직 잘 모르겠어. 내가 여기 너랑 있는 건 단지 저게 내 인생 마지막 작품으로 썩 괜찮을 것 같아서야. 뭐 대단한 구원이니 인도니 이런 게 아니라.

청년: 아니, 솔직히 말해 아직 가실 나이는 이르지 않아요? 마지막 작품이라고 말하긴 좀 그런데요. 물론 밖에서 문을 두드리는… 저 놈들을 못 막으면 진짜 마지막 작품이 되겠지만요.

노인: (분통터지는 목소리로) 저 놈들은 순 미친놈들이야. 도대체 이걸 손에 넣어서 뭘 하겠다는거야? 지들이 갖고 놀 수도 없는 걸.

청년: 원래 다들 하나씩 나사빠진 놈들이에요. 그런데 똑같이 이상한 예술품 만드는 거 아니셨어요? (화면 바깥쪽에서 손이 나와 청년의 뒤통수를 때린다.) 아, 왜요!

노인: 왜요는 일본 노래가 왜요고. (청년이 그 방향을 째려본다.) 어허, 나는 저런 미친놈들하고 같이 일 안한다. 그래서 진작에 안 끼겠다고 했어. 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조각만 만들어.

청년: 글쎄요, 그 신조를 빨리 깨지 않으시면 우리가 잡혀 죽을 것 같은데요.

노인: 그러니까 애초에 니놈이 그 사진을 딴놈한테 보여주지만 않았으면 될 거 아니냐. 하여간, 요즘 젊은 것들이란… 니가 애초에 내 말대로 손으로 일기장에 기록을 남겼어야했어. 조금만 건드려도 그냥 고장나버리는 이런 기계덩어리가 아니라!

청년: 예, 예. 알겠습니다. 어쨌든 이 사실을 빨리 제보하지 않으면 큰일나겠어요. 여긴 데이터도 안 터지는데 어쩌죠? 밖으로 나갈 수도 없고. 당신 조각상으로 그런 건 못해요?

[영상 종료]

영상 기록 3
배경의 쓰레기들은 전부 사라져 있다. 이번에는 의자가 두 개 놓여있고, 청년과 노인이 거기에 앉아있다.

노인: (어색한 표정으로) 시작한거냐?

청년: 네, 저기 노트북 보고 말씀하시면 돼요.

노인: 음, 어, 니가 해라. 난 기계에 말 거는 게 너무 이상한 것 같은데.

청년: 예… 뭐… 그럼 제가 하죠. 우리는 좆됐어요. 그러니까 아마 분명히 이게 우리의 마지막 기록이 될 거에요. 원래 계획은 이걸 세상에 알리고 우린 무사히 빠져나가는 거였는데, 잘 안됐죠. 자기들을 Are We Cool Yet인가 뭔가라고 부르는 놈들이 몇 달 전부터 계속 여기로 뚫고 들어오려고 했어요. 한 3주 전까지는 여기까지 오는 길에 할배가…(노인이 청년을 노려본다) 예, 여기 선생님께서 신기한 조각상을 잔뜩 깔아놔서 괜찮았는데, 그걸 다 뚫고 코 앞까지 들어왔나봐요.

노인: 그 넋빠진 놈들 이름이 뭐라고?

청년: Are We Cool Yet이요. 알- 위- 쿨- 옛. 할아버지처럼 이상한 예술품 만드는 놈들이요.

노인: 그게 뭔소리야? 그거 영어 그거냐? 뭔 뜻이야?

청년: 어… '우리 아직 쿨하지?' 아니지, '우리 아직 쩔.. 대단하지?' 이게 아닌가? 아, 어디서 주워들었는데… '까이꺼 이걸로 화난 거 아니지?' 글쎄요, 정확히는 모르겠는데요. 영어랑은 거리가 멀어서.

노인: 뭐, 중요한 거 아냐. 그냥 넘어가.

청년: 예… 뭐, 이왕 남기는 김에 우리가 뭘하는 사람이었는지도 남겨야죠. 저는 밖에서 일종의… 자선단체를 만들려고 하고 있었어요. 엄밀히 말하면, 효율적 이타주의 단체죠. 여기서 굳이 그게 뭔지 설명하고 싶진 않고… 그런데 생각보다 사람들은 더 남의 고통에 무관심하더라고요. 아무도 남을 도우려는 사람이 없었어요. 다들 자신은 빈곤과 가난, 수많은 고통들이 만드는 피해에서 벗어나 있다고 생각했죠. 사실 대부분이 그렇게 생각하죠. 인류가 뭔 상관입니까? 나부터 잘 먹고 살아야지.
그래서 이걸 발견한 건 저에게 정말 큰 축복이었어요. 이제 사람들은 깨닫게 되겠죠. 나와 상관이 없어보이는 다른 사람의 죽음이, 결국 언젠가는 나에게 큰 재앙으로 닥쳐온다는 것을. 다들 더 조심스럽고 좋은 사람이 될 거에요. 되도록 남을 돕고, 다른 사람을 죽이지 않으려 하겠죠.
그래서 제 계획은 이걸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는 거였어요. 그래야 다들 자신들의 행위가 심판받고 있다는 걸 깨달을 테니까요. 아마 처음에는 그냥 이 모래시계들을 부수려고 할 거에요. 하지만 곧 깨닫겠죠. 부술 수 없다는 걸. 여기 계시는 할아버지와 제가 더 이상 이 모래시계들을 부술 수 없게 만들었죠. 맞죠?

노인: 네놈이 하는 말들은 죄다 이상주의적인 헛소리 같지만, 어쨌든 내가 저걸 못 부수게 한 건 맞지. 석상들을 꽤 많이 세웠거든. 미군이 와서 폭격을 해도 못 부술거야.

청년: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며) 아니, 잠깐만! 모래시계를 못 부수게 만들었으면 입구도 못 부수게 할 수 있잖아요! 왜 이 생각을 못한거지? 진심으로…

노인: (시큰둥한 목소리로) 진정해, 어차피 못하니까. 모래시계들은 특별한 물건이지만 입구는 그렇지 않아. 튼튼하게 할 수는 있어도 언젠간 부서질 수밖에 없지.

청년: (맥이 빠져 털썩 주저앉는다) 젠장. 그럼 결국 계획했던 대로 해야겠네요. 누군가가 우리의 숭고한 희생을 기억할 수 있도록, 설명해 놓을게요. 우린 조각상으로 저 망할 놈들을 전부 모래로 만들거에요.

노인: 그래. 아직 제일 큰 석상을 만들지 못한게 아쉽지만 별 수 있나. 네 녀석은 이거나 잘 숨겨 놔.

청년: (고개를 푹 숙이고 이마를 짚는다) 정말 이 방법 밖에 없어요? 다시 한 번 대답해줘요. 정말 여기를 빠져나갈 방법이 없는거에요? 제발…

노인: (고개를 갸웃거린다.) …하나 있을 것 같기도 하다만.

청년: 예? 나갈 수 있는거에요? 어떻게요!

청년이 의자를 박차고 바닥에 무릎을 꿇는다. 그리고 노인을 붙잡고 흔들며 계속 다그쳐 묻는다.

노인: (정신없이) 그만, 그만! 그 방법도 소용없을 것 같구나.

청년은 주저앉아 고개를 숙인다. 곧 숨죽인 울음소리가 들린다. 노인은 안쓰러운 눈빛으로 청년을 바라보며 그의 어깨를 감싸쥔다.

노인: …미안하다. 일부러 널 괴롭게 하려는 건 아니었어. 기억이 잘 나지 않았을 뿐이야.

청년: 전, 전 모래가 돼서 죽고싶진 않아요. 그 또라이들한테 죽고싶지도 않고요. 제발…

노인: 그래. 그건 도와줄 수 있겠구나. 잠시만 기다리거라.

노인이 못과 정을 꺼내든다. 노인이 다가와 화면을 덮어 화면은 보이지 않는다. 잠시 후 커다란 폭음 소리와 요란하게 떠드는 소리가 들린다. 한 무리 정도가 가벼운 말투로 떠들다가, 갑자기 소리가 멈춘다.

[영상 종료]

부록 XXX-KO-2

주석: 발견 당시 SCP-XXX-KO-42 앞에 있던 시체 두 구 중 하나는 노인의 것으로 밝혀졌다. 다른 쪽은 명확하지 않다. 동굴 내 어디에서도 기록에서 등장한 Are We Cool Yet 소속 변칙예술가들이 되돌아나간 흔적이나, 그들의 시체는 찾을 수 없었다.
두 구의 시체 밑에서 [데이터 말소]가 발견되었고, 재단 격리팀에서 출동해 이를 수거했다.
SCP-XXX-KO 앞에 세워진 석상들로 인해서 대상이 파괴불가능한 성질을 띠는 것으로 추정된다. 추가적 실험이 계획 중에 있다.
신원 조회 결과 청년은 27세의 정██로, 일반인이었다. 노인은 66세의 조██로, 충남 지역에서 주로 활동하는 비폭력적 변칙예술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