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칙예술가를 찾습니다

엡 베링은 소총을 장전하고 복도의 모퉁이에 바짝 섰다. 침입자의 발소리가 가까워지는 걸로 보아 이쪽으로 오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는 겁을 최대한 억누르며 기도를 올렸다.

하느님, 제발 살아나가게 해주소서. 그리고 저놈에게 이거 한발 먹이게 해주세요. 이렇게 비는데 제발 살려주십쇼.

발소리가 가까워질 때마다 긴장은 배가 되었다. 그의 감각은 완전히 모퉁이에만 집중되어 있었다. 그래서, 모퉁이를 돌아나온 것이 동료 경비원의 시체임을 깨달았을 때에는 이미 반사적으로 탄창을 모조리 비운 후였다.

아차.

차가운 금속의 감촉이 심장을 파고들었다. 마지막 발악으로 수류탄의 핀을 뽑으려 하였으나 어느새 오른손이 두동강난 채 피바다 위에서 나뒹굴고 있었다.

베링의 몸이 모퉁이에 널부러진 동료의 옆에 느릿하게 고꾸라졌다. 복도를 유유히 지나가는 침입자의 손에서 그의 수류탄이 굴러떨어져 마지막 시야를 장식했다. 그는 온 힘을 다해 한마디 내뱉었다.

"이런 니미럴."


노인은 수많은 경비원들을 베고도 거의 피가 묻지 않은 검을 도로 집어넣었다. 오늘의 전투는 시시하기 짝이 없었고, 심지어는 무의미할 뻔 했다. 상처 하나 없는 전투만큼 가치없는 것은 없으니 말이다.

그에게 유일하게 상처를 낸 군인은 그의 가장 가까운 발치에 쓰러져 있었다. 도망치거나 아니면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죽은 다른 경비 병력들과는 달리, 목이 꿰뚫려 분명 죽었을 거라 방심했을 때를 노려 옆구리에 날카로운 총상을 남겼다.

"같은 편으로 만났더라면 더 좋았겠구나."

코네로 벨은 방금의 학살에 한줄기 의미를 불어넣어준 그에게 감사하며 피묻은 손가락으로 역호를 그리고, 기도문을 읊었다.

"신이여 지금 당신의 발치에 영광되이 싸워 죽음을 맞이한 영혼을 보내나이다.

나약한 자들 가운데서 죽음을 두려워 않고 싸워 적의 피를 흘리게 하였습니다. 그의 의지와 용기에 걸맞는 영광을 누리게 하고 그 전투의 가치가 훼손되지 않게 하소서.

지금 당신의 앞에 편안히 죽은 자들의 상석에 앉을 자를 올려보내나이다.

두려움을 이겨내고 휘두른 무기의 대가를 얻게 하시오소서. 그에게 영생과 힘의 축복을 비나이다. 모르스.


작은 기지가 작살나고 한참 후, GOC에서 자신들의 데이터가 빠져나간 것을 깨닫고 -이미 늦었겠지만 사후 처리와 추적을 위해서라 판단하고- 병력을 보냈을 때 놀랍게도 노인은 도주하지 않은 채였다.

GOC 병력은 기지의 앞에 태연히 앉아 시가를 피우고 있는 코네로를 포위하고 총구를 그쪽으로 집중했다. 확성기를 꺼내든 사령관이 노인을 향해 소리쳤다.

"거기, 무기를 버리고 항복하라! 그렇지 않으면 발포하겠다!"

노인은 미동은커녕 한참 후에나 시가를 입에서 떼고 담담한 목소리로 대꾸했다.

"이보시오, 사령관. 첫째로 내 이름은 '코네로 벨'이오. 거기 따위의 대명사로 부르지 말았으면 좋겠소. 둘째로, 누구에게나 시가 한 대 피울 시간 정도는 있는 거라오. 기다려 보시오."

사령관의 위협을 무시한 코네로는 주위를 둘러싼 기관총과 소총의 무리를 전혀 의식하지 않는 듯 편안하게 시가를 피웠다. GOC 병력은 엄청나게 긴장한 상태였지만, 시가의 끝이 타들어갈 때까지도 노인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고맙소. 시가 잘 피웠소."

코네로 벨은 다 피워 검게 된 시가가 땅에 떨어뜨렸다. 그리고 꽁초를 발로 밟아 문지르며 무언가를 꾹 눌렀다. 자세히 보면, 단추 같은…

"폭발 신관이다-"

펑.

시뻘건 불덩이들이 경쾌한 폭발음을 내며 GOC의 병력, 그리고 기지를 모조리 집어삼켰다. 하늘로 치솟은 재가 비오듯 떨어지자 코네로는 불쾌한지 순백색 손수건을 꺼내 양복을 말끔하게 털었다.

"제때 처리를 했군. 훌륭하네, 야누스."

코네로의 칭찬에 어찌된 노릇인지 잔해 사이에서 멀쩡하게 -같이 살아남은 대원 셋을 총으로 처리한 채- 서있는 사령관이 고개를 꾸벅 숙였다.

GOC 병력에게는 안타깝지만, 그들의 사령관 자체가 그들의 편이 아니라 코네로 벨의 부하가 진짜 사령관 머리에 총알을 박아넣고 그 자리를 꿰찬 것이었다.

폭발한 차량의 잔해에 착륙한 아파치 헬리콥터에 탑승하는 야누스를 보던 코네로는 고개를 젓고 가보라는 뜻으로 손을 까딱거렸다. 헬리콥터는 그의 취향이 아니였다.

전투기라면 모를까.


"코네로 벨이 마셜의 직속 의뢰를?"

"네. 그렇게 전해달라고 하셨습니다."

직사각형의 석재 탁자에 둘러앉아 있던 사람들 중 한둘이 혀를 찼다. 원로원에 참석 안하는 이유도 가지가지로군, 이라면서. 하지만 대부분은 익숙하다는 듯 반응을

보고를 마친 야누스는 이제 나가봐도 되냐고 묻고 싶은 그의 혀를 꾹 눌렀다. 그는 원로들 앞에 서는 것이 꺼림칙했다. 겉모습으로 나타나는 연령도, 성별도 다 제각각. 하지만 전부 굉장히 오래 살아서 생각을 감추는 데 능한 데다가 낌새가 이상하다 싶으면 결백함과 별개로 야누스 정도는 반초만에 참살할 위인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