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adki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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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련번호: SCP-XXXX-KO

등급: 유클리드(Euclid)

특수 격리 절차: SCP-XXXX-KO는 크기에 맞는 대형 창고에 보관한다. 아공간 SCP에 대한 표준 격리 절차를 따른다. 재단 연구 시설은 도로공학 연구소로 위장한다. 강제적인 공간 이동의 위험이 있으므로 어떤 인원도 대상을 직접 접촉하여서는 안 된다. 본 SCP에는 [데이터 말소]에 대한 충분한 연구가 달성되기 전까지 오직 격리와 보호만을 행한다.

치명적인 초차원적 충돌이 예상되기에, SCP-XXXX-KO에 C등급 아공간 붕괴 대응 방어 체계와 4급 초차원 충돌 방어 체계를 혼합 설비한다. 또한 10M 근방에 차원 진동 감쇄를 규모 2.5로 유지해야 하며, 0-0.2 현실 유지 등급을 지속해야 한다.

설명: SCP-XXXX-KO는 미국 할리우드 고속도로에 위치한 변칙 도료로 그려진 선과 그것과 연결된 아공간이다.

SCP-XXXX-KO의 도로선은 할리우드 고속도로의 ███ 지점에 도로를 가로지르는 형태로 그려져 있다. 선은 2M 넓이로, 노란색이며, 도로 양쪽 끝에는 쿠거(Puma concolor .couguar)의 옆모습이 그려져 있다. 변칙 특성 때문에 퓨마(속 생물)을 제외하고, 일반적인 육안이나 기계로는 그 모습을 확인할 수 없다.

SCP-XXXX-KO의 도료는 정체가 확인되지 않은 식물 다수의 기름, 쿠거의 신체 일부, 그리고 송지나 시너 따위의 천연 도료의 기본적 재료들, 그 외 밝혀지지 않은 성분 다수가 혼합되어 만들어진 것이다. 도료의 내구도는 매우 높아, 쉽게 손상되지 않는다. 도료는 특정 아공간과 연결되는데, 도료가 아공간을 만들어낸 것인지, 아니면 공간 연결의 매개체일 뿐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도료로 그려진 선에 손상을 입히면 아공간 내부도 크게 손상을 입고, 그 반대도 가능하다는 점을 보아, 무엇이 됐든 도료와 아공간이 뗄 수 없는 관계인 것은 분명하다.

이 아공간은 도로의 선 양 끝을 출입구로 하여 그곳을 통해서만 드나들 수 있으며, 오직 퓨마만이 출입할 수 있다. 퓨마가 아닌 것은 아무리 작은 기계라 할지라도 출입구에서 걸러져 소멸된다. 때문에 내부 관찰은 안에 있다가 돌아온 퓨마의 뇌에서 시각 이미지를 추출해내는 수 밖에 없다. 퓨마는 학습하지 않아도 선의 양 끝이 출입구라는 것을 인지하며, 그 내부가 안전한 통행로라고 여기는 듯 하다.

아공간 내부는 꼭대기가 좁은 길로 구성된 약 50미터 길이의 언덕과, 이를 중심으로 펼쳐진 약 1500제곱미터 넓이의 평야로 구성되어 있다. 퓨마가 언덕 위의 길 한쪽 끝을 넘어서면 본래 세계로 나가게 된다. 주변의 평야는 끝없이 펼쳐져 있는 듯 하나, 끝이 투명한 벽으로 차단되어 있으며, 그 벽은 특수 장비가 아니고선 손상을 입힐 수 없다.

퓨마는 이 안을 제한없이 돌아다닐 수 있다. 아공간 내부는 퓨마에게 있어 최적의 기후로 고정되어 있으나, 밤 없이 낮 시간대만 존재하며, 바람은 불지 않고, 태양 같은 광원도 없다. 물웅덩이가 세 곳 있는데, 물탱크가 함께 비치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외부 인원에 의해 자원이 제공되는 시설로 추정된다. 하지만 퓨마나 소형 기계만 진입할 수 있는 장소를 어떻게 진입할 수 있었는지는, 아직 구체적인 가설이 나오지 않았다.

퓨마는 아공간에 들어선 뒤 시간이 지나면 반드시 위협을 느껴 외부로 향하려 한다. 이 위협 감지는 [데이터 말소]에 의한 것으로, 아공간이 놓인 공간적 특성 때문에 발생하는 듯 하다. 아공간은 그것이 지나는 일종의 통로 한가운데에 놓인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내부의 물체는 지속적인 파괴의 위협을 받는다. 낮은 빈도로 아공간 내 개체는 평면으로 짓눌리는데, 평면이라는 표현 그대로 2차원에 매우 근접한 수치로 압축된다.

SCP-XXXX-KO는 오작동하기도 한다. 아공간 진입은 퓨마속 생물만이, 도로선의 양 끝에서만 할 수 있으나, 가끔씩 도로선의 중간에서, 퓨마가 아닌 개체가 안으로 진입해버린다. 이로 인해 도로를 지나는 차량이 아공간 내부로 진입하는 사고가 여럿 발생하였다.

확보 과정: 재단은 미국 할리우드 고속도로에서, 일부 차량들의 주목할만한 순간 실종을 세 건 수집하여 조사에 착수하였고, SCP-XXXX-KO를 발견, 연구 후 대상이 있는 부분을 도로에서 분리하여 재단 시설에 격리하였다. 고속도로 주변을 탐색한 결과, 그리피스 공원 안쪽에 요주의 단체 ‘엔트로피를 넘어서’의 세포조직의 비밀 거점을 발견하였다. 이후 교전하여 확보하였다.

아공간 내부 관찰 결과

언덕 아래 굴러 떨어져 반파된 차량 5대
실종 신고된 차주와 동승자 11명

  • 2명은 차량 사고 후 사체에 추가 손상 확인 되지 않음
  • 6명은 쿠거에게 섭취됨
  • 3명은 전신이나 신체 일부가 평면에 가깝게 짓눌림

물웅덩이 근처에서 쉬고 있는 퓨마 한 마리
전신이나 신체 일부가 평면에 가깝게 짓눌린 퓨마 세 마리
중앙이 평면에 가깝게 짓눌려 파손된 물탱크

내부 차량 사고 생존자의 일지

이걸 누가 발견한다면, 아내에게 정말 미안하다고, 항상 사랑하고 있었다고 전해주세요.

사고가 난 것 같다. 일어나보니 커다란 짐승이 찌그러진 창문 틈새로 내 귀를 물어뜯고 있었다. 피는 멎었다. 한참 거꾸로, 목으로 몸을 지탱하는 자세였는데, 안간힘을 써서 똑바로 앉은 상태로 만들었다. 그러는 도중에 팔을 길게 긁혔다. 이쪽은 피가 좀 전에야 멈췄다. 어지럽다. 정수리가 가죽 시트를 떠받치고 있다. 점점 내려앉는 기분이다. 손전등을 발견해서 불을 밝히고 여기 기록하고 있다. 경찰은 왜 이리 오지 않지.

구조대가 안 와. 초코바를 발견했다. 먹어치웠다. 아껴먹을걸, 하는 생각을 했지만 대체 왜? 나는 무슨 오지 산길이 아니라 고속도로에서 엎어졌다고. 바깥에서 노란털이 달린 짐승의 발이 터벅터벅 돌아다니며, 으르렁거린다. 뭐지? 저거 이름을 뭐라고 하더라? 이 주변에 사는 고양이과. 퓨마랑 가족인. 나무 위에 있다가 사람을 덮쳐서 죽이는 짐승이라고 어디서 봤었는데. 기억이 안 난다. 어지러워. 어떻게 사람 소리나 차 소리가 하나도 안 들릴 수가 있지? 여긴 어디야? 얼마나 날아온 거야?

쿠거였어.

처음엔 차 소리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쿠거 소리도 아니었다. 이게 무슨 소리지? 발전기?

쿠거는 갔다. 구조대… 가 왔었던 걸까? 구조대였을까? 사람 말소리가 들려서 있는 힘껏 살려달라고 소리쳤는데, 정말로 사람들이 왔다. 이상한 보호복, 방사능 과학자들이 입는 그런 옷을 입은 사람들이 왔었다. 그런데 바닥에 엎드려서 날 보고 자기들끼리 뭐라 얘기하더니 그냥 가버렸다. 보호복 때문에 말소리가 웅얼거려서 제대로 듣질 못했어. 구조대였겠지? 뭔가 큰일이 나서 구조를 못하고 있는 건가? 배고프고 어지럽다. 피가 줄줄 흐른다.

뭐지? 이상한 소리. 기운이 없어. 자꾸 이상한 소리가 난다. 우르르 울리는 그런. 설마 차가 폭발한다던가. 혹시 지진이라도 난 걸까? 밖에 화산이라도 터진 걸까? 그래서 이렇게 구하는 게 늦는 거야? 내 가족은 어떻게 된 거야 그럼?

파편을 대강 치우고 불편함을 감수했더니 옆으로 비좁게 누울 수 있었다. 피가 스르르 새는 것을 느끼며 누워 있자니 전에 본 차에 치인 개가 생각났다. 그놈은 누가 차로 치고 가서 도로변에 누워 헐떡거리며 피를 줄줄줄 흘리고 있었다. 내가 뭐하는 거람. 내가 그 개를 쳤다. 어차피 죽을 텐데 사람들에게 잘 보이려는 꼴이라니. 쿵쿵거리고 으으으으 거리고 번쩍인다. 빛이 보이지 않는데, 그 소리는 내 귀로 들어와서 번쩍인다. 죽기 전에 몸이 보내는 신호일까.

으으으으. 쿵 쿵. 으으으으으으.

번쩍인다. 사슴. 사슴은 차가 달려오면 도망치지도 못하고 얼어서 차만 바라보다 치인다고 했어. 사슴은 뭘 볼까? 그 순간에. 강렬한 헤드라이트. 으으으으 번쩍인다. 동물들은 뭘 볼까? 치이는 순간에. 잠깐 기절했다가 눈을 떠보니 쿠거가 창문 밖으로 내민 내 손을 깨물고 있었다. 너무 아파서 소리를 지르며 빼내려고 했지만 놔주질 않았다. 창문 틈새로 놈의 얼굴이 보였다. 그놈은 내 손가락을 뽑아낼 기세로 당기다가, 으으으으 그 소리가 들리자 갑자기 겁에 질려 달아났다. 으으으으으 쿵 쿵 힉힉. 쿠거는 뭘 볼까? 번쩍. 뭐지.

뭔가 보였어. 천국일까? 힉힉. 으으으으으. 쿵 쿵. 번쩍.

나는 봤어.

(손상됨)

B.E 내부조직 ‘움틈’의 문서 C012

발신: 버팔로
수신:

문제점을 찾았습니다. 안드레를 심문했는데 오늘 새벽에야 털어놓더군요. 프로젝트 4의 아공간을 [데이터 말소]이 고속 교류하는 길목에 설치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거긴 도로에 붙은 껌딱지가 된 셈이죠. 차가 지나갈 때마다 납작하게 짓눌리는. 물론 짓눌리는 건 아공간이 아닌 내부의 퓨마나, 폐차나, 사람이지만요. 그리고 이 비유와 실제 위험은 비교도 할 수 없을만큼 심각하구요.

안드레가 사실대로 말하지 않은 이유는 예상하고 있던대로였습니다. 혼자 중앙의 주목을 받으려고 그랬다는군요. 우리도 좀 더 의심해봐야 했는데, 애초에 그런 성공에 눈이 벌건 어린애를 받아주는 게 아니었습니다. 만에 하나 초차원적 충돌이 발생한다면 우리만의 일로 끝나지는 않을 겁니다. 이 주변이 그… 것에 의해 로드킬을 당해 짓밟히고 터져나가겠지요. 사태가 심각하니 저도 서둘러 복귀하겠습니다. 곧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