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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구의 번화가에서 살짝 비껴나간 상가 3층의 한 대부업 사무소에서 성철은 태연히 커피를 홀짝이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남자가 다가왔다.

-아이고, 얼마까지 알아보고 오셨습니까? 보아하니 잘 사시는 분 같은데 신분증명만 하신다면 500만원까지는 대출해 드릴 수 있습니다.

-당신에게 딱히 악감정은 없습니다. 미친 놈을 조직원으로 데리고 있었던 사실을 원망하십시오.

-네? 무슨…

남자는 죽었다. 순식간이었다.

사무실 안에 있던 그 누구도 서성철의 움직임을 눈치채지 못했다. 그들이 보기에는 허공에서 갑작스레 보스의 목이 꺽이고 쓰러진 것이었다.

-지금 뭐하시는 겁니까? 당신들 대가리가 죽었는데.

조직원들은 그 말을 듣고서야 서성철에게 달려들었다. 그래도 도망치지는 않는군. 서성철은 마음속으로 그들에 대한 평가를 상향조정하며 일어섰다. 주머니에 손을 꽂은 채였다.

당연하게도 조직원들을 일망타진하는데는 채 1분이 걸리지 않았다.

서성철은 담배를 입에 물었다. 장태성은 싸움의 천재였다. 무술의 천재가 아니라 싸움의 천재. 본능적으로 강한 자를 어떻게 쓰러트려야 할지 잘 안다. 그 성장속도는 자신의 예측을 월등히 뛰어넘었다. 모두가 죽을 힘을 다해 뛰어나가는 그곳에서 무수히 많은 강자들을 따라잡는다. 그리고 9개월만에 평생을 노력한 자들을 제친다? 그건 노력이 아니라 재능이었다. 쓰레기 같은 인성은 오히려 플러스 점수다. 지금은 아직 패배근성에 찌들어 있지만 자신이 강자가 되었음을 인식한다면 개망나니가 따로 없을 거다. 아직은 자신에게 한참 모자라지만 어쩌면……아니, 아직 이르다. 서성철은 담배 불을 붙이지 않고 담배를 바닥에 던졌다.

-세 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기고 얻은 보상이 복수라니. 허망할 텐데 말이지.

복수는 허망하다. 서성철은 그걸 잘 알았다.


[정식 계약 이후 3연승을 달성하는 장태성 선수입니다! 주 무술이 정해지지 않은 브롤러 타입의 선수로서는 경이적인 활약입니다. 거기다 현재 치른 네 번의 경기를 모두 킬아웃 시키는 잔혹한 모습까지, 스타가 되기 위한 자질을 전부 갖추고 있는 선수에요!]

-흐흐.

다시 봐도 존나게 멋있다 나 자신. 크로스 카운터로 기절시키다니.

(태성아 뭐해? 삼각근 회복 끝났어! 물구나무 푸시업 할 시간이야!)

-좀 쉬자. 디로딩 몰라? 디로딩?

(몰라! 치, 태성이 바보!)

-귀여운 새끼.

정식계약을 맺은지 정확히 반년이 지났다. 6개월 동안 3연승. 대회가 개최될 때마다 모든 경기에 참여했고 전부 이겼다. 스스로 생각해봐도 대단한 성과였다. 보상을 가불한 탓에 아직도 빈털털이 인데다 졸업까진 한참 남았지만, 적어도 감옥에 있을 때보다는 살아있다는 감각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나보다 강하다는 상대를 죽이는 쾌감은 끊지 못할 것 같다. 특히 어제 죽인 새끼는 마지막에 카운터가 안 들어갔으면 정말 뒤질 뻔 했다. 각성제는 끊은지 오래다. 그거 빨고 싸우면 죽일때 기분이 잘 안살더라고. 나보다 강하다는 놈을 깔아뭉개고 대가리를 터트릴 때의 기분은 맨정신으로 느껴야 제맛이다.

뭐라고 해야 할까. 호승심? 야성? 유치한 감정이지만, 이제는 살기를 받았을 때 투쟁심이 끌어올랐다. 양웬량과의 경기서부터 어제 경기까지, 이번에야 말로 죽을 거라는 사람들의 예측을 보란듯이 배반하고 승리해 왔다. 서성철은 어떨까. 처음 만났을 때는 몰랐지만, 강해져 보니 그 까마득한 격차를 실감했다. 언젠가는…

(꼴값떨지 말고 우유나 마셔!)

-오케이.

2L짜리 우유를 들이키려는 찰나 휴대폰이 울렸다. 안 봐도 누군지 알겠다. 어차피 연락처엔 딱 한명밖에 없다. 서성철. 에휴.

-무슨 일이십니까? 축하는 필요 없어요.

-메세지 확인 하세요.

메세지? 확인해 보니 파일 하나가 전송되어 있었다. 과거 내가 몸담았던 조직원들의 시체들이었다. 보스도 목이 꺽인 채 널브러져 있었다.

-우와. 진짜 빠르네. 방금 하신거에요?

-말했지 않습니까. 뭐든지 한다고. 필요한 건 승리 뿐이라고. 보상 수령은 만족하십니까?

-마음이 싱숭생숭하네요.

-그렇겠죠. 하지만 복수가 그런 겁니다.

-그 돼지새끼는 내가 패죽여줬어야 하는데.

사실 감흥은 없다. 어차피 지금의 나보다는 약할 테니까. 지금으로서 내가 가장 이기고 싶은 상대는 지금 나와 통화하고 있는 서성철이었다.

-연락한 이유는 이것만은 아닙니다. 요즘 장태성씨가 최고의 슈퍼루키인건 아시고 계실 겁니다. 그래서인지 임회장님이 한번 뵙고 싶다고 하시더군요. 좌표 찍어드릴테니 오후 2시까지 삼대천 본사로 가시면 됩니다.

-아, 귀찮은데.

-이것도 일입니다. 혹시 모르죠. 회장이 보상이라도 하나 줄지.

-그럼 가야겠네요.


양복이 어색하다. 맞춤정장도 아닌 데다 지금 몸이 평체가 131kg정도 되다 보니 꽉 끼이는 부분이 많았다. 그러고 보니 서성철이 육체적 성장은 '순정' 상태에서는 이제 사실상 한계에 다달랐다고 했다. 순정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 지금처럼 쉽게 강해지는 건 무리라는 말이겠지. 여하튼 걸을 때마다 꽉 끼는 부위들이 성가셔 죽겠다. 맨날 벗고 다니니 옷이 불편하네.

삼대천에 들어가는 건 어렵지 않았다. 주소 자체에 변칙성이 있는지 주소지를 본적 있는 사람만 본사 건물을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건물 주변은 한산했다.

-저기, 오늘 회장님이랑 약속이 있어서요. 장태성입니다.

-장태성님 확인 되었습니다. 소파에 앉아서 기다리시면 됩니다.

비서는 나를 쳐다보지도 않고 말했다. 더럽게 예쁘네. 다음 소원은 여자 매니저 한명 붙여달라고 할까? 서성철이 내 모든 스케줄을 관리한다고 생각하면 가끔 자다가도 소름끼친다. 시간이 되었는지 비서가 내게 다가왔다.

-따라오십시오.

비서를 따라가자 으리으리한 문이 있었다. 이걸 무슨 양식이라 하더라? 뭔가 현대식 건물에 안 어울리는 옛날 유럽식 문이었다. 비서가 문을 두드리자 괴성과 함께 문이 활짝 열렸다.

-어서 오시게! 내가 삼대천 회장 임한영이네!

처음 임회장을 본 느낌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두껍다라는 말이 먼저 떠올랐다. 크다도 아니고 두껍다라니. 사람에게 잘 쓰이지 않는 표현인걸 잘 알지만, 정말 임회장은 두꺼웠다.얼굴에 가득한 주름과 다르게 130키로그램에 달하는 나를 왜소하게 보일 정도의 근육으로 뒤덮힌 몸은 주름 하나 없이 매끈했다. 잠깐. 그러고 보니 이 영감은 대체 왜 회장실에서 옷을 다 벗고 있는 거지?

그는 내 손을 꽉 잡았다. 내색하진 않았지만 겁나 아팠다.

-손이 부드럽군. 쇠질은 안하나 보지?

-네? 그렇습니다.

-흐음. 성철이 작품이라 그랬나. 그 자식도 쇠질을 싫어했었지. 고얀놈. 그래도 빠르게 만든 것 치곤 근질이 좋은 편이야. 앞으로가 기대되는 인재일세.

-저, 저기요?

(이 아저씨 무서워!)

동감이다. 너랑 의견이 맞는건 처음인거 같다. 임회장은 내 말은 듣지도 않고 내 몸 구석구석을 만져댔다. 다행이 둔군까지 손이 들어오기 직전에 비서가 구해줬다.

-회장님. 그래도 손님이신데 옷을 입으시는게 좋지 않겠습니까?

-어차피 벤치프레스 한 세트가 끝나면 찢어지고 땀 범벅이 될 텐데 아깝게 왜 입나? 장태성군 같은 애-쓸리트들은 이해해 줄 거라 믿네.

아니 이해 안되는데요? 정말 미친 영감이었다. 내가 문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쭈뼜쭈뼜 서 있자 임회장이 문을 사랑스러운 듯이 매만졌다. 씨발 내 눈.

-이 문이 궁금한가? 양쪽 합치면 1톤 정도 하지. 누가 함부로 들어오면 안되니까 이렇게 만들어논 거네. 체스트 프레스를 600kg으로 5세트 수행할 수 있다면 이 문 미는 건 일도 아닐 걸세. 한번 밀어 보시겠나?

별로 안 궁금했는데요. 어쨌든 회장이 시킨 거니 나는 힘을 줘 보았다. 아무리 힘을 줘도 문은 꿈쩍도 안 했다. 영감이 힘이 대체 얼마나 쎈 거야?

-하하, 하다 보면 요령이 생긴다네. 저기 비서도 이제 문을 열 수 있게 되었다네.

나는 놀라서 비서를 보았다. 비서는 태연했다. 키가 160도 안될것 같은 저 여자가 문을 연다고?

-저는 돌아가 보겠습니다.

-그래, 수고가 많아~

비서는 꾸벅 인사를 하곤 돌아갔다. 회장은 폴짝 뛰더니 탁자로 안내했다. 탁자에는 미리 앉아있는 사람이 한명 더 있었다. 그는 회장의 전위적인 광경을 보고서도 눈 하나 깜짝 하지 않는 걸로 보아 회장과 오랫동안 아는 사이임이 분명했다.

-여기 앉게. 이 캡슐은 음료야. 원하는 맛으로 골라 먹으면 될 걸세. 아, 무조건 물에 타서 먹어야 해. 피가 콜라로 변하고 싶지 않으면.

나는 앉아서 캡슐 하나를 골라 종이컵에 넣었다. 그러자 캡슐이 녹으면서 종이컵 안의 물이 콜라로 변했다. 신기하네.

-장태성이. 정말 대단하더군. 정말 한번도 격투기를 배우지 않았던 것 맞나?

-하하, 네. 좋은 스승이 있어 빨리 배우게 된 것 같습니다.

-하하, 제가 요즘 특별관리로 키우고 있습니다. 많이 예뻐해 주십시오.

눈에 큰 흉터가 있는 얍삽이 처럼 생긴 남자가 회장에게 말했다. 뭔 소리야? 오늘 처음 보는데.

-역시 김 사장이야. 성철이 작품인줄 알았더니 김 사장 작품이었구만.

-헤헤. 회장님 마음에 드신다니 다행입니다. 아직 한참 부족한 녀석이지만 예쁘게 봐주시니 다행이네요.

김 사장? 아, 이 사람이 삼대천 스포츠 사장 김택민인가보다. 사진이랑은 많이 다르게 생겼네. 더 못생겼다. 다 큰 어른이 저렇게까지 아부를 떠는걸 보기 좀 어려웠다. 그래도 홀딱 벗은 늙은 영감 옆에서 비위 맞추는게 쉬운 일은 아닐 테니 이해해 줘야지.

-아, 훈련에 바쁠 선수를 모셔놓고 사담이 너무 길었어. 태성군에게 줄 게 있네.

회장은 캡슐 한 박스를 건넸다.

-지금 자네가 먹은 캡슐의 커피 버전이네. 정수기에다 타면 아메리카노를 무제한으로 먹을 수 있지. 삼대천산 부스터만큼의 효과는 없지만 부작용 없이 오래 운동할때 도움이 될 거야.

-감사합니다.

나는 얼떨결에 캡슐을 받았다.

-장태성군, 다음에 만나고 싶으면 어느 때라도 오라고. 나는 대부분의 시간을 회장실에서 지내니까. 물론 다음번에 올 때는 이 정도 문은 열 줄 알아야 만나 줄 거야. 하하. 그럼 이만. 오늘은 가슴이랑 삼두를 하는 날이라서.

임회장은 가볍게 한 손으로 문을 열고 나갔다. 미친, 평범한 문도 저렇게 가볍게는 안 열겠다.

-들어가십시오 회장님!

-들어가십시오 회장님!

김택민 사장은 회장이 나갈 때까지 머리를 땅에 박을 만큼 깊이 인사했다. 나도 얼떨결에 과거 조직에서 있었을 때처럼 각잡힌 인사를 했다. 임 회장의 오른팔인 듯 아부를 떨던 그는 회장이 가니 갑자기 돌변했다.

-씨발. 실권도 없는 늙다리 새끼 주제에 꼰대질이나 하고 다니고 말이야. 방재원만 아니었어도 확 제끼는 건데.

이야, 이 사람도 인성에 문제가 심하네. 내가 쳐다보자 그는 버럭 화를 냈다.

-뭘 봐!

-어, 전 가보겠습니다.

-내가 니 코치냐? 선수면 알아서 잘 해!

-아니 방금은 잘 해 주신다고…

그러나 사장은 내 말을 무시하더니 거칠게 문을 열고 나갔다. 뭐야, 저 사람도 문을 저렇게 쉽게 열어? 이거 자괴감 겁나 드네. 많이 강해진 줄 알았는데 우물 안 개구리였나. 잠깐. 문 닫혔네. 이러면 나 어떻게 나가지?


-하하하!

-그게 그렇게 웃깁니까?

비서의 도움으로 회장실서 간신히 탈출한 이야기를 해 주자 서성철은 크게 웃었다. 젠장. 진짜 쪽팔린다. 그나마 좋은 점이 있었다면 얼굴이 빨갛게 상기된 비서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는 정도였다. 이름이 소연이라 했나? 운동할때도 예쁘면 진짜 예쁜 건데.

-별로 걱정할 건 없습니다. 스트렝스랑 싸움은 다른 거니까요. 실제 싸움이면 당신이 임회장님 정도는 이길 겁니다. 애초에 순정 상태에서 문을 1cm라도 움직였다는게 대단한 거에요.

-그러고 보니 삼대천 스포츠 사장? 그사람 왜 그럽니까? 저를 거의 무시하던데요.

-김택민이 거기 있었습니까?

즐겁게 웃고 있던 서성철의 얼굴이 엄청나게 일그러졌다. 이 사람이 이렇게까지 화내는 건 처음 봤다.

-아, 죄송합니다. 김 사장이 그렇게 대한 건 아마 제 사람이라고 판단해서일 겁니다.

-김 사장과 사이가 좋지 않으신가요?

-그렇죠. 아무튼, 임회장님이 직접 태성씨를 대면했다는 건 조만간 태성씨가 토너먼트를 치를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토너먼트요?

-네. 토너먼트는 챔피언에게 도전하기 위한 도전권을 따내기 위한 대회입니다. 대회 전원이 명목상 회장의 추천권을 받은 자들이지요.

챔피언이라. 아직은 까마득히 먼 미래로 느껴졌다.

-챔피언전은 챔피언의 지명 혹은 주최측의 판단에 의해 치뤄집니다. 도전권을 따냈다고 챔피언에 도전할 수 있는게 아니고요. 도전권은 1차 관문일 뿐입니다. 이걸 보시죠.

서성철은 내게 파일 하나를 던졌다. 역대 챔피언들의 목록이었다. 이야. 다들 겁나 무섭게 생겼네. 나는 무심하게 페이지를 넘기다 한 구석에서 멈칫했다.

-이, 이거.

-아. 이 여자요? 여자라고 무시했다가는 말 그대로 뼈도 못 추릴 겁니다. 지금의 당신이 상대할 만한 수준을 아득히 넘은 사람……뭐 그런 겁니다.

-아니, 그것도 그런데. 성철씨가 챔피언이었어요?

헤어스타일과 덩치 때문에 잠깐 헷갈렸지만 얼굴이 너무 똑같다.

-네.

-아니 왜 이제까지 말을 하지 않으셨어요?

-그걸 굳이 말해야 합니까? 지금 저는 프로모터일 뿐인데. 어쨌든 회장에게 토너먼트 초대권을 받았다고 토너먼트에 참여할 이유는 없습니다. 토너먼트는 그야말로 지옥이니까요. 지금까지는 상대를 분석해가며 두달에 한번 싸웠다면 토너먼트는 상대가 누군지 모르는 채로 하루만에 최대 4명을 상대해야 하니까요. 경기의 수준이 다릅니다.

-재미있겠네요.

내 말에 서성철은 살짝 놀란 듯 했다.

-챔피언이 되지 않더라도 충분히 좋은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적당히 전적을 쌓다가 졸업하는 게 맞는 거죠. 누가 죽을 확률이 높은 게임에 도전하겠습니까. 미친놈이 아니고서야.

-반대로 말하면 챔피언이 된 사람들은 전부 미친놈처럼 위험을 감수했다는 거네요.

-그렇긴 하죠. 어쩌면 챔피언에는 미친놈이 될 만한 가치가 있으니까요. 챔피언에 등극하는 경우 삼도천 회장이 시행 가능한 범위 내라면 '소원' 하나를 받게 되니까요.

-도전권을 따내고, 챔피언전이 성립되어 챔피언을 꺽으면 소원 하나를 얻게 되는 거군요.

-만약 챔피언에 도전하겠다면 평범한 각오로는 안됩니다. 지금의 태성씨는 재능 덕에 손쉽게 이 위치까지 올라올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챔피언의 길은 전혀 다릅니다. 죽을 각오가 없으면 챔피언이 될 수 없습니다. 정말 도전하실 겁니까?

그렇게 말하는 서성철의 눈빛에선 과거 처음 그를 만났을 때의 그 살기가 느껴졌다. 나는 마른침을 삼켰다. 어쩌면 지금의 상황이 나의 인생 최대의 선택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전해야죠. 챔피언.

죽을 수도 있다고? 난 이미 무기징역이었던 몸이다. 나보다 쎈 사람들이랑 미친듯이 싸울 기회를 준다는데 그걸 왜 마다하겠나? 생각해보니 내가 임한영 회장을 욕할게 아니었다. 난 이미 충분히 미친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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