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P-001-KO-3rd(Ka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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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련번호: SCP-001-KO

등급: 타우미엘(Thaumiel)

특수 격리 절차: SCP-001-KO에 대한 문서는 O5-8의 허가가 있어야만 열람, 수정, 복사, 게시할 수 있다. 특수 격리 절차도 이 규정의 적용을 받는다.

설명: SCP-001-KO는 재단의 표준 K등급 시나리오 테스트 콘솔과 유사한 장치이다. 그러나 재단에서 사용하는 콘솔과는 다르게, 입력값을 넣을 수 있는 워크스테이션이 갖추어져 있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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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겨운 보고서 형식.

집어치우죠. 사실만 나열하는 보고서에는 담을 수 없는 것들이 있습니다. 방어 기제부분적인 진실이든 다 보고서 형식이 아닌 것처럼. 제가 고백해야 할 이야기도 그렇습니다. 이 문서를 읽는 게 내부 보안부, O5 평의회, 윤리위원회 중 어디가 되었건 양해하시길. 어차피 특수 격리 절차만이 필수적이고 설명은 부차적인 내용일 뿐이라고 주장해온 건 당신들 아니었습니까.

제가 SCP-001-KO가 무엇인지 알게 된 것은 1998년, 연구원으로 있을 때의 일입이다. 그 당시 모든 사람들은 이걸 오작동하는 기계라 생각했고, 좀 똑똑한 사람들은 오컬트 연합에서 재단 콘솔을 베껴 만든 어설픈 장치라고 볼 뿐이었죠. 그러나 8월 1일, 그 기계에서 뱉어낸 문서들 (부록 001-KO-1을 참고할 아니다 왜 구태여 부록을 쓰고 편집해야 하는 거지?) 은 그렇게 말하지 않았습니다. 다른 연구원들은 그 문서들이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는데, 부분적으로는 그들이 철학이나 사회과학에 무지했기 때문이지만, 더 큰 이유는 그들은 그 기계가 세계멸망 시나리오를 테스트하는 콘솔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문서들은 오히려 사회가 어떻게 하면 영속할 수 있을지 적고 있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은 오류이겠거니 하고 무시했죠.

그 문서가 담고 있는 내용은 굉장히 기묘했습니다. 변칙 개체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전 세계에 퍼져 있었으며, 변칙 개체가 발견되면 재단이 격리하는 것이 아니라 민간이나 정부 연구소, 또는 기업에서 가져가서 연구하고 기술을 빼내고 상품화하고 있었죠. 훨씬 무시무시한 시나리오가 많지 않느냐고요? 실상 제가 보기에, 변칙성에 대한 공포는 심각하게 과장되어 있습니다. SCP-1000이 실제로 SK급 지배권 이동을 시도할 때, 인류가 말살시킬 능력이 없을까요? SCP-1984는 지금 재단도 없애버릴 기술이 있습니다, 다만 100% 성공할지 장담할 수 없는 것뿐이지. 전 인류가, 모든 과학자들이, 위험한 변칙 개체를 없애고 유용한 변칙 개체를 이용할 기술에 대해 연구한다면… 그때는 인류 앞에 모든 것이 무릎 꿇는 시대가 올 겁니다.

혼돈의 반란이나 마샬, 카터 & 다크 같은 조직이 있지 않냐고요? 제발, 반란이 국제적 어젠다를 주도할 능력이 있나요? MC&D도 경쟁사들이 생겨나면 밀려나서 오히려 쭈그러들걸요. 세계 오컬트 연합은 어떨까요. 그들에게는 분명한 철학도 있고, 충분한 인원도 있죠. 그러나 태생적으로 그들은 UN이나 강대국과 너무 밀접합니다. 변칙 개체들의 유용성효용성을 알아버린 인류에게는 역부족이죠. 그 문서의 내용을 옮겨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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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립변수 h-6-15("미합중국 정부")와 독립변수 h-1-1("경제적 합리성") 및 기타 변수들의 상호작용에 의하여, 세계 오컬트 연합은 사건 발발 730~1095일 내로 궤멸될 것으로 보인다.
  • UN의 비난 결의 및 일체의 관계 부인 가능성 85%, 주요 인원들에 대한 수사 가능성 97%, 인적변수1 y-1-1("우쿨렐레 요원") 사망 또는 체포 가능성 39%.

짐작이 가실 겁니다. 변칙 개체를 파괴하려는 오컬트 연합의 강경파들은 별로 환영받지 못할 것이고, 그들 역시 변칙성에 대한 연구를 '기적학'이랍시고 계속해왔다는 걸 고려하면… 좌파 정치인들은 변칙성에 대한 지식을 독점하려는 제국주의적 파시스트 조직이라고 할 것이고, 우파는 국가 안보와 산업은 신경쓰지도 않고 자원만 낭비하는 좌파 조직이라고 하겠죠. 결국 결론은 이겁니다. 이 상황에서, 기존에 있던 조직 중 살아남을 수 있는 건 우리 재단뿐이라고. 독립적인 자금원, 방대한 연구와 지식, 전 세계에 걸친 정보망과 인원들, 기지와 시설… 유리한 점이 너무 많죠.

그러나 재단도 살아남을 뿐, 무사한 건 아닙니다. 확보, 격리, 보호라는 구호도 변칙 개체들을 연구해서 인류 문명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마음 속에서 울리는 독립변수 h-1-1(경제적 합리성) 앞에서는 무력합니다. 수많은 연구원들이 떠나가고, 일부 O5도 굴복합니다. 실제로 그 문서에서 말하듯이, 변칙 개체들을 이용한 세상은 풍요롭게 성장할 테니까요. 당장 기업이 기술적인 어려움에 부딪칠 때마다 SCP-014-KO에 물어봐서 완벽한 대답을 받는다고 생각해보시죠.

본론으로 돌아와서, 계속하죠. 해당 시나리오에 따르면 재단은 비주류로 전락하고, 공공의 적이 되어버립니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혼돈의 반란이 차지하는 위치와 비슷한 위치죠. 그러나 재단은 여전히 유지됩니다. 재단의 사상에 공감하는 자들이 여전히 있기 때문입니다. 아주 중요합니다. 기술이나 워라밸 따위가 아닙니다. 사상이요. 바로 그 때문에 반란은 이어지지 못하지만, 재단은 이어집니다. 예를 들어 SCP-682SCP-076은 여전히 존재 자체가 민폐죠. 그걸 본 사람들 중 격리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그리고 변칙성이 판치는 사회에서 부작용은 여전히 생깁니다. 그 문서에서 봐도, 기업들이 하도 SCP-014-KO에 물어봐서 존재가 공개되고 5개월 내로 특허 제도가 무력화된다는군요. 그런 피해자들이 하나 둘, 재단을 지지하면서, 재단은 유지됩니다…

재단에서 좀 구르신 분들은 시큰둥하실 지 모르겠네요. 그러나 제가 매혹된 건, 결론 부분이었습니다. 그 문서의 결론은, 이러한 사회가 영속(永續)할 수는 있지만, 지금보다 개선된 사회라고 할 수 없기에, 바람직하지 않았습니다. 놀랍지 않습니까? 정신나간 방향으로 세상을 바꾸겠다는 작자들이 널리고 널린 마당에, 이렇게 상식적인 결론을 내릴 수 있다는 게 말입니다. 제가 지지하게 된 것은 바로 그 사상이었습니다. 진정으로 더 나은 사회가 무엇일지 꿈꾸는 그 사상이요. 지금의 재단은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격리에만 급급해서 생각도 못 하고 있는 미래를 말이죠.

치명적 오류 발생.

보안 코드를 재인증하시오.
실패 시 즉시 모든 무장을 해제하고 바닥에 엎드려 기동특무부대를 기다릴 것.
5..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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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죄송합니다. 컴퓨터가 말썽이군요. 아니면 재단에서 뭘 시도한 건가? 혹시 모르니, 중요한 부분으로 바로 들어갑시다. 5년 간 이런저런 조사 끝에, 전 그 콘솔을 통제하는 '조직'에 대해 알아냈습니다. 12명밖에 안 되는 좀 민망한 규모였죠. 더 나은 사회란 무엇인가… 그 고민 하나로 모인 사람들을 저는 쉽게 통제했습니다. 자금을 지원하고, 사람들을 끌어모으고, 실험을 할 수 있도록 정신자나 정신조작 기술에 대해 가르쳤죠.

첫 3년은 정말 난관의 연속이었습니다. 몰래 D계급 인원들을 빼돌려서 실험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제 휘하에 있는 연구원들 중 동조할 만한 극소수를 가입시키고, 장부를 조작해서 예산을 횡령하고… 저 자신이 잡혀갈 뻔한 일도 여러 차례 있었죠. κ가 고문을 못 이기고 자백했듯(그나저나, CIA처럼 고문 행위를 '강화 심문 기법'이라 쓰는 건 정말 비열한 짓입니다. 윤리위원회는 뭘 하는 건지.) 사회심리학적인 실험이 계속되었습니다. 재단의 눈치를 끌지 않도록 모든 실험은 실험실 내에서 소규모로 진행되었고요. 조금씩 조금씩, 우리는 영원히 이어지고, 동시에 개선된 사회2가 무엇일지 고민했습니다. 구상만 하는 조직이 아니라, 점점 그 개선안을 실행에 옮길 능력도 생겼죠.

그리고 저는 이 조직을 재단에 흡수시키려 노력했습니다. 계획의 주요한 틀은 대충 잡힌 상황이었고, 구체적인 세부 사항들을 정하기 위해서는 지금과는 비교도 안 되는 예산과 인력이 필요했고, 재단이 더 개입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주 교묘하게, 저는 재단을 이용했습니다. 재단은 변칙 개체를 확보하고, 실험하면서 우리에게 필요한 데이터를 스스로 제공해 주었고, 그 실험 결과물이 잘 통제될 수 있도록 격리해주었습니다. SCP-1427은 자그마한 실패 중 하나죠. 인류멸망을 일으킬 수 있는 케테르급 변칙 개체를 핑계로 대면 소규모 전체주의 사회를 만들도록 허가받는 건 일도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윤리위원회는 생각보다 깐깐하더군요. 또 어떤 예시가 있을까요. SCP-2112는 어떨까요. 인간에게는 정말로 예술적 다양성이 필요한 것인지 실험해 보는 건 중요한 세부사항 중 하나였죠. SCP-2026도 있군요. 치아로 미니 인간을 만들 수 있었기에, 제한적이지만 D계급 인원들을 얼마간 아낄 수도 있었습니다.

SCP-720-KO는 가장 훌륭한 성공 사례입니다. 그걸 만드는 데 한 세월 걸렸죠. 하지만 한 번 확보되고 나서는 재단이 알아서 여러 실험을 진행해 주었고, 무한한 경제학적 합리성에 갇힌 인간이 어떤 행동을 하는지 수많은 요원들과 연구원들이 관찰 보고서를 작성해 주었습니다. 만약 그걸 우리 조직이 독자적으로 수행했다면 파산했을 테고, 전 재단 역사상 가장 큰 액수를 횡령한 혐의로 끝장났겠죠. 그 보고서를 보면, 가장 말미에는 이런 말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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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우리 사회를 이루는 모든 다양성들, 불확실성들이 통째로 사라지게 될 겁니다. 그 다양성과, 불확실성에서 오는 것이 기쁨 아닙니까? 이 사회는, 불완전하기에 아름다운 것입니다.

제 흥미를 확 끈 문장이었죠. 정말로 이 세상은 불확실성 때문에 아름다운가요? 거기에서, 옛날 버전 001-KO 중 첫 번째 버전을 계획했습니다. 정신조작을 살짝 퍼뜨리고, 재단이 인력을 쏟아붓도록 조직원 몇 명과 메모를 배치하고, 적당한 타이밍에 재단이 그 존재를 알 수 있도록 했습니다. 모든 것을 불확실성에 맡긴 세상이죠. 그래, 어떠셨습니까, 아름답던가요? 문제의식에는 공감하실 겁니다. 불행을 겪고 있는 사람에게, 전생에 죄를 지었다거나, 믿음이 부족해서라는 여러 종교의 설명은 역겹기 그지없죠. 인간에게서 만물에 이유와 논리를 부여하려 하는 그 쓸데없는 생각을 없앨 필요는 있지만, 해결책에는 공감하기 힘드셨을 테고요. 이해합니다. 우리 역시 비슷한 결론을 내렸으니까요. 항상 실험결과 중 장점만 취하고, 나머지는 반면교사로 삼을 뿐입니다. 우린 매드 사이언티스트가 아니에요.

그 다음은 '얼굴 없는 자'3에 대한 실험이었군요. 제가 처음으로 읽은 문서와 관련된 것이죠. 세상 사람들이 변칙 개체에 대해 알게 된다면 무슨 일이 생기는가? 동시에, 그 시나리오에서 말했듯, 재단은 정말 살아남을 수 있을까? 살아남는다면, 재단은 사회의 안티테제4가 될까? 결과는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재단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았고, 시나리오는 살아남으려는 재단의 노력을 과소평가했던 것 같군요. 다행이라고 느낍니다.

그래서 지금 저는 모든 진실을 남기고 있습니다. 우리 조직은 재단에 완전히 흡수되었습니다. 재단은, 자기 자신도 모르지만, 더 나은 사회가 무엇일지, 미래를 어떻게 바꿀지 고민하고 있고, 그 결과를 해석하고 실험을 계획하는 사람들이 재단 곳곳에 숨어있죠. 우리를 추적하는 재단의 TF가 위험한 시도였지만, 그것도 중단시키는 데 성공했습니다. 내부 보안부도 이제 와서 우릴 멸절시킬 수는 없습니다. 사상이 살아있는 한, 계속해서 퍼져나갈 뿐이니까요. 그러나 제가 지금까지 해온 일은 옳지 않았습니다. D계급 인원들은 일회용품마냥 쓰였고, 재단에서 횡령한 예산 때문에 재단도 큰 피해를 입었죠. 두 차례의 001-KO 실험에서 수많은 민간인들에게 피해를 입혔고. 그 책임을 지고, 저는 이 글을 끝마치고 죽음을 택할 겁니다. 그로써 우리가 공리주의자도 아니고, 위선자도 아님을 증명할 거고요. 우리가 진심으로 이 일을 하고 있음을 알아주길 바랄 뿐입니다.

그 전에, 저는 이 문서를 읽고 있는 당신에게 요청합니다. 저는 모든 진실을 털어놓았습니다. 당신 역시 고민해 주십시오. 우리에겐 비밀결사마냥 가입 의식도 없고, 회원 모임도 없습니다. 더 나은 사회의 모습이 무엇일지, 미래에 재단이 어떤 모습일지 생각해 주십시오. 그와 관련된 변칙 개체가 있다면, 항상 하던 것처럼 확보하고, 격리하고, 보호하시고, 실험해서 보고서를 작성해 올리세요. 정식 SCP 항목으로 만드세요. 재단 안에 있는 우리 조직의 누군가가 그 보고서의 행간을 읽고, 거대한 계획을 조금씩 조금씩, 수정해 나갈 겁니다. 그럼으로써 당신도, 비록 아무도 알아주지 않겠지만,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데 일조한 겁니다. 언젠가는 우리의 사상이 전 재단에 퍼져서, 재단의 강령이 바뀌어 나갈지도 모르죠. 그리고, 언젠가는, 당신도 부름을 받고, 그 거대한 계획이 무엇인지 볼 수 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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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을 담아, O5-8 남김


O5-8은 기동특무부대에 체포되기 전 자살하였다. 보고서는 곧 원상복구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