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세요? 나 지금 네 뒤에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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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등급 연구원 토마스는 재단에서의 끔찍한 야근 지옥을 뒤로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중이었다. 조기 퇴근의 이유는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뽑은 '당첨!' 이 확실할 것이다. 뽑자마자 다들 그를 축하하였지만 한편으로는 부러워했다. 그리고 복잡 미묘한 느낌을 주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토마스는 왠지 찝찝한 기분이었으나 그런 것 따위는 기쁨을 넘어설 수 없었다.
그는 전화를 걸었다.
연결음이 흘러나온다. 누군가가 받았다. 토마스의 아내였다.

"웬일로 일찍 퇴근하셨어?"

"뭐, 어쩌다보니 그렇게 됬어."

"빨리 들어와, 애들이 당신 기다리고 있어."

"아 맞아, 예림이는 괜찮아? 다쳤다면서?"

"지금 뛰어놀고 있는중 입니다"

"역시 우리딸"

"'난 걱정 안되냐?"

"너야 말짱 하잖아?"

"집에 들어와서봐"

"잘못했습니다"

오래간만에 느끼는 즐거움에 미소가 저절로 지어졌다. 누가 이런 상황에서 기쁘지 않을까? 그 미친 괴물들한테 언제 죽어나갈지 모르는 상황에ㅡ사실 토마스가 근무하는 기지에서는 단 한 번도 격리 실패가 일어나지 않았다.ㅡ, 미친 업무량과 미친 동료들,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들과의 재회. 재단 기지에 있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최소한 그에게는 최고의 기쁨이었다.

"엉. 파랑 양파랑 뭐?"

"돼지목살 100g"

"오늘 저녁 제육이야?"

"아니? 김치찌개"

"그려? 맞다, 너 그때 ㅁ-"

"기다려봐 예림이가 너 바꿔주래"

"그래-"

그때였다.
문자가 왔다. 상사의 문자가 왔다.

[야]

"잠시만, 나 문자가 와서 끊을께."

"엄마!! 아빠가 끊는데!!"

"아니 딸-"

"야 죽을래?"

"사랑해요"

"저번처럼 또 야근처리되면 넌 죽는다"

"그래 나도 사랑해"

[왜요??]
[아 시발.. 이걸 어떻게 말해줘야되냐
 진짜 유감이다 이건
 와.. 놀라거나 충격받을꺼야. 괜찮겠어?]
[..?
왜그러세요?]
[일단 가족들한테 문자해서 사랑한다고 전해 빨리]
[왜요?]
[닥치고 빨리 하라고]
[아 뭐냐고요!!]

토마스는 상사에게 신경질적으로 전화를 걸었다. 그래봤자 욕을 한다거나 그런 짓은 못할 것이 분명했기에 차분히 감정을 가라앉혔다. 그가 전화를 건지 2초만에 전화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려온 것은 그의 시끄러운 말소리뿐이었다.

"왜그러세요 관리자님-"
"ㄲ.. ㅓ"

"예?"

"ㄲ.. ….라고!!"

"네? 잘 안들-"

"씨발 쳐 끊으라고 살고싶으면!!!"

나 수지중학교 앞이야, 넌 어디야?

"어?"

"아 진짜 끊으라고 했잖아..!!"

"아 설마 무슨-"

"씨발 전화 끊으라고… 늦었잖아 이새끼야.."

전화는 끊어졌다.
토마스의 머릿속은 한가지 일련번호로 가득 찼다.
SCP-087-KO


그는 휴대폰을 창밖으로 던져버렸다. 평소라면 아까워서 차를 돌렸겠지만 그럴 만큼 여유롭지도, 그렇다고 돈이 없지도 않았다. 돈이 없어도 목숨이 우선일 것이다. 그러나 창밖에 휴대폰을 던져버리고 나서야 생각났다. 그것에게는 통신장비를 버리는 것이 별 소용이 없다는 것을.

나 토월초등학교 앞이야, 넌 어디야?

악셀을 미친 듯이 밟았다. 공포에 식은땀이 미친 듯이 흘러내렸다. 억울함에 눈물이 비처럼 쏟아졌다. '왜 난데? 왜? 내가 뭘 했는데?'

나 신정마을 성지아파트 앞이야, 넌 어디야?

집문을 부수듯이 열었다 닫았다. 그러고서 집 안의 모든 통신 기기들을 작살 내 버렸다. 토마스는 그의 아내 '벨라'의 이름을 부르며 눈물을 흘렸다. 그는 당황한 채 무슨 일이냐며 물어보는 그녀에게 한마디만 지껄였다.

"사랑해.."

눈물과 콧물에 목이 막혀 꽤 괴상한 소리였지만 그의 마음은 충분히 전해졌을 것이다.

나 우성아파트 504동 아래야, 넌 어디야?

이젠 상관이 없었다.

나 1층이야, 넌 어디야?

"사랑해 여보"

나 5층이야, 넌 어디야?

'내가 왜 죽어야되? 격리팀은 뭐하는거야?'

나 10층이야, 넌 어디야?

'왜 하필 나야!!'

나 집문 앞이야, 넌 어디야?

토마스는 자신의 가족들을 꽉 껴안고서 눈물을 흘렸다.

여보세요? 나 지금 네 뒤에있어, 넌 여기있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
무심한 직장 상사를 떠올렸다. 즐겁고 약간 미친 동료들을 떠올렸다. 미소 짓고 계신 부모님을 떠올렸다. 귀여운 그의 딸을 떠올렸다. '벨라'를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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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략)… 희생자의 위치에 도착하며, 몇 초 이내에 희생자를 [데이터 말소]한 뒤 희생자의 신체 일부와 함께 사라진다. 희생자의 남은 신체는 SCP-087-KO-1이 희생자와의 통화에서 언급했던 모든 위치에 고르게 흩어진 상태로 발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