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듣고싶지 않을 시시콜콜한 연애담

"그래서, 가이. 그 여자랑은 어떻게 됐나?" 존 스튜어트 박사가 물었다.

"끝났죠. 끝날 수 있는 가장 최악의 방법으로." 가이 가드너 박사가 대답했다.

"하! 그럴 줄 알았지. 자넨 낭만이 없어. 어떤 여자가 자네 같은 남자를 버텨줄까."

"아니요, 이번엔 그 반대입니다. 제가 여자를 못 버텨서 끝났죠."

존 스튜어트 박사가 못 믿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뭐라고? 그거 참… 흥미롭군."

가드너 박사가 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이거 얘기해드리면 비밀로 해주십시오."

"어차피 나말곤 자네 연애담 들어줄 사람도 없어."

가드너 박사가 복도를 몇번 발끝으로 두드리더니, 입을 열었다.

"그녀를 만난 건…"

"잠깐 잠깐 잠깐." 스튜어트 박사가 말을 끊었다.

"왜요?" 그가 짜증스럽게 말했다.

"얘기를 그렇게 시작하면 자넨 항상 온갖 지루하고 쓸데없는 얘기들까지 길게 늘어놓더군. 짧게, 짧게 말해봐."

"아쉽네요. 사귄지 둘째 날 밤에 그녀가 제 옷을 어떻게 찢었는지도 말씀드리려 했는데."

"이틀만에? 그건 좀 흥미롭군. 아냐, 됐어. 짧게 말해봐."

"그녀가 우리 서류들을 봤어요."

잠깐의 정적.

"…..뭐?"

"말했잖아요. 비밀로 해달라고."

"아니 그래도 이건.. 아니다. 계속 해봐."

"그냥 서류 몇장도 아니고 잠궈놨던 서랍 안에 있던 서류 뭉텅이를 봐버렸죠. 저 잘 때 밤새 보고있었다네요."

"혹시, 둘째 날 밤?"

"네. 둘째 날 밤."

"허."

"다음날에 저한테 벌개진 얼굴로 질문 공세를 퍼붓더군요. 어디서 일하는 건지, 거기 정체가 뭔지, 뭐 그런거요."

존 스튜어트 박사는 조용히 허공을 응시했다.

"근데 생각했던 반응이랑은 좀 다르더군요. 밤새 그걸 읽으면서 수천가지 망상을 했을텐데, 아마 자기를 어둠의 비밀기관의 요원의 애인… 그 비슷하게 생각한 모양이더군요."

"내가 그 여자였으면, 네가 자고있단 걸 확인한 후 꽁무니 빠지게 도망쳤을거야."

"솔직히 말해서 서류를 들킨 것보다 그 여자가 흥분한 게 더 무서웠어요."

"얘기가 길어지겠군. 그래서, 어떻게 처리했지?" 그가 눈을 가늘게 뜨고 물었다.

"말하던 중 후려쳐서 기절시키고, 가까운 기지까지 차로 데려간 다음, 기억소거제 투여했죠."

"기억소거제? 그걸 어떻게?"

"폐기될 예정인 구식 물건이었어요. 무더기로 갖고있었죠. 아, 그거 부작용 있다던데."

"개자식."

"그래요. 제가 개자식이죠."

"이게 끝이겠지?"

"끝이죠."

"흠… 잠깐!"

"왜요?"

"서랍 잠궈뒀다며? 어떻게 꺼낸거야?"

긴 정적.

"…땄군."

"정말 놀라운 여자였어요."

"원래 여자들은 다 놀랍지."

"소중한 교훈이군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