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1부 1장 |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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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서히 일어난다.
서서히 피어난다.

이제 곧 여름 이구나.
더 추울 줄 알았는데 이제 여름 이구나.

생각해보니 오늘 어딘가로 외출해야한다.
지금부터 준비해야하는데… 약간의 기쁨에 취해버렸다.

대학이나 클럽에 가는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드디어 내가 일자리를 얻게 되었다.

이제부터 나는 (주)한국SCP지부에서 일하게 된다.
예전에 박사를 목표를 삼아서 주구창창 달리다 보니

그 회사의 취업 자격에 맞게 되었고, 떨리는 면접을 거쳐
마침내 그 회사에서 일자리를 얻게 되었다.

취업하는 것이 어렵지 않나 해서 많이 걱정이 되었는데
어쨌든 구했다. 그것부터 안심이 되었다.

흥분을 가라앉히고 마저 준비하러 창문에서 떨어진다.
.
.
.

집에서 떠나 저상버스를 타고
회사 근처에 있는 도시로 떠난다.

버스는 출발하고 빽빽한 회색 숲을 지나
산에게 둘러싸인 도로를 지나갈 때쯤에,
나는 좌석 옆의 창문을 보고 문득 이 생각이 떠올랐다.

예전에 합격통지와 함께 받은 신입사원 설명서에서
깨름칙한 문장들 때문에 약간 초조한 생각이 떠올랐다.

어느 순간 내가 창문을 마주하며 그대로 눈을 감았다. 약간 졸린 것 인가.

귀를 통해서 사람들이 버스 선반에서 짐을 내리고 북적이는 기척을 들었다. 몽롱한 상태로 부랴부랴 나도 짐 챙기고 버스에서 좀 늦게 나왔다.

회사 직원 분들이 나를 인솔하기 위해서 잠깐 버스터미널에서 기다렸다. 워낙 혼자 가기 버거워서 말이다.

그때 좀 늦은 시간 이었다. 해는 지평선 너머에서 반쯤 숨었다. 맑은 하늘은 어느 쪽에는 주황색을 띄고 다른 쪽에는 어두운 색으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사람이 많지는 않았고, 내가 느끼기엔 버스터미널을 지나가는 버스의 수가 사람 수 보다 많아 보인다. 하긴 외딴 시골이니까 그럴 수도 있지.

그래서 약간 조용한 것 같다. 버스들의 소리를 제외한다면 소리는 고요한 편이다.
새들이 지저귀지는 않았으며, 매미도 신기하게 울지 않았다. 바람도 불지 않았다. 오직 더위만 불편하게 느껴진다.

마침 나를 회사 내까지 인솔시켜 준다는 직원 분들이 오셨다. 그러면서 대화를 이어갔다.

회사 직원: 저기 혹시 헤르시안 박사님 맞으시죠?

나: 네, 맞습니다 저예요

회사 직원: 암구호를 말해주시기 바랍니다.

나: 어… 우리는 허술한 나를 허술하게 증오한다. 가324?

회사 직원: 다음에 온도 체크 좀 할께요.

이때도 코로나가 유행했었다. 워낙 내가 버스 탔었니까 그래도 온도 체크를 해야 겠지.

회사 직원: 오케이, 일단 확인 되었습니다. 인솔해드릴께요.

나: 다시 한번 고맙습니다….

암구호를 미리 외어 와서 다행이다. 내 생각에서는 중요하지 않게 생겼는데 그래도 신입 사원 설명서를 꼼꼼하게 읽길 잘했다.

간단해보이는 절차를 마치고 직원의 차에 같이 탔다. 벤 종류의 차 였고, 좌석이 작아 불편하게 낑겨 앉았다. 이걸 타고 바로 회사로 간다고 설명했다.

회사의 거리는 생각보다 멀어서, 불편한 채로 몇십 분을 가야한다니! 다시 생각만해도 싫다.

차에 타고 회사로 가는 중에 차 에서 직원 분이 어느 순간에 갑자기 말했다.

회사 직원: 저도 사실 한때 그 암구호의 시스템 때문에 당황했던 적이 있어요. 그때만 생각해도… 참 다행이다 싶었어요.

나: 미리 안 외워서요?

회사 직원: 맞아요. 어떻게 아셨어요? 저도 설명서에서 난잡한 내용들이 많아서 그걸 놓칠 뻔 했어요.
이왕 설명서에서 암구호만 줄 처놓지.

나: 저도 놓칠뻔 했죠.

회사 직원: 하하. 다행이네요.
이제부터 더 이상 그거 걱정하지 마세요,
그건 따지고 보면 찰나의 순간이자 쉬운 것이거든요.

직원의 말에선 환함을 조금씩 뿜어내고 있었다. 나는 조금이나마 안심되었지만, 아직 나는 어색하다는 것이… 든다.

짧은 대화가 끝나고. 나는 조수석 옆 창문만 바라보며 바깥을 감상했다. 지평선과 맞대며 살고 있는 나무들과 전봇대를 보면서.

근데 그것들은 어느 순간에 지워 지고 회사 시설들 창문에서 빼곡하게 그려졌다. 아시다시피 나는 거의 회사에 가까이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