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없는 이야기들
http://ko.scp-wiki.net/finger-nail 올렸다!

치료할 수 있어요."

이 말만 믿고 나는 지금 수술대에 누워있다. 수술실에 들어오면서 플라스틱이 썩는 냄새가 났다. 아니 실리콘이 썩은 냄새이라고 해야하나. 하여간 내가 여태까지 맡아본 적 없는 역한 냄새가 났다. 차라리 마취라도 얼른 시켜주지면 좋으련만, 의사는 커녕 넓은 수술실에 인기척 하나 없었다. 혹시 내가 속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을 때 의사가 들어왔다.
의사의 모습은 내가 생각하던 모습과 많이 달랐다. 특히 수술 장갑이 눈에 띄었다. 흔히 보던 하얗고 잘 안 찢어질 것 같은 수술 장갑이 어께까지 올라와 있었다. 게다가 혼자서, 그것도 맨 손으로 들어왔다. 의사가 내 앞에 다가와 말했다.
"일단 폐에 있는 암덩어리부터 빼냅시다."
뭔가 잘못 되었다는 것을 느낄 틈도 없이 의사의 손이 내 입 속으로 파고 들어왔다.
손이 입 속에 들어왔다. 계속 들어갔다. 목구멍 안에 들어있다. 말하고 싶지만 내 혀는 의사의 팔에 눌려있다. 소리를 지르고 싶지만 목 안은 손으로 가득 차 있었다. 잠시 멈칫했다. 손가락을 가닥거렸다. 손가락이 한쪽 방향으로 향했다. 그대로 손이 들어갔다.
기도 속이다. 억지로 구멍을 넓혀가면서 손을 넣고 있다. 손이 완전히 막혔다. 이제 더 이상 못 들어간다. 더 이상 안 들어간다. 그러자 폐를 움켜쥐었다. 폐를 흔들었다. 폐를 짜냈다. 폐를 닦아냈다. 폐에서 무언가를 움켜쥐었다. 그 것을 때어내고 손이 천천히 뒤로 움직였다.
의사는 천천히 움직였다. 그 것을 떨어뜨리지 않으려고 하는 것 같다. 천천히 내 기도에서 손을 빼냈다. 더욱 조심스럽게 내 목에서 손을 빼냈다. 그리고 내 입에서 손을 빼내자 검은 덩어리가 의사의 손에 들려있었다.
의사는 조심스럽게 더럽혀진 장갑을 벗고 있었다. 저 의사로부터 빠져나와야 할 것 같았다. 저년이 차라리 나를 죽였으면 좋을 것 같았다. 갑자기 의사가 다시 나타났다. 의사는 어느새 깔끔한 새 장갑을 끼고 있었다.

"잘 참으셨어요"

의사가 말했다.

"이제 뇌에 있는 종양만 제거하면 돼요."

그리고 의사는 손가락을 갈고리처럼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