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 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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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약속시간까지 11분. 진용은 알아들을 수 없는 말들을 중얼거리며 이따금씩 큰 소리로 웃거나 짐짓 진지한 표정을 지어보인다. 운전사가 백미러로 이 모습을 곁눈질한다.

“사장님 도착했습니다. 좋은 시간 보내고 오십쇼.”

진용은 운전사에게 미소를 지어보이고는 도어맨을 따라 연회장으로 향한다.

“뵙게되어 영광입니다. ‘강진용’ 사장님. ‘해영목’ 회장님께서는 홀의 중앙에서 다른 분들과 이야기를 하고 계십니다. 그럼, 좋은 시간 보내시기 바랍니다.”

연회장은 정말이지 엄청나게 넓었다. 거기에 주변에는 온통 유명한 기업인과 예술가, 변칙과 관련된 일을 하는 이들까지. 미국 소프트웨어 업계의 대표주자인 해영목 회장이 변칙기술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자 크게 한몫 잡아보려는 이들이겠지. 진용도 꽤나 오랜 시간동안 변칙사업에 종사한 사람이였지만 회장과의 인연이 없었다면 이 자리에 오지도 못했을 것이다.

“회장님, 꼭 1년만에 이렇게 다시 만나뵙네요. 불러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회장은 진용을 훑어보고 잠시 생각을 하는가 싶더니 이내 입을 연다.

“오 이런, 강 사장 아닌가? 몰라보게 변했군. 이보게들 이이가 누군지 아는가? 내가 매일 입이 닳도록 말했던 그 서울청년이 바로 이 사람일세. 미국에서 그 신기술을 이용한 사업을 하고 있는데 내가 앞으로 진행하려고 하는 사업분야에 바탕이 될 인재라네. 물론 그 전에, 내가 준 숙제가 어떻게 됐나 봐야겠지?”

순식간에 사람들의 시선이 진용에게 쏠리고 그도 침착하게 대화를 이어나간다.

“제게 너무나도 좋은 말씀들을 해주셨죠. 회장님 덕분에 아직도 이 바닥에 붙어 있습니다. 말씀하셨던 것은 그날 비행기에서부터 준비하기 시작해서 3개월 전쯤에 완성하였습니다.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때마다 회장님께서 격려해주시고 많은 지원을 해주셔서 헤쳐나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마 제 기억에는 그 숙제를 주실 당시 ‘사인만 하면 되도록'이라는 말씀을 덧붙이셨는데 그 말씀 그대로 준비했습니다. 읽어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회장에게 태블릿 PC를 건네는 진용의 손이 가늘게 떨린다. 회장이 서류를 읽는동안 연회장에는 잠시 정적이 흐르고 진용이 실패하기를 바라는 이들과 응원하는 이들의 마음의 소리가 들릴 것만 같았다. 정적을 깬 것은 바로 회장의 호탕한 웃음소리였다.

“훌륭하군. 훌륭해! 내 안목은 아직 멀쩡한가 보구만!”

그제서야 진용은 긴장을 풀고 농담을 던진다. “그럼 이제 호텔 뷔페 맛좀 봐도 되는겁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