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ic P.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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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실험 도중 SCP-████의 격리 실패가 발생하여 Eric P. 연구원의 사지가 절단되는 사고가 일어났다.

그것의 칼날이 내 사지를 절단내버렸다.

"흐억…"

재대로 된 비명을 지를 새도 없이 순식간에 내 머리가 땅에 떨어졌고,

의식이 흐려지는 찰나에 다른 차원에 있는 니콜라스가 감기약을 먹는 것을 보았다.

젠장.


"에…그러니까 이 사람이 10분 전에 사지가 13등분당했던 그 에릭 씨 맞죠?"

"그렇네. 그의 지금 상태는 어떠한가?"

"뭐 별 건 없구요, 그냥 평범한 감기 환자입니다. 몸이 조각났다가 붙은 건가 싶어서 확대경으로 하나 하나 살펴봤는데도 그런 흔적은 없더라구요. 애초에 절단난 적도 없듯이요. 뭐…특이한 점이라면, 몸이 썰려나가기 전에 에릭 씨는 그 어떠한 질병에도 감염되지 않은 상태였다는 거죠."

"흠…그런가? 그럼 언제 깨어날 수 있는 것으로 예상되나?"

"그게 말이죠, 감기 걸렸다는 것 말고는 아무런 이상도 없습니다. 뭐 이런 경우는 언제 깨어나는지는 신만이 알겠죠."

"그렇군…알겠네. 그럼 수고하게나."

빰 빰빰 빰 빠빰 빰

전화벨이 의무실 안을 쩌렁쩌렁하게 울리자 그는 급하게 뛰쳐나가 전화를 받았다.

"네, 기지 관리자님. 네네, 에릭 연구원의 상태는 예상과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네, 아마 이틀 뒤면 에상대로 깨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네, 추가적인 변칙 현상 발견시 보고하겠습니다. 좋은 하루 되십쇼, 네."


"으음…"

눈을 뜨니 흰색의 천장이 가장 먼저 보였다.

"으어…머리야…여긴 또 어디여…"

조금 정신이 명료해지자 내 눈에는 내가 누워 있는 병원 침대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고개를 살짝 돌리자, 침대 근처에 있는 의료 기기들이 내 눈에 들어왔다.

"의무실이구만. 젠장, 그 망할 것의 격리 실패 일어난 것까지는 기억나는데…"

나는 기억들을 되짚어보던 중 몸이 욱신거리고 무거운 느낌이 든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목이 따끔거리고 콧물이 나온다는 사실 또한 인지했다. 그러니까 마치 감기에 걸린 것처럼… 난 분명 멀쩡했던 것 같은…

"아 에릭씨, 일어나셨네요. 이틀동안 침대에서 뻗어 계셨어요. 하핫, 몸은 좀 괜찮으시고요?"

뭐지, 이 사람은..? 뭔데 나한테 갑자기…아, 의무관이구만.

"아, 예…괜찮습니다. 다만 감기 기운이 좀 있는 것 같은데, 이게 좀 이상한 게…"

"아, 그건 감기의 잠복기 때문에 그럴 겁니다. 감기의 잠복기가 대략 2일에서 3일쯤 되거든요. 뭐, 자세한 건 그쪽도 알고 계실 테니까 설명은 건너뛰죠. 정 불편하시면 약이라도 좀 드려요?"

난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아, 괜찮습니다. 버틸 만은 합니다. 그럼 성함이…함 종호? 의무관님, 그럼 수고하십쇼!"

그는 나에게 활짝 웃어보이며 말했다.

"네, 아프시면 언제든 찾아오시고요."

드르륵- 쿵

미닫이문이 닫히는 소리가 의무실에 은은하게 울려 펴졌다.

삐 삐 삐 삐삐 삐삐 삐 삐삐삐

함종호 의무관은 문이 완전히 닫힌 것을 확인하고 에릭 연구원이 멀리 떠나자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뚜르르르- 달칵

"예, 여보세요? 네, 잘 둘러 댔습니다. 네. 그럼 수고하십셔. 네."


똑 똑 똑

사무실 문을 경쾌하게 세 번 두드리는 소리가 사무실 안에 울려 퍼졌다.

"들어오게."

이윽고 한 연구원이 사무실 안으로 들어왔다.

"저…니콜라스 박사님?"

"뭔가?"

"처리하실 일이 한 30건쯤 추가로 들어왔습니다. SCP 발견 신고에 따른 안건이 15건이고요, 그 외에 혼돈의 반란이 이번에 일으킨 민간인 보유 SCP 탈취 사건에 의한 안건이 13 오오오…"

"후우…"

"흐어어…"

"자네?"

"으아아! 예?!"

"빨랑 서류 다 가지고 와. 오후에 대학교에 변칙 개체 관련 강의 나가야 되서 시간 빡빡해."

"으어어…네!"

"훌쩍. 이 썩을놈의 감기는 지독하게도 안 떨어지는군. 썩을, 쉬어야 나을 텐데 썩을 혼반 놈들이 쉴 틈을 안 줘…"


"훌쩍. 따끈한 생강차라도 마셔야겠다…집에 가면 멀드 와인이라도 마셔야지…으어어…"

직원 휴게실의 정수기에서 뜨거운 물을 받아 생강차 티백을 찻잔에 넣고 우렸다. 향긋향 생강 향이 은은하게 피어올랐다.

"으어…힘들어…죽을 것 같아…"

나는 휴게실 의자에 앉아 생강차를 옆에 내려놓았다.

"젠장…왜 이렇게 피곤하냐…죽을 것 같…읗얽…"

엥, 뭐지..? 방금 전까지 혼반 놈들이 친 사고에 관한 안건 작성중이었는데..?

"잠만, 뭐야 여긴? 방금 전까지 책상에서 문서 작업중이었는데? 아 젠장, 또 몸 바뀐 건가? 아 썩을, 명찰 보니까 맞구나. 젠장. 어 잠시만 그럼 나 오후 대학 강의는 어떻게 된 거지? 아 시발 망했다!!!"

"아, 그래도 대학 강의 자료는 있으니 걔도 잘 할 지도 모르지…근데 강의 주제가…아, [변칙적 토지에 대한 지질학적 고찰]이었지, 잠만 근데 난 지질학 박사고 걘 분자생물학 박사잖아!? 이야 썩으을!!!"

"저기요, 당신 혼자만 쉬는 거 아니거든요? 조용히 좀 해 주실래요?"

나는 머리를 쥐어뜯으며 말했다.

"으어…죄송합니다. 방금 무지막지하게 끔찍한 일이 생겨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