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전명 "박사의 날"

기동특무부대 제타-7 ''개쩌는 박사들''의 이야기.

구성 —

  • 박영희 B계급/4등급 지휘관
  • 유정헌 C계급/3등급 요원
  • 유정원 C계급/3등급 박사
  • 다니엘 권 요원 C계급/3등급 요원
  • 버리세인 요원
  • 크리스토퍼 밀러 요원
  • 김미영 요원
  • 정아지 연구원
  • 제인 야마다 박사
  • 이성아 박사
  • 차재연 요원
  • 황영수 교수

지역/담당 —

서울 및 수도권 지역에서의 SCP 탐색 및 POI 교전 담당

격리한 SCP —

고아원
평행우주 통로(횡단보도)
버려진 디 아이 시설(구운몽, 오만과 편견, 말테의 수기)
개골산(한울산)의 여분차원 생태계

에피소드 5개

  • 1. 앤더슨 로보틱스 서울시내에서 추격
  • 2. 무진 개골산(한울산)에서 올라온 별쾡이 가족 포획
  • 3. 낼개교 테러 in 서울.
  • 4. 보행자 관련? 이 부분 미정.
  • 5. 능구렁이 손과 디 아이(삭제 가능)과의 접전. 이 과정에서 요원 다수 부상 혹은 사망.

융경 2년 (서기 1568년)

한성부 용산방 마포나루

2019년 10월 13일

서울특별시 ██대교

"우리 다 와 가요?" 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젠장, 와우. 재연은 창문을 깨고 비명을 지르며 머리를 박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저 개같은 질문. 욕지기가 치밀어 올랐다. 첫째로, 이 차는 시동을 걸지도 않았다. 둘째로, 이 질문을 던지는 녀석들도 그것을 알았다.

씨발.

그녀는 미간을 찌푸리곤 백미러로 '그 녀석들'을 노려보며 짧게 혀를 찼다. 짜증이 용암처럼 끓어오르고 있었다. 이딴 걸 농담이랍시고 하는 건가?

"재밌어요?" 재연이 묻자 그들은 복사-붙여넣기를 한 것처럼 똑같이 씨익 웃었다. 실제로 한 끗 다를 바없는 얼굴이긴 했다. 쌍둥이였으니까. 옆구리가 이어져있는 건 덤이고. 쌍둥이 중 왼쪽에, 그러니까 그들 기준으론 오른 쪽에 있는 남자가 미안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약간 긴장되어보여서요."

재연은 심드렁한 표정을 지었다. "내 긴장은 신경 안 써도 되는데요."

오른쪽에, 그러니까 그들 기준으로는 왼쪽에 있는 남자가 말했다. "그러니까 얘 말은, 우리 긴장도 풀 겸해서… 하하." 말도 안 되는 걸 아는지, 그는 말하다 얼버무렸다. 그들은 동시에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서로를 흘낏 쳐다보았다. 재연은 갑자기 극심한 피로를 느꼈다. 쓰잘데기 없는 장난만 치는 샴쌍둥이 형제를 데리고 앤더슨 로보틱스를 추격하라니. 그녀는 그들이 교전이나 가능할까 싶었다. 전생에 나라라도 팔아먹는데 일조했나 싶기도 했다. 재연은 자신이 왜 이렇게 된 건지 기억을 되살렸다.


2019년 8월 20일

서울특별시 제11K기지

"새 기특대요?!" 재연이 흥분에 가득 차 소리를 내질렀다. 그들은 제11K기지의 한적한 면담실 구석에 앉아있었다. 재연을 마주보고 있던 나이가 지긋해보이는 여성이 대답했다. "그래, 제타-7. 시끄러우니까 좀 조용히 하고."

"아, 넵." 그래도 재연의 눈은 여전히 반짝거리고 있었다. 기특대라니! 재단에 들어온 이후로 처음으로 입대하는 부대였다. 특히나 자신의 동기가 전부 다른 기동특무부대에 가 일할 때에도 홀로 개인 자격으로만 활동하는데 적잖은 자격지심을 느끼고 있던 터였다. 또, 취급도 훨씬 좋으니까. 이 제안이 반가울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지휘관님께는 언제 인사드리면 되죠? 아, 부대실은 어딘가요? 또, 부대원들은 누가 있나요?" 재연의 속사포같은 질문에 요원이 난색을 표하며 대답했다. "제타-7은 20년만에 재결성된 부대다. 대원들은 대충 물망에 오른 애들은 있는데, 일단 확정은 너. 그 외엔 없어. 그리고 지휘관은 나다."

재연의 얇은 턱이 확 벌어지며 다물줄 모르는 듯 한없이 입을 벌렸다. 방금 느닷없이 한 대 얻어맞은 사람 같았다. 물론 어느 정도는 예상을 했다. 재연이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이 누군가? 한국 지부 최정예 요원이자, 최장 경력 인원인 박영희 요원 아닌가? 하지만 그 사람이 직접 재연에게 자신의 부대에 들어오라고 권유하는 것은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해, 내심 경우의 수를 지워 놓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제 이분의 휘하에서 일하는 것이다. 다시 한번 재연의 눈이 빛났다. 온몸에 피가 핑핑 돌았다. 입꼬리도 마구 올라가기 시작했다. 재연은 마음을 추스리고 한 가지 질문을 더했다.

"부대실은요?"

"없어."

이런. 그래도 재연은 아무렴 싶었다. 하루 빨리 제타-7의 부대원으로써 임무를 수행하길 원했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지. 그녀는 핸들을 신경질적으로 두들겼다. 그래, 이 사람들 처음 만났을 때부터 느낌이 안좋았다고. 재연은 일주일 전쯤에서야 대원들을 만날 수 있었다. 솔직히 썩 믿음을 주는 인상들은 아니었다. 시도때도 없이 어깨동무를 하고 다니는 쌍둥이하며(그들이 결합쌍생아라는 건 오늘 안 사실이었다. 젠장!), 얼굴에 털가죽을 뒤집어 쓴 남자에, 괴랄한 상징을 목에 건 남자, 그리고 웬 컴퓨터 중독 여자까지. 다른 사람들은 외양은 멀쩡해 보였지만, 글쎄, 그닥 믿음이 안 가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물론 그녀도 다른 사람들이 으레 그러듯 즐겁고 유쾌하게 지내고 싶었다. 마치 지금 쌍둥이들이 그러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그녀는 실력도 안 되면서 그러다간 큰코다친단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재연은 결심을 다지듯 이를 악물고 무전을 기다리다가… 창문에 비친 두꺼운 모피 얼굴에 놀라 손잡이에 등을 찍었다.

"아야…. 지금 뭐 하시는 거에요?"

밖에서 뭐라뭐라 떠들고 있는 모피의 모습에 순간 날아갔던 이성이 잽싸게 제자리로 돌아왔다. 창문도 안 열었는데. 어이없음을 뒤로 하고 창을 내리자 그제야 자기가 무슨 짓을 하고 있었는지 깨달은 듯 남자는 어색하게 헛기침을 했다. "지금 시간이 많이 남아서 나와서 상황 지켜보다 들어가라네요. 어서 나오세요, 그쪽 분들도."

재연은 한숨을 쉬며 밖으로 나왔다. 아직 가을인데도 겨울처럼 강바람이 거셌다. 그들은 이 올림픽대로 위에서 몇 시간째 버티고 있었다. 나와있는 직원들도 추운지 전부 담요를 덮고 있었다. 그녀는 그제야 샴쌍둥이와 모피 얼굴을 자세히 여겨 볼 수 있었다. 모피는 처음 만났을 때처럼 나풀거리는 털가죽 위에 안경을 쓰고 교전복 차림을 하고 있었다. 잠깐. 그녀는 눈살을 찌푸리며 그의 하체를 연달아 보았다. 이 남자 지금 수면바지에 슬리퍼 신은 거야? 미친 것같았다. 꽁꽁 무장해도 무방할 이 판에, 저걸 입고 살기를 바라는 것은 정말 로또에 당첨되기를 바라는 것과 똑같았다. 재연은 언짢은 표정을 지으며 쌍둥이에게로 눈길을 돌렸다. 이쪽도 걱정되기는 마찬가지였다. 교전복을 입기는 입었는데(어떻게? 조금 궁금하긴 했다.) 그래도 어떻게 싸운단거지? 게다가 그들은 재연보다 작았다. 보기에 170cm 안팎? 요원들의 평균 키가 거의 175cm에 가까운 것을 생각한다면 의아함도 무리가 아니었다. 일단 떡대가 커야 승산이 보이지. 샴쌍둥이는 원래 키가 작다는 이야기를 듣긴 했었다. 그렇다고 해도 여기까지 따라올 이유는 없지 않나?

그런 생각에 빠져있을 때, 갑자기 모피 얼굴이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재연이 돌아보니 그는 '서울 크레이지 피자'라고 적힌 트럭에 기대 서 있었다. 왠지 재연은 모피 아래 얼굴이 방긋 웃고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잠깐 시간 괜찮아요?"

"뭐, 네. 왜요?"

"우리 같은 부대원인데 제대로 보는 오늘이 처음이잖아요. 통성명하자고요. 난 다니엘 권이에요."

재연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그가 내민 손을 잡았다. "난 차재연이에요. 아, 그런데 그쪽," 못들었는지, 다니엘은 멀리 '송악 커피 퐁퐁'이라고 적힌 트럭의 운전수와 이야기하고 있는 쌍둥이도 불러모았다. 아예 이 기회에 서로를 알아가자는 취지인 건지. 재연은 입꼬리를 언짢게 올리며 시계를 내려다 보았다. 아직 시간은 멀었다. 재연은 입을 꾹 다무며 저 멀리서 쌍둥이가 걸어오는 모습을 보았다.

"난 유정헌입니다. 아깐 미안했어요, 차재연 씨."라며 아까 먼저 사과했던 남자가 말했고, "난 유정원이에요. 역시 미안했어요, 차재연 씨."라며 아까 얼버무렸던 남자가 말했다. 둘의 사과를 받으며 재연은 두 사람이 꼭 트위들디와 트위들덤 형제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러고보니 어깨동무를 하고 서 있는 모습이 아주 딱이다. 꽤 유쾌한 상상이 아닐 수 없었다. 조금 긴장이 풀린 재연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다니엘의 옷차림을 지적할 기회도 얻었다. 그러나 그는 껄껄 웃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자기는 그래도 괜찮다는 투였다. 다시금 걱정이 치밀기 시작했다.

"그럼 무기라도 좀 잘 챙겨요."

다니엘은 다시 웃으며 알았다는 싸인을 보냈다. 철 없기는.

"그래서 제가 그걸 딱 배웠는데 —"

'전 요원에게 알린다. 즉시 제 위치로 돌아가라. POI-3894가 접근 중이다.'

갑작스럽게 요원들에게 배부된 이어폰에서 잡음이 나더니 무전이 전달되었다. 재연은 무전의 내용을 듣자마자 즉시 차 안으로 들어갔다. 뒤이어 쌍둥이 역시 허둥지둥 자리에 착석했다. 창문으로 보니 다니엘도 트럭에서 무언갈 꺼내고 있었다. 오토바이. 재연은 내심 감탄했다. 혼자서 빠르게 움직이려면 오토바이가 훨씬 좋을 것이었다. 조금 불편한 감정이 일었지만, 다음부턴 오토바이를 선택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저 멀리서 앤더슨 로보틱스의 엔진음이 강렬하게 다가오고 있었다.

본래 광양 땅에서만 죽치고 앉아있던 그들이 서울로 왜 올라왔는가에 대해선 재연의 보안 등급으로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모종의 거래 때문일 거란 느낌을 지우기 어려웠다. 보나마나 안드로이드나 사이보그같은 거나 팔러 오겠지. 재연은 입술을 깨물며 추격조의 임무를 점검했다. 첫째, 목표를 지정된 장소로 몰아간다. 둘째, 위 사항이 실패하면 대상의 목적지를 알아내어 미행한다. 셋째, 공격은 타격조와 반드시 함께 할 것.

재연은 자신이 실패하지 않기를 바랬다.

타이어음. 뒤에서 요원들이 멈춰선 앤더슨 로보틱스 트럭에다 대고 뭐라뭐라 소리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차 안은 팽팽한 공기가 감돌고 있었다. 수십분 전만 해도 입을 쉬지 않고 나불거리던 쌍둥이도 긴장한 듯 입을 꾹 다물고 전방만을 주시하고 있었다. 어느샌가 오토바이와 함께 옆에 와 서 있는 대니얼 권 역시 눈에 들어왔다. 수초 후면 일어날지도 모를, 아니, 일어나는 게 거의 확실시 된 추격전에 다들 긴장한 모습이었다. 재연 역시 마찬가지였다. 많은 임무에 동원되었어도 이러한 일은 처음이었으니까. 지금은 목숨마저 잃을 수 있다.

재연이 운전대를 두들기던 바로 그때 뒷쪽으로부터 거대한 트럭이 날아올라 그들 앞에 착지했다. 그녀는 재빨리 악셀을 밟아 그 뒤를 쫓았다. 놈들은 엄청난 속도로 대로를 가로지르고 있었다. 재연도 더욱 속도를 내었다. 쌍둥이의 머리가 동시에 뒤로 젖혀질 정도였다. 주변 풍경이 상상도 못 할 속도로 뒤로 날아갔다.

갑작스레 트럭 뒤켠 문이 열리며 금속성 인영이 소형 물체를 던지기 시작했다. 폭탄. 앤더슨 로보틱스가 그럼 그렇지, 씨발. 재연은 여차하면 획 틀어버릴 요량으로 운전대를 굳게 움켜쥐었다. 그러나 폭탄은 재연의 운전 실력으로 피하기엔 너무도 가까웠다. 실시간으로 폭탄과 그들의 거리는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러나 여기서 꺾어도 대로의 난간을 치고 강 속으로 다이빙할 가능성이 높다. 재연은 급히 악셀을 더욱 세게 밟고는, 신이 그들을 도와주시길 빌었다. 죽음으로 돌진 중이라니.

둥하는 소리와 함께 뭔가가 튕겨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와우, 폭탄이었네. 미리 좀 말씀하시지."

백미러로 뒷자석을 보니 쌍둥이가 똑같은 미소를 띄고 있었다.

"뭐야… 뭐한 거에요?"

"그냥 튕겨냈는데요. 방어장으로요." 정헌이 심드렁한 표정을 지었다. "우리 현조자인거 몰랐어요? 그러니까, 현실조정자요." 정원이 방긋 웃으며 거들었다. "현실 펑펑!"

"아." 재연은 놀람과 안도가 뒤섞인 표정을 지었다. "대체 이게 무슨… 일단 고마워요. 이제—"

굉음이 일며 공기가 밀려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재연은 본능적으로 악셀을 세게 밟았다. 또 다시 젖혀진 목을 문지르며 정원이 뒤를 돌아보자, 끔찍한 광경이 펼쳐져있었다. "…미친." 그들의 눈에 들어오는 것은 훅 꺼지고 있는 다리와 강물로 추락하고 있는 오토바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