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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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어디인지 모르겠다. 방금전까지는 런던 시내를 걷고 있었던 것 같은데…

그런데 그 다음이 뭐였더라…아 맞다, 주변에서부터 연한 회색의 안개가 끼더니 지금 이 상황에 놓였다. 음…한 치 앞도 안보이지만 아마 지금 런던 시내를 걷고 있는 거겠지. 그나저나 런던은 지금 계절상 선선한 날씨여야 하는데 왜인지 이 안개가 낀 뒤로 조금씩 더워지는 느낌이다.

음… 그나저나 안개 속에 나 혼자 있으니까 좀 오싹하네. 뭐가 나을 지 알 수 없잖아. 품에 칼을 숨긴 미친 살인마가 튀어나올 수도 있고 어쩌면 만취한 술주정뱅이가 나올 수도 있고, 또 뭐가 있더라…으음…점점 무서워지잖아. 긍정적인 생각을 하자. 음… 그래! 안개 속에서 우리 폴이 나왔으면 좋겠다. 내가 어릴 때 부모님이 버린 뒤로 한 번도 못 봤는데…하아, 늙으니까 타성에 잘 젖는구나. 잠깐만…지금 시간이 얼마나 된 거지…? 그러고 보니 내가 폴을 찾아나선 뒤 시간이 얼마나 지난 거지..? 음…머리가 아프다…좀 된 거 같기는 한데…뭐 얼마 안 된 것 같네. 다리가 별로 아프지 않잖아.

"그르릉…"

아, 잠깐만. 방금 개가 그르릉거리는 소리가 난 것 같은데… 착각인가…

"왈!"

개가 짖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반사적으로 뒤를 돌아보고는 소리의 정체를 알아보았다.

"음? 폴 아니니?"

"왈!"

녀석이 내 다리에 달라붙어 반가움을 표시한다. 맞다. 좀 더러워지고 좀 늙은 것 같지만 이 녀석은 확실히 내가 알던 폴이다. 내 마음이 그렇게 말해주고 있다.

"하하…녀석, 너도 나도 늙었구나. 우리가 대체 얼마만에 만난 건지…"

나는 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녀석은 좋아하며 꼬리를 흔들었다.

"하하..이제 널 찾았으니 같이 살자꾸나. 내 남은 여생을 너와 함깨 보냈으면 좋겠구나…"

그 때였다. 폴의 꼬리 끝부터 흰 색으로 빛나며 폴이 서서히 안개처럼 흩어지기 시작했다. 폴은 사라지는 그 순간까지 나에게 안겨 떨어지려 하지 않았다.

"폴…"

내가 지금 울고 있는 건가? 눈가를 만져봤다. 맞네. 난 지금 울고 있다. 폴은 이제 완전히 안개가 되어 사라졌다. 그리고 곧 주위의 안개도 흩어지기 시작했다. 난 내 손을 보았다. 주름이 자글자글한 손이다. 점점 검버섯과 주름이 눈에 띄게 많아지더니 이내 몸을 가눌 수 없어져간다. 이건 마치…그래, 갑자기 확 늙어가는 기분이다…그 무엇보다 검은 장막이 나를 향해 다가온다…그런가…폴처럼 나도 이제 끝을 맞이할 때가 되었나. 나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그 눈을 영원히 뜨지 않았다.

일련번호: SCP-290-KO

등급: 케테르(Keter) 무효(Neutralized)

특수 격리 절차: SCP-290-KO는 대상의 특성으로 인하여 격리할 수 없다. 따라서 기동특무부대 로-12("난층운")가 SCP-290-KO로 인한 변칙적인 안개의 출현을 CCTV와 감시 요원을 파견하여 항상 감시하며, 대상의 출현 시 D계급 인원과 열선이 장착된 방패를 이용하여 대상을 민간인이 없는 지역으로 유도하고 대상의 공격을 D계급 인원에게 유도한다. 또한, SCP-290-KO-1에게 당한 민간인에게 ORD-031과 C등급 기억소거제를 투여하며, 목격자들에게 D등급 기억소거제를 투여한다. 대상이 만든 개체들은 회수하여 전용 보관실에 격리한다. 현재 SCP-290-KO-1은 활동을 정지했으며, SCP-290-KO-2는 사망하였다.

설명: SCP-290-KO는 SCP-290-KO-1과 SCP-290-KO-2로 이루어져 있다. SCP-290-KO-1은 주로 영국 런던의 시내를 떠돌아다니는, 외견상 골든래트리버로 추정되는 생명체이다. SCP-290-KO-1은 안갯속에서 사람의 발을 물어가는 개에 대한 괴담을 조사하던 중 발견되었지만, 대상의 특성으로 인해 격리에 실패하였다.

SCP-290-KO-1은 항상 주변에 밝기에 상관없이 연한 회색을 띠는 안개를 동반하며 주로 20:00에서 07:00 사이에 나타난다. 이때 나타나는 안개는 일반적인 안개와 같은 수증기로 구성되어 있으나 바람의 영향을 무시하며 항상 바로 앞도 분간하기 힘들 정도로 진한 특성을 띤다. 또한, 이 안개의 중심부는 항상 36℃~43℃의 온도를 유지하며, 이로 인해 적외선 카메라를 이용해 대상을 관측하려는 시도는 효과를 보지 못하였다.

SCP-290-KO-1은 인간의 발을 물어 절단한 뒤 안갯속으로 도주하며 안개와 함께 사라진다. 이때, 대상이 어디로 사라지는지를 추적하였으나 모두 실패하였다. SCP-290-KO에게 물린 발은 발목 부근에서 매끄럽게 절단되며 상처는 즉시 아물어서 사라진다. 또한, 피해자는 이후 발의 부재에 의한 불편함을 호소하나 그 이외의 부작용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SCP-290-KO-2는 SCP-290-KO-1이 사라진 지 약 5~10분 뒤 SCP-290-KO-1이 나타났던 장소에 출현하는 늙은 남성으로 보이는 인간형 생물체이다. 대상은 주변의 골목길이나 건물 등에서 걸어 나오며, 항상 무엇인가를 찾는 듯이 서성이다 약 30분 뒤 주변의 골목길이나 건물로 들어가며 사라진다. 대상에 대한 추적 시도는 임무에 대한 망각, 실종, 사망 등의 이유로 모두 실패하였다.

SCP-290-KO-2가 출현 중일 때, 대상에게 말을 걸면 대화를 할 수 있으며, 대화 도중 꾸준히 잃어버린 개에 대해 언급하며 초조한 듯한 행동을 보인다.

2███/██/21에, SCP-290-KO-2가 런던 시내 한복판에서 사망한 상태로 발견되었다. 부검 결과 사인은 노환으로 밝혀졌다. 또한, 이 시점부터 SCP-290-KO-1이 활동을 정지하였으며, 현재 약 25년간 활동이 보고되지 않아 무효로 재분류되었다.

면담 기록 290

연구원 ████: 저기요, 어르신? 무언가 급해 보이시는데, 괜찮으신가요?

SCP-290-KO-2: 음? 아, 그러니까 내가 폴 -그러니까 내가 기르던 개를 잃어버렸다네. 골든 래트리버고, 음…그래, 툭하면 사람 발을 물어대는 습관이 있지. 자꾸 사람 발을 물어대서 빨리 찾아야 하는데 자꾸 돌아다녀서 찾을 수가 없네. 혹시 본 적이 있는가?

연구원 ████: 그 개라면 여기 근처에서 본 것 같기도 한데요…그나저나 어르신께서는 그 개랑 무슨 사연이라도 있으신 건가요?

SCP-290-KO-2: 폴이랑 무슨 사연이 있냐라…음…폴은 말이지, 내가 어릴 때 기르던 개였어. 근데 집안 사정이 언젠가 급격하게 나빠진 적이 있었거든. 그때 우리 아버지가 폴을 버리셨지. 난 그때 엄청 울었었고-어린애니까 당연하지 않나- 곧 체념하고 폴을 잊고 살았었지. 그리고 한 4개월 전쯤에 길을 가다가 폴을 만난 걸세. 난 믿을 수가 없었지. 당연히 죽은 줄만 알았던 폴이 내 눈앞에 살아있는 채로 나타난 걸세! 난 정말 놀랐었고, 마침 은퇴도 했으니 폴을 계속 찾아보는 중이라네. 그나저나, 혹시 그 개가 어디로 가던가? (주위를 두리번거림)

연구원 ████: 아…뭐…글쎄요, 잘 모르겠네요. 그나저나 계속 찾아다니시면 힘들지 않으신가요?

SCP-290-KO-2: 내가 소싯적에 몸이 좀 튼튼했거든. 지금도 여전한가 보구만. 그런데 여기에는 없는 것 같군. 슬슬 다른 데로 가봐야겠어…

연구원 ████: 잠깐만요, 어르신!

연구원 ████은 SCP-290-KO-2를 추격하였으나 추격 도중 런던의 골목길에서 길을 잃어버린 상태로 발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