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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2 등급 격리 기술자 김광식 님. 귀 기지의 북동쪽 공터에, 9 개월 후부터 새로운 SCP 개체가 격리될 예정입니다. 이에 따라 귀하께서는 격리 시설이 완공되는 일자로부터 해당 개체의 격리 임무를 시작하게 됩니다. 일련번호는 SCP-779-KO 이며, 등급 분류는, 적어도 공식적으로는, 확인되지 않습니다. 여기 해당 개체에 대한 보고서를 함께 첨부하오니 더 많은 정보를 원하시면 열람해 주시길 바랍니다.

격리 시설 건설 시작일은 2014 년 6 월 27 일, 격리 시작일은 2015 년 3 월 28 일입니다. 재단의 오랜 암묵적 전통을 따라서, 해당 개체를 현재 격리하고 있는 기지의 격리 인원들이 우리 기지로 파견되어 대신 건설을 할 예정입니다. 설계도와 조감도, 대장은 일체 공유되지 않습니다.

해당 기지의 인원들은 귀측의 어떠한 도움도 필요로 하지 않으므로, 9 개월 동안 그들의 건설하는 모습을 지켜보시면서 이 SCP 개체가 무엇일지에 대한 추론을 하시길 바랍니다. 그것이 귀하가 차후 9 개월 동안 하셔야만 하는 유일한 인수인계 내용입니다.

보고서 : SCP-KO 개체

서 식 : Form-12
용지번호 : 737122-31549
담당자 : ███ 박사 (정), ███ 박사 (부)
직 인 생 략

SCP-779-KO

최종 확인 : 2014-06-25
Page : 1/2


일련번호: SCP-779-KO

등급: 등급을 정했다.

특수 격리 절차: SCP-779-KO는 격리한다.

설명: 물체로서, 노출되면 SCP-779-KO의 현상을 설명할 때를 제외하고 SCP-779-KO에 대해 결과론적으로 말하고 행동하게 된다. 그리고 노출 후 잠시간동안 모든 상황에서 결과론적으로 말하고 행동하게 된다.


부 록 붙 임

……

니미, 이건 뭐 장난하자는 것도 아니고.

한 십여 분쯤 보고서를 뚫어져라 바라보았을까. 몇 번씩 눈도 비벼 보고, 한 장의 편지와 두 장의 보고서에 혹시나 종이가 서로 붙어있는 건 아닌가 몇 번씩 손가락으로 문질러도 보고, 종이의 새하얀 뒷면을 몇 번씩 바라본 후, 나는 황당한 마음에 그것을 테이블 위로 던져 놓았다.

후우……

뭐, 그렇다. 이번에 격리 업무가 바뀌게 되어 준비하라는 얘긴 들었는데, 막상 이 따위 종이 쪼가리가 날아오니 영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어서 말이지. 아, 화가 난 건 아니다. 다시 말하지만 나는 지금 황당할 따름이다. 뭔가 속은 건 아니지만 이상하게 속은 기분이랄까? 게다가 이 편지는 나한테 준비할 것도 없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장 압권이었던 건 이거다.

특수 격리 절차: SCP-779-KO는 격리한다.

아니, 세상에 어느 미친 감독관이 이 따위 보고서를 승인했지? 가끔 직원들끼리 농담삼아 "재단에는 만사가 귀찮게 만드는 돌멩이가 있고, 그래서 그 돌멩이에 대한 보고서는 엄청나게 짧다더라" 하는 시시껄렁한 얘기를 하는 건 들었지만, 이런 게 실제로 있을 줄은 몰랐다.

이건, 뭐 말하자면, 설계도를 주지 않고 집을 지으라는 것과도 같다. 뭐 자기들도 양심이 있으니 우리에게까지 도와달라는 말은 안 할 것 같은 모양이지만, 나 같은 격리 기술자들은 SCP 보고서를 받으면 제일 먼저, 제일 자세히 읽어보는 부분이 바로 특수 격리 절차다. 이 파트는 오직 나 같은 사람들을 위해 마련된 것이고, 나는 여기서 정보를 얻지 못한다면 격리 절차의 단 하나도 제대로 해낼 수 없을 것이다.

거꾸로 생각해 봤다. 아니, 그럼 대체 그 건물 짓는다는 그 기지 사람들은, 대관절 무엇을 기초로 건물을 짓겠다는 거지? 그래도 자기들끼리 설계도가 분명 있기는 하겠지. 하지만 특수 격리 절차에 관련 설계도를 열람할 자료번호를 적어주지 않은 건 너무했다는 생각이 든다.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든다. 알 수 없지만, 이번에 격리하게 될 놈은 여러 모로 골때리는 놈이라는 걸.


"여어─── 아침부터 일하고 있네 이 사람들?"

"어이구, 나와계셨습니까."

곽 부장이 안전모를 쓰고 눈인사를 한다. 이 양반 성격에 그래도 어디 도울 것이 없나 해서 나온 모양이다. 나는 현장을 한 번 둘러보았다. 기초 공사부터 시작하려는 모양인데, 얼마나 작은 건물을 지으려고 하는 건지는 몰라도 이상하게 중장비가 없다.

"생각보다는 작은 건물일 것 같은데요? 터는 이렇게 넓은데 현장에 중장비가 없으니 원."

"지금 그게 문제가 아냐, 이 사람아."

"그럼…?"

곽 부장은 침을 퉤 하고 뱉는다. 뭔가 생각대로 일이 흘러가지 않을 때 하는 행동이다. 부사관 시절부터 들인 버릇이라고 했었나.

"자네 이 현장 보면서 뭔가 이상한 거 없어?"

"이상한… 거 말입니까?"

각자 묵묵히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모양새를 보아하니 꽤 넓은 땅을 쓰려는 듯하다.

"…현장은 꽤 넓은데 사람은 의외로 많지 않네요. 뭐, 전체 격리 인력의 절반만큼 온다면 이 정도는 될 듯도 합니다만…"

"그게 아니야."

"네?"

"…이 현장…… 이상하게 조용해."

"……"

그러고 보니 그렇다. 뭐 철근이니 시멘트니 이런저런 자재들을 들어 옮기는 중에도 서로 한 마디 사인도 없고, 자기들끼리 쉬고 있는 사람들도 뭐라고 한 마디라도 할 법도 한데, 약속이나 한 듯이 다들 묵묵하게 일하고 있다.

"뭐… 이를테면 예전 기지에서 불의의 사고로 인명이 희생돼서 그 여파로 이럴 수도 있지 않습니까? 이번에 옮기는 것도 그것 때문일 수도 있고…"

"거기까진 나도 등급이 안 되니까 모르겠는데, 이 사람들, 우리한테도 한 마디도 하지 않아."

"흠…"

"내가 먼저 다가가서 인사를 했는데 그냥 멋쩍게 웃으면서 허리만 굽히고 가더라고. 뭐랄까… 단체로 말하는 법을 잊어버린 것 같다고나 할까."

"그거 이상하긴 하네요."

"웃기는 건, 자기들도 설계도 같은 건 없는 것 같다는 거지."

"네에??"

곽 부장이 픽 웃는다.

"마치… 자신들이 일하던 곳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다가… 여기에다 똑같이 재현하려는 모양이야."

"아니, 이건 정말 뭔가 이상하지 않습니까? 아니 부장님, 그리고 말입니다, 혹시 이번에 그 SCP 보고서 읽어보셨어요? 제가 보안 등급이 부족해서 그렇게 보이는 겁니까?"

"나도 너하고 똑같아 임마. 부록 안 읽어봤어? 총체적 난국이야, 이번 SCP 는."

"……"

부록은 웬만하면 잘 안 읽는 버릇이라… 말하려는데, 문득 느껴지는 것이 있었다.

"그렇다면…"

"그래, 이유가 뭐겠어. 지금 저 사람들도 그 SCP 의 영향을 받았다고밖에는."

곽 부장은 씁쓸해하고 있는 듯 보인다.

"……그렇다 해도 아예 설계도조차 없고, 말조차 안 할 줄은 몰랐지만."

그 순간, 저쪽에서 콘크리트 벽돌을 나르던 사람들이 서로 생각이 맞지 않는 듯 열심히 손짓을 한다. 한 사람은 이쪽에 놓자고 하고, 다른 사람은 저쪽에 놓자고 하는 것 같다. 두 사람은 답답해하면서도 끝까지 한 마디도 하지 않는다. 어렵사리 합의가 된 듯했는데, 한쪽이 상대방을 오해했던 모양인지 금세 균형을 잃고 쓰러지면서 벽돌들을 죄다 바닥에 쏟아 버린다.

"어이구!"

곽 부장이 탄식한다.

"……"

한 사람이 쓰러진 사람에게로 가더니, 무슨 말인가를 하려다가 꾹 참고 붙잡아 일으켜 준다. 쓰러진 사람도 미안한 표정을 지으면서 무슨 말인가를 하려는가 싶더니, 이내 무의미하다고 느꼈는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묵묵히 벽돌을 줍기 시작한다.

"허허, 거 참. 저 사람들 말 한 마디라도 했으면 아주 볼 만했겠구만."

곽 부장은 피식 웃는다. 나는 그들의 일하는 모습에 홀리기라도 한 듯이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가, 알 듯 모를 듯한 곽 부장의 말에 이내 그에게 물어보았다.

"부장님, 그건 또 무슨 말씀이랍니까?"

"뭐긴 뭐겠어. '넌 잘못했어.' 랑 '난 잘못했어.' 겠지."

"……"


박사 1: 이건 내 생각에 SCP-779-KO에 대해 결과론적으로 말하게 만듭니다. ……앗!

연구원: 맞습니다 박사님! SCP-779-KO는 결과론적으로 말하게 만듭니다!

박사 2: (흥분해서 일어서며)오! SCP-779-KO에 대해 결과론적으로 말하게 만듭니다!

격리원: 맞습니다! 그러니 이제 우린 SCP-779-KO를 격리해야 합니다!

결과론적으로 말하게 하는 SCP 라.

나는 내 방으로 돌아와서 부록을 차근차근 읽어보았다. 그 상황을 머릿속에 그려 보았다. 이건 숫제 벙어리와 다를 바가 없지 않은가? 같은 맥락의 말을 할 때에는 의미가 없고, 다른 맥락의 말을 할 때에는 대화가 진행이 안 된다. 서로 의견이 맞지 않을 때에는 상대방을 모욕하는 것처럼 들리기도 하겠다.

그러나 여전히 부족하다. 도대체 이 "물체" 란 무엇이지? 등급은 어느 정도인 거지? 안전? 유클리드? 아니면 케테르? 명시된 격리 절차가 저런 식이니 케테르일까? 아니… 어차피 명시된 것은 없을 뿐이지 암묵적인 격리 절차는 존재하니 케테르는 아니게 될까?

그렇다. 나는 화들짝 놀라서 편지를 다시 한 번 펼쳤다. 한 글귀가 눈에 들어왔다.

해당 기지의 인원들은 귀측의 어떠한 도움도 필요로 하지 않으므로, 9 개월 동안 그들의 건설하는 모습을 지켜보시면서 이 SCP 개체가 무엇일지에 대한 추론을 하시길 바랍니다. 그것이 귀하가 차후 9 개월 동안 하셔야만 하는 유일한 인수인계 내용입니다.

그래, 이 SCP 를 격리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글로써 배울 수가 없는 것이다. 그들이 시범을 보이면, 우리가 그들을 보고 배워서 그들처럼 해야 한다. 말로도 글로도 공식적인 인수인계를 받을 수는 없다. 단지… 암묵적인 전수만이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나는 여기 있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다시 현장으로 나갔다. 내 동료 기술자들이 벌써 많이들 나와서 지켜보고 있었다. 그들도 상황을 대충 직감했는지 심각한 표정으로 건설 현장을 뜯어보고 있고, 일부는 자기들끼리 어두운 표정으로 두런거리기도 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의 앞에서, 그 사람들은 여전히 묵묵히 일하고 있다. 그래도 일하던 사람들이라 꽤 진척이 있는지 벌써부터 공구리 작업을 시작한 모양이다. 우리 인력 중 일부는 눈치 빠르게 공구리를 도와주고, 그들을 위해 임시 현장사무실 비슷하게 차려놓기도 했다.

우리측의 한 사람이 크레인이 필요하냐고 묻자, 그들 중 한 사람이 한사코 손사래를 친다.

"여러분의 크레인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어눌한 목소리. 남들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소름이 쫘악 돋는다. 우리도 저렇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는 이미 그런 언어 생활에 웬만큼 적응이 된 것 같다. 다만 자신의 말이 행여나 상대방의 호의에 모욕적으로 보일까 걱정하는 눈치다.

"여러분의 크레인은 필요없습니다. 여러분의… 크, 크레인은…"

몇 번 더 쑥스러워하며 말을 주워섬기던 그가 도망치듯 자리를 뜬다. 크레인을 제안했던 사람이 등을 돌려 우리를 바라본다. 박 형이다.

박 형은 뜻밖에도 밝은 표정으로 다가와서 말한다.

"봤어? 어쨌든 우리가 말하는 걸 이해할 수는 있어. 부장님, 저 사람들은 말하고 쓰고만 안 되는 거라고요! 서로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겁니다!"

곧 공사를 하던 사람 중 높아 보이는 사람이 우리와 만났다. 우리는 그에게 최대한 이것저것 질문하고, 대신 대답은 네 아니면 아니오로 할 수 있게 했다. 쉽게 말해 우리는 그와 스무고개 놀이를 해야만 했다. 곽 부장이 진지한 표정으로 하나하나 질문을 던져 갔다.

"…보고서는 읽었습니다. 그 보고서의 상황이… 여러분에게도 벌어진 겁니까?"

"그렇습니다."

"특수 격리 절차와 등급이 누락된 건 불가피한 것이었습니까?"

"그렇습니다."

"설계도를 만드는 것도… 어떤 방식으로도 불가능합니까?"

"그렇습니다."

이 시점에서 그는 손짓 발짓으로 뭔가를 설명하려 했지만, 이내 답답하다는 듯 가슴만 칠 따름이었다. 그가 간신히 내뱉은 말은 겨우 이것뿐이었다.

"시도했습니다. 하지만 불가능합니다."

답답할 만도 하다. 본래 이 바닥에서 구르는 사람들은 먹물 좀 자셨다는 연구원들과는 다르다. 뜬구름 잡으면서 시간 허비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핵심을 질러 말한다. 다소 투박하고 거칠 수 있지만 그들은 그만큼 효율적으로 말한다. 지금 이 사람도 자신들이 캐드니 뭐니 써서 설계도를 어떻게든 그리려 했음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와중에, 적어도 지금의 우리로서는 알 수 없지만, 그 모든 이상한 일을 겪은 것들을 정확히 말하고 싶은 것일 터다.

이 심정을 곽 부장도 안 것 같다.

"괜찮습니다. 뭐 아홉 달 후부터는 우리도 직접 깨달아 알게 되겠지요. 무리하지 마시고…"

"감사합니다."

"그러니까… 일종의 암묵적인 전수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로군요."

"그렇습니다."

"물리적으로 위험하진 않습니까? 제 말은, 혹 불미스러운 일로 인해 격리 기지를 새로 짓는 것입니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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