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파국

교전은 중단됐지만 상황은 노답. 331-KO는 뱀손의 정신 감응으로 제압되었지만 여전히 인류에 대한 분노로 가득함. 뱀의 손도 331-KO를 적절하게 달래어 해방할 상황이 안되고, GOC와 BE도 물러설 생각은 없음.

재단은 이 기회에 331-KO를 재격리하고 싶지만 뱀의 손을 설득할 방법이 없음.

유리가 BE 호버크래프트를 탈취해 331-KO 다리에 들이받아 육지 쪽으로 넘어트려 제압하고

당황하고 있는 뱀손 인원을 GOC가 체포.


관광용 보트의 갑판에 서 있는 누군가. 상아색 블라우스와 연청바지가 멋들어지게 펄럭였다. 그녀의 정체는 뱀의 한국 활동 단체, 능구렁이 손의 홍희지였다.

"이 생각 없는 것들! 일을 꼭 이렇게 벌렸어야 해?"

BE를 두고 말하는 것이었다. 희지의 날카로운 목소리는 현장의 인원들에게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타격조 "목마"가 보기에 보트 뒤편에는 죽은줄 알았던 헬기 조종사, 우드가 뉘여져 있었다.

희지의 양손은 해수면에서 끌어올린 탄력있는 밧줄 같은 것을 끌어당기고 있었고 질감은 흡사 바닷물로 만든 젤리 같았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그녀의 등장 이후로 소녀의 움직임이 멈춘 것으로 보아 정신 감응을 시도하는 것으로 보였다. 눈에 보이기도 마찬가지로 희지의 손에 얽힌 바다 섬유로부터 소녀의 심장부까지 빛 알갱이는 초록 빛깔로 꿀렁거리며 주입되고 있었다. 심장부의 파란 빛은 맥박 수가 느려지기 시작했다.

소녀가 웅장한 몸체를 뒤편으로 회전시키며 희지를 바라보았다.

대충 설득하는 부분

소녀가 흥분하며 한 단어씩 끊어 말할 때마다 희지의 온 혈관이 울컥댔다. 희지는 비틀대는 정신을 부여잡고 힘이 풀리려는 전완근에 통각을 분리했다. 그녀가 가쁜 숨을 내쉬며 마지막 말을 전했다.

대충 멋진 대사

그러곤 곧 주저앉아 코피를 내쏟았다. 그때였다.

"바통 터치!"

선외방송 하나가 들렸다. 부양정 하나가 쏜살 같이 달려오며 보트 바로 옆을 지나쳤다. 촥하고 뿌려진 물길이 뒤편에 기절해있던 우드를 깨웠다. 덕분에 잔뜩 물 먹은 희지는 어리둥절했다. 부양정이 BE가 타고 상륙한 것과 같은 모델이었기 때문이다.

전투 부양정의 육중한 무게와 기관차같은 속력은 어마무시한 운동 에너지를 가진 채 돌진했고, 때마침 얇아진 무릎에 충돌했다. 그야말로 묵직한 한 방이었다. 소녀는 바다로부터 다리째 떨어져 나왔고 균형을 잃어 쓰러지기 시작했다. 높이가 높이였는지 자빠지는데에도 수 초가 걸렸다.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해안 전선을 뒤덮었다.

"살, 살려줘!"

"들어가! 빨리-"

거대한 바닷물 수 십만톤 덩어리가 땅으로 쏟아졌고 바다가 산산조각 갈라지는 소리가 났다. 땅이 흔들려 모두가 자빠졌고 곧 쓰나미 세례를 맞게 되었다. 기지를 포함한 인근 마을이 통째로 잠겼고 한참 후에서야 물이 빠졌다. 무진은 이루말할 수 없을만큼 고요해졌다. 온 세상은 맑아졌고 햇빛이 땅과 바다를 데우기 시작했다. 정신을 잃은 전투원들이 물을 토하며 하나 둘 일어났다.

부양정의 입구가 덜커덩 하고 열렸다. 부양정은 지상의 전봇대 하나를 반쯤 넘어뜨린채 아슬아슬하게 기울여져 있었다. 그곳에서 기어나와 엎어진건 다름아닌 유리 요원이었다.

"우웩, 멀미 나."

유리가 헛구역질했다.

백마 상사가 막 깨어나 인원 이상 여부를 확인하려 무전했으나 장치는 전혀 작동되질 않았다. 때마침 부양정을 발견하고는 육성으로 소리치자 유리는 빠르게 반응하며 뛰어왔다.

아 어케 된거임?
유리: ㅋㅋ 거대화해서 튀는데 BE 승무원들을 마주쳐서요 캐물어서 뺏아옴 왜 부양정 안타고 여깄냐고 물어보니까 미친듯이 출렁대는 바다를 가리키면서 너네라면 저걸 건널 수 있냐고 하더군요
고작 그걸 못함? 주머니에서 키를 뺏아다가 달려왔습니다.

남쪽에서 "등대지기"의 차량들도 탈탈거리며 달려와 멈췄다.

옥상에 331 KO 있는거보고 재격리. 해안에서 보트가 다가옴. 우드가 희지 포박한 채로 있음. 자연스럽게 인사하고 뒤돌아가려는 제3544타격조.

"잠깐만."

장진호 하사가 뒤돌아가려는 GOC 타격조를 불렀다.

"그 꼬맹이는 놓고 가시지."

"그럴순 없어. 애당초 우리 요원이 잡은거라고?"

"너희가 누굴 데려가서 목 따는 일 말고 더 할 일이 뭐가 있다고 그래?"

"뭐?"

분위기는 다시 험악해졌다. 재단과 GOC가 다시 신경전을 벌이기 시작했다. 사방에 퍼져있던 재단 인원들이 서서히 포위망을 구축했고 다시 총구를 겨누었다. 험비에도 다시 시동이 걸렸다.

굳이 주위를 살필 필요는 없었다. 이미 포위당했음을 코세인도 알고 있었다. 코세인은 잠깐 영상 장치를 딸깍이더니, 정색을 풀고 방긋 웃었다. 코세인이 우드가 데리고 있던 희지를 끌고 와 던지듯 넘겨주며 말했다.

"여기, 됐지?"

유리는 희지를 받다가 거의 넘어질 뻔했다. 현장의 인원들이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놓았다. 드디어 긴장이 풀린 유리가 희지를 바닥에 뉘이고 옆에 앉아 수통을 꺼냈다. 뒤 돌아 터벅터벅 돌아가는 코세인의 뒷모습을 다시 확인하려할 때, 그는 사라져있었다.

"잠깐-"

다른 타격조원 역시 없어졌다. 불길한 기운에 바로 옆을 확인하니 희지마저 사라져있었다.

"이, 이런 끝까지! 야비한 자식들!"

유리가 씩씩대자 진호가 놀라 소리쳤다.

"뭐- 은폐장이야, 적이 은폐했다! 놈들을 찾아!"

"엄… 아무데나 쏴서 찾습니까?"

기관총수 석에 앉아있던 다리우스가 물었다. 물론 재단은 그럴 수 없었다. 홍희지도 사격에 휘말릴 수 있기 때문이었다. 코세인이 도주하며 허둥지둥대는 재단 요원들을 보며 비웃었다.

"저 멍청이들 덕분에 꽤 쏠쏠한 결과였어. 저기, 우리 소속 차량이 보인다. 달려!"

"예!"

"좋죠!"

서니사이드와 우드, 나머지 타격조원도 긍정하며 뛰었다.

차량은 떠났고 마침 벨라와 리처드가 숨어있던 경로를 지나쳐 갔다.

"어쩌죠?"

벨라가 물었다.

"뭘 어째? 튀어야지."

리처드가 답했다.

"아뇨, 아뇨. 그게 아니라 저 뱀을 어떻게 할 거냐는 말이에요."


희지를 심문하는 GOC. 대충 대답해주고 희지의 말솜씨에 오히려 정보를 빼간다.

"어쨌거나 놈들은 실패했어."

"아니요. 엔트로피는 당신네가 옥리들이랑 쌈박질한 것만 해도 충분하다고 느끼고 있을 거에요."

재단을 말하는 것이었다.

서율이 공간도약으로 희지를 데려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