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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졌던 나뭇잎이 사라지고, 푸른빛 잎사귀가 머리를 내밀었다. 노을진 산마루턱엔 다시 환한 햇빛이 내려쬐고, 야트막한 언덕 한가운데에서 있던 나무엔 분홍을 머금은 벋꽃이 가득하였다.

그러나 삼십 리를 도망쳐 온 한 사내의 피칠한 발목에서 흘러내리는 액체의 색이 변하지 않음은 착각이 아니었다. 입술을 과하게 깨물어 흘러나온 핏물이 스르륵 떨어졌다. 사내는 알아채지 못했다.

삼십 리 저편, 회색빛 건물 속에서 바라보는 한 줄기 시선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적갈색으로 흘러내린 뱀은 이미 싸늘한 주검으로 널브러져 있었다. 어떤 사내는 입맛만을 다셨고, 어떤 사내는 다른 이를 불렀으며, 한 아낙네는 못 번 체했다.

갈색빛을 비추던 노란 등불은 색조없는 빛으로 바래었다. 야트막한 언덕 위에 서 있던 사내는 회색이다. 또한, 그 옆에서 비추는 등불은 회색이다.

피냄새가 가득했던 방을 뒤로하고 한 사내가 걸어나왔다. 아파트의 한 방에서 노란빛이 새어나왔다. 어떤 집은 하얗다. 어떤 집은 파랬다. 사내가 서 있는 나무 위는 초록색임이 분명했다.
사내가 마주친 다른 사내들의 냄새가 보였다. 파란 냄새, 노란 냄새, 초록 냄새. 노을이 진다. 해의 강렬한 붉은빛이 온몸을 덮치고, 길쭉한 탄자국을 바닥에 새겼다. 검은색이었다.

언덕 위에서, 사내가 쓰러졌다. 가파른 숨을 삼키며 주위의 냄새를 살핀다. 녹색. 그리고 검은색. 이제는 해가 보이지 않았다. 검은색 나뭇가지가 서서히 사내의 몸을 덮어왔다.

조용히, 붉은 냄새를 풍기며 사내가 들어왔다. 은색으로 번들거리는 무언가를 가볍게 집어들었다. 손에서 핏방울이 떨어졌다. 천장의 형광등이 점멸했다.
버튼이 딸각 소리를 내며 들어갔다. 방의 어둠에 은색만이 남았다.

현관문이 열리고, 아무도 깨어있지 않은 집 안으로 발을 딛었다. 캄캄했다. 그에겐 이 어둠을 구별할 자신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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