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4K기지 청소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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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적한 날이다.

검은 하늘이 나를 짓누른다.

시퍼렇게 날선 공기가 나를 짓이긴다.

피가 얼어붙은 오늘은 참 울적한 날이다.


담배 연기가 복도를 가득 매운다.

여기서는 금연이라지만 그걸 누가 신경이나 쓰겠는가? 이틀간의 격리 실패는 기지 사람들이 간접 흡연조차도 신경쓰지 않도록 우리의 정신을 뒤흔들었다. 그리 유쾌한 일은 아니였다.

"그쪽은 다 끝났어요?"

새로 들어온 신입이 묻는다. 적응력이 빠른것인지 아님 싸이코인건지는 알수없다. 뭐 그게 무슨 상관일까 싶어 고개를 내저었다.

"멀었어. 그쪽 끝났으면 여기도 도와."

"넵."

대걸레가 지나간 자리는 아직 선홍빛이다. 핏빛으로 물든 복도는 비릿한 냄새로 가득차있다. 천장 구석구석 붙어있는 살덩이들이 마치 나무에 열린 사과들과도 같이 느껴진다. 난 깊은 한숨을 내쉬며 그제까지도 살아 움직였던 내 동료의 팔다리들을 청소통에 집어넣었다.


"그럼 선배는 여기서 10년이나 일하신거에요?"

"뭐 그렇지."

"오…."

"왜?"

"그냥 좀 신기해서요. 이 짓거리 1년만 해봐도 죽을것같은데 선배는 10년이나 일하신거잖아요. 안힘들어요?"

"그냥저냥 몸으로 떼우는거지. 저기있는 연구쟁이들만 하겠냐? 쟤들은 직접 현장에서 갈려나가는구먼."

"그래도…"

"그런거 신경쓰면 이 일 오래하기 힘들다."

"선배, 그것보다 그 담배좀 꺼줘요. 여기 실내라구요."

"싫은데?"

"이런."


선배라는 목소리가 기억에서 흘러나와 귀에 잔인하게 꽃힌다. 흰 청소복이 팔다리와 함께 이곳저곳에 널려있다. 막내라고 심부름을 보내는게 아니였다고 후회해봤자 이미 늦었겠지. 그런 생각들만 곱씹으며 벽에 달라붙어 굳은 피를 닦아낸다.

그냥 그렇다. 무슨 신경을 더 써야할까? 그녀도 언젠가 죽을 사람이였다. 나도 그렇게 죽을텐데 뭐가 그리 대수로운 일인가? 원래 사람은 다 죽는다. 그저 그녀의 죽음이 우리보다 조금 더 빨랐을 뿐이다. 난 싸이코가 아니다.

"형 여기좀 와보셔야겠는데요?"

"왜?"

"어…. 그게….."

"빨리 말해라"

"그냥…ㅇ.. 좀… 와봐요…."

"…알겠다. 이것만 닦고 갈께."

"그리고 담배좀 끄시구요."

"싫어."

"넵."

아이가 있는 사람의 죽음은 언제나 안타깝다. 그 사람이 자신의 오랜 친구였다면 더더욱 그러하다.


"출입 금지 구역입니다. 저기로 돌아서 이동해주세ㅡ…"

"어디있냐고 씨발!!

시끄러운 목소리다. 분노와 슬픔에 잠겨 발음조차도 똑바로 되지 않는 그런 목소리다. 익숙하게 들어온 유형의 목소리다.

"나 찾냐?"

"마침 잘오셨습니다 팀장님. 이분께서 아까부터 계속 여기 출입하려고 하셔서…"

"니가 책임자야?"

"그런데요?"

"김이유 연구원이 여기있다고 들었는데 왜 계속 안나오는지 설명해봐."

"무슨 소린지 모르겠는데 혹시 그쪽이 피해자 관련인입니까?

"피해자? 그게 무슨소ㄹㅡ…"

"유감입니다만 이번 사건에서 생존자는 없습니다만."

"뭐?"

"여기 안에 있는건 이미 죽은 핏덩어리들이라고요. 바쁘니까 좀 가세요."

"너 지금 뭐라고했어 이 ㅆ…."

"걔 뒤졌다고 병신아. 저기 안에 숨어있다가 침대가 먹어서 압사했다고."

아무래도 난 싸이코가 맞는것같다.


"그러게 왜그랬어요 형."

"뭐 임마."

쓰라린 상처를 붕대와 반창고로 대충 치료하고있다. 누가 기동특무부대 출신 박사 아니랄까봐 사람 때리는 실력 하나는 끝내줬다.

"말좀 이쁘게 하면 안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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